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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인터뷰]"3순위 속상했지만, 안양은 내게 행운이었죠"



농구

    [노컷인터뷰]"3순위 속상했지만, 안양은 내게 행운이었죠"

    양희종. KBL 제공양희종. KBL 제공"아마 입단할 때 제 표정을 보면 아시겠지만…."

    2007년 KBL 신인 드래프트. 황금세대의 출현으로 관심을 모았던 드래프트의 1순위의 영광은 SK가 선택한 김태술에게 돌아갔다. 2순위는 오리온이 지명(드래프트 전 전자랜드와 지명권 트레이드)한 이동준이었다. 양희종은 3순위로 당시 KT&G의 지명을 받았다.

    썩 만족스럽지 못한 순위였다. 양희종도 당시를 회상하며 "아마 입단할 때 내 표정을 보면 알겠지만, 마음에 안 들었다"고 웃을 정도. 하지만 안양(연고지)은 양희종에게 운명이었고, 또 행운이었다. 한 번의 이적 없이 안양에서만 15년 시즌(상무 제외)을 뛰었다. 그리고 안양과 KGC 레전드로 2022-2023시즌 종료 후 은퇴한다.

    깜짝 은퇴 발표였다.

    양희종은 지난 2월22일 KGC 구단을 통해 시즌 종료 후 은퇴를 발표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3년 FA 계약을 체결했고, 게다가 한창 선두를 질주하던 시즌 도중이었기에 모두 놀랐다. 갑작스럽게 은퇴를 알린 양희종을 동아시아슈퍼리그(EASL)가 끝난 뒤 안양체육관에서 만났다.

    양희종. KBL 제공양희종. KBL 제공

    "후배들이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

    사실 은퇴는 지난 시즌부터 조금씩 고민했다. 지긋지긋한 족저근막염 때문에 힘들었기 때문이다. 구단에서 3년 계약을 제시하면서 은퇴 생각을 잠시 넣어뒀지만, 계약기간 3년에 연연하겠다는 생각은 일찍부터 하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이별을 꿈꿨다.

    양희종은 "은퇴 생각은 지난 시즌부터 조금씩 했다. 가족들에게도 FA 계약을 하면 1~2년 정도, 길면 3년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정말 결정을 한 것은 이번 시즌 중반을 넘어가면서였다. 계약기간에 연연하지 않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려고 예전부터 마음을 먹었다.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서로 아름다울 때 떠나야 다시 만날 때 더 반갑다. 서로 좋을 때 좋은 그림으로 헤어지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양희종은 이번 시즌 평균 10분47초(10일 기준)를 뛰고 있다. 모든 수치가 커리어 최소지만,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주변 평가였다. 게다가 KGC는 정규리그 선두를 질주 중이었다. 그래서 양희종의 은퇴는 더 갑작스러웠다.

    양희종은 "나도, 후배들도 자기 위치에서 다 잘해주고 있기에 굳이 내가 주장을 한들 더 좋아질 것이 없을 것 같았다"면서 "지금 성장하는 후배들이 형들 그림자에 가려지기보다, 그 그림자를 밟고 나와서 본인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면서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홀가분하고, 누구보다 후련하다. EASL 챔피언이 됐고, 통합 우승을 하고 떠난다면 누구보다 행복한 마무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후배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깜짝 발표였다. 문성곤이 "형 기사가 잘못 나온 것 같다.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캡틴의 은퇴 발표는 충격적이었다. 변준형의 경우 "형 딱 3년만 더 하자. 군대 갔다와서 1년만 함께 뛰자"고 아쉬워했다.

    새로 부임한 김상식 감독에게도 양희종의 은퇴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김상식 감독은 양희종의 결정을 존중했다.

    양희종은 "내 뜻을 존중해주셨다. 앞으로의 나를 생각해봤냐고 물으시고, 여기저기 알아봐주겠다고 하셨다. 지금도 계속 도움을 주고 계신다"면서 "발표 10분 전까지도 계속 생각이 안 바뀌었는지 물어보셨고, 보도자료를 폐기해도 되니 생각이 바뀌면 지금이라도 말해달라고 하셨다. 처음 입단할 때 코치로 잠깐 같이 있었는데 말년에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그래도 감독님이 오셔서 내 농구 인생 마지막을 화려하게 만들어주신다. 감독님도 처음 부임하셨고, 나도 마지막 시즌이니 무조건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아내 김사란 씨의 지지는 양희종에게 큰 힘이었다.

    양희종은 "사실 아내가 지지를 안 해줬으면 결정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면서 "내가 선수 생활이 끝나고 정말 생활을 힘들면 본인이 더 일을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아름다울 때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줬다. 내 생각만 하라는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정말 나 결혼 잘했구나 생각했다"고 웃었다.

    드래프트 당시 양희종. KBL 제공드래프트 당시 양희종. KBL 제공

    양희종에게 수비는 '프로에서 살아남은 무기'

    드래프트 3순위. 양희종은 웃지 못했다. 자존심도 상했다. KGC 입단 때문이 아닌 순번이 3순위까지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3순위는 오히려 양희종에게 행운이 됐다.

    양희종은 "아마 입단할 때 내 표정을 보면 알겠지만, 입단할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KT&G라는 구단에 입단해 기분이 안 좋은 것이 아니라 3순위라 기분이 안 좋았다"면서 "안양 KGC라는 구단에 입단한 것은 행운이었다. 내 농구 인생에서 행운이다. 부족한 내가 과분한 사랑을 받고, 행복한 선수 생활을 했다. 내 인생을 같이 그려온 구단이었기에 너무 감사하다. 계속 남을 수 있었던 것도 구단 역시 나에게 믿음을 줬기 때문이다. 서로 의지하고, 공감할 수 있었기에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양희종은 신인이었던 2007-2008시즌부터 54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사실 신인이 기회를 잡기가 쉽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외국인 선수가 2명이 뛸 때였다. 그래서 양희종이 찾은 무기가 바로 지금의 양희종을 상징하는 수비였다.

    양희종은 "마퀸 챈들러라는 스코어러와 TJ 커밍스 등 외국인 선수 2명이 뛸 때였다. 쉽게 생각하면 챈들러와 양희종 중 누구에게 공을 주겠냐. 상대적으로 공을 잡는 횟수가 줄었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당시 외국인 선수는 스몰 앤드 빅 조합이었다. 작은 외국인 선수들을 거의 매치업했다. 이 선수를 괴롭혀서 경기력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면 우리가 경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상대적으로 수비에 너무 체력을 써 공격하러 들어가면 숨이 차서 슛을 못 쏠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신인 때는 그런 마음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팀이 이기려면, 주전에 들어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러면서 수비 쪽에 특화된 것 같다. 감독들도 그런 부분을 원했다. 공격을 잘하는 선수 5명이 뛴다고 우승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당시 유도훈 감독님이 조금 무서웠던 부분도 있다. 내가 뚫리면 혼날 수 있다는 어린 마음으로 뛰었던 부분도 있다. 그리고 군 전역 후 (김)태술이도 오고, (이)정현, (박)찬희, (오)세근이가 왔다. 나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고, 자기가 잘하는 것을 극대화해야 했다. 그렇게 조합을 맞추면서 더 수비 쪽으로 특화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양희종이 생각하는 수비의 비결은 뭘까.

    양희종은 가장 먼저 "부모님이 주신 하드웨어"를 꼽았다. 잔 부상은 있었지만, 무릎 등 흔히 말하는 큰 부상은 없었다.

    그리고 센스와 근성이었다. 양희종은 "어렸을 때부터 공이 림에 맞기 전 어디로 튀겠다는 감각이 있었던 것 같다. 상대가 노룩 패스를 해도 이쪽으로 줄 것 같다 예측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근성, 열정,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사마드 니카 바라미를 막는데 너무 힘들어서 숨이 여기까지 찼다. 4쿼터 도중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체력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내가 힘들면 너도 힘들다, 다른 것은 몰라도 체력은 너보다 자신이 있다는 근성이 있었다"고 웃었다.

    양희종. KBL 제공양희종. KBL 제공

    "후배들이 힘들 때 한 발 더 뛰지 않을까요?"

    아직 양희종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10일 기준으로 KGC는 34승13패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LG와 2.5경기 차다. 정규리그 우승에 가장 가까운 팀이다. 이어질 플레이오프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양희종에게는 통산 4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기회다.

    양희종은 "은퇴 선언으로 선수들을 동기부여 시키려고 한 것은 아닌데 본의 아니게 타이밍이 잘 맞았다. 후배들이 '형 꼭 우승해야 할 목표가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아마 힘들 때도 나를 생각하면서 한 발 더 뛰어주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면서 "나도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함을 가지고 뛰겠다. 팬들과 코트에서 만날 수 있는 마지막이다. 이제 내 이름을 언제 불러주겠냐. 코트에서 팬들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진짜 얼마 안 남았다. 너무 소중하고,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이런 부분을 만끽하면서 얼마 안 남은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퇴 후에는 코치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농구 본토인 미국으로 가 농구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 전에 먼저 긴 선수 생활 동안 망가진 몸을 추스를 계획이다.

    양희종은 "일단 시즌 후 그동안 안 좋았던 부위를 정리하는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 손가락 인대도 끊어졌고, 발목에 뼛조각이 돌아다니는 것이 제거해야 할 것 같다"면서 "미국으로 농구 공부를 하러 갈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지만) 올해 안에 가서 최소 2년 정도 공부하고, 지친 몸도 리프레시 할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감독님이 여러가지를 알려주시는데 생소한 것도 많이 배웠다. 빨리 본토에 가서, 현장에서 부딪혀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양희종에게 '마지막으로 1경기를 뛴다면 누구와 뛰고 싶나'라고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양희종은 "태술이, 정현이가 2번, 세근이"라고 술술 말을 이어나갔다. 다만 마지막 1명에서 다시 말문이 막혔다. 양희종은 "데이비드 사이먼이냐, 제러드 설린저냐 고민된다. 설린저는 너무 사기 캐릭터다. 사이먼은 참 아쉽다. KBL에 복귀해서 같이 은퇴했으면, 같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부상으로 돌아갔다. 돌아갈 때도 계속 영상 통화를 했다. 사이먼으로 하겠다. 좋은 친구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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