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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동학원 배임수재 3인은 '공동정범'"…영장 기각 사유



법조

    "웅동학원 배임수재 3인은 '공동정범'"…영장 기각 사유

    인신 구속은 '형평' 아닌 '요건' 충족 여부가 우선
    조국 동생, 도망·증거인멸 우려 없나…해석은 분분
    "재판부 판단 존중해야" VS "사법불신 키워" 논란도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조 장관 남동생 조모씨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하고 있던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의 웅동학원 채용비리(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법원은 검찰과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앞서 같은 혐의로 구속된 A씨와 B씨를 '종범'으로 지칭하며 조씨가 범죄 전체를 기획한 정범(주범)이어서 죄질이 무겁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들을 '공동정범'으로 파악했다.

    ◇ 법원, 배임수재 '공범'들 이미 구속, 배임 입증은 '아직'

    11일 법조계와 서울중앙지법 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조씨 구속 여부를 심리한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씨와 A·B씨를 정범-종범 관계보다는 공동정범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했다. A·B씨가 단순히 조씨를 도운 방조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범죄에 가담했고 이익을 나눠가졌다고 본 것이다.

    조씨의 영장이 기각된 후 검찰은 "조씨는 이미 구속된 종범 2명과는 책임의 정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며 "종범은 구속됐는데 주범은 풀려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일반인과 '권력자의 친족' 간 형평성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소송법상 구속에 필요한 요건을 따졌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태에서 도망이나 증거인멸이 염려되는 상황이 동반될 때 구속할 수 있도록 요건을 정하고 있다. 범죄의 중대성이나 재범 위험 등은 요건이 아니라 일반적인 고려사항일 뿐이다.

    조씨의 혐의는 크게 허위 소송으로 웅동학원에서 거액의 채권을 취득한 배임혐의와 학교에 교사들을 채용하는 대가로 돈을 받은 배임수재 혐의로 나뉜다. 둘 중 한 혐의에서라도 구속 필요성이 인정됐다면 영장이 발부될 수 있었지만 명 부장판사는 모두 요건에 못 미친다고 판단한 셈이다.

    배임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의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달았다. 배임수재에 대해서는 이미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뤄졌고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조씨가 수회에 걸친 검찰 소환조사에 응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과거 영장전담을 맡았던 한 부장판사는 "A·B씨의 경우 검찰 조사를 피하려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에야 조사에 응했다는 점에서 도주 우려에서 차이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들이 먼저 구속되면서 조씨가 공범과 모의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자료사진=이한형 기자)

     

    ◇ 조국 동생 도망·증거인멸 우려 없다는 판단, 타당한가

    그러나 여전히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형평성에 대한 논란은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주변부에서 몸통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조씨의 사례를 적용하면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핵심 피의자'는 늘 주변부 관여자들보다 구속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A·B씨가 구속된 이달 초에도 이미 상당한 증거가 확보 돼 있었다"며 "상황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도 조씨만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은 조씨가 A·B씨에게 증거인멸과 해외 도피를 지시했다며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적용한 상황이다. 조씨의 지시를 받은 이들은 증거인멸 등의 우려로 구속됐는데, 법원은 조씨에 대해서만 증거인멸의 염려를 내려놓은 셈이어서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외에 조씨의 건강 상태나 현재 검찰의 수사경과를 든 것 역시 비슷한 영장발부 사례에 비춰봤을 때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추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영장발부 사유로 어떤 상황변화를 들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3주 만에 구속영장 기각에서 발부로 결과가 바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례가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의 '도망의 우려'에 대해 각 재판부가 3주 사이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리면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스마트이미지 (사진=스마트이미지)

     

    ◇ '예측 불가능' 구속영장 심리, 발부·기각 사유 대폭 공개해야

    법원 내부에서는 영장 발부 때마다 반복되는 이러한 논란을 두고 한탄과 자조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조씨에 대한 기각 이후 명 부장판사의 신상과 이력을 트집 잡는 노골적인 비난에는 분노하는 한 편, 이러한 오해와 불신을 법원이 자초했다는 반성도 만만치 않다.

    서울 소재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똑같은 판사인데 어제는 '정의의 수호자'였다가 오늘은 '적폐'로 몰리고 있다"며 "영장전담 재판부에서 내는 결과는 구속 또는 기각으로 대상자의 신변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그 사유는 자세히 알리지 않아 더 오해가 큰 듯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심리한 허경호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해당 영장을 기각하면서 3000자 분량의 기각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각 사유는 서너 줄 내외 분량으로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점을 간략히 서술하는 데 그친다.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더욱 짧은 것이 현실이다.

    판결이 쌓이면서 소송당사자들에게 예측가능성을 주는 것처럼, 구속영장 발부·기각 결정서의 내용도 가능한 선에서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을 대상으로)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자세히 서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속 대상 피의자와 피고인에 대해 영장 발부 사유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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