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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견습생'처럼? 이준석의 "최저임금 깎는 지역별 차등제", 유효할까[노컷체크]

'남아공 견습생'처럼? 이준석의 "최저임금 깎는 지역별 차등제", 유효할까[노컷체크]

편집자 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의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제' 공약이 화제입니다. 이 후보는 미국, 캐나다 등의 사례를 들며 지자체에 최저임금 '감액' 권한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기업 유인 효과가 발생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CBS노컷뉴스 팩트체크 결과, 이 후보가 언급한 해외 사례들은 사실과 다르거나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오히려 임금 격차 확대로 인해 지방 인력이 더 많이 유출된 부작용도 확인됐습니다. 한 전문가는 지역이 처한 '저숙련의 함정'을 언급하며 도시-지역 간 양극화 심화를 우려했습니다.

[6.3대선 '지방소멸 대응책' 대해부③]기호3번 이준석편
결론: 전혀 사실 아님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이재명의 '지방소멸' 공약 '서울대 10개 만들기'…정말 가능할까?[노컷체크]
②김문수 'GTX 30분 출퇴근 혁명' 지방소멸 해법될까?[노컷체크]
③'남아공 견습생'처럼? 이준석의 "최저임금 깎는 지역별 차등제", 유효할까[노컷체크]
(계속)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방소멸 대응책으로 △해외 이전 기업의 리쇼어링 유도 △법인세에 대한 지자체 자치권 부여 △최저임금 결정 권한의 지자체 위임 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제' 공약이 특히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후보는 "지역의 경제 현실에 맞게 최저임금을 자율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해외 현지 노동조건을 일정 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지역마다 최저임금이 달라지면 지방소멸 대응에 유효할까.

쟁점은 최저임금에서 '더 깎기'…李 "기업 유치 효과" 주장

순천 시내에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참고로 전라남도는 작년 기준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가장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이다. 순천=최보금 기자순천 시내에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참고로 전라남도는 작년 기준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가장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이다. 순천=최보금 기자
이 공약의 핵심 쟁점은 지자체에 '감액' 권한을 준다는 데 있다.

이 후보는 "중앙정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기본 최저임금을 결정한 뒤, 각 지자체가 이를 기준으로 30% 범위 내에서 가감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구상대로라면 올해 기준 시급 1만30원이 최소 7020원까지 허용된다.

물론 '가감' 조정이기에 인상도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감액 쪽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또한 나온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CBS노컷뉴스에 "증액을 하려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고부가가치 산업인데 지역에 있는 산업군들이 부가가치가 높다고 보이지는 않다"며 "감액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후보는 감액을 통해 기업의 지방 이전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구상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지난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에서, 한 학생이 "(이 공약이 시행되면) 고부가가치 산업은 수도권으로, 저부가가치 산업은 지방으로 몰려 양극화가 심해지지 않을까"하고 우려하자 이 후보는 "노동집약 산업이 지방으로 가면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고, 최저임금은 하한선이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이 굳이 수도권에 있을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사무총장은 "게다가 노동 집약형 산업은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돼 앞으로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면서 "지금처럼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상황에선 (기업 입지 결정에) 더 이상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다지 크지 않다. 과거의 논리로 현재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OECD 주요국, 국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사례 없어…남아공 견습생은 해당

이 후보는 미국을 근거로 "텍사스가 캘리포니아보다 최저임금 등이 낮아 일론 머스크도 본사를 옮겼다"고 주장했으나, 텍사스의 최저임금도 미국 연방 최저임금과 동일했다. 사진은 스페이스X. 연합뉴스이 후보는 미국을 근거로 "텍사스가 캘리포니아보다 최저임금 등이 낮아 일론 머스크도 본사를 옮겼다"고 주장했으나, 텍사스의 최저임금도 미국 연방 최저임금과 동일했다. 사진은 스페이스X. 연합뉴스
특히 이 후보는 미국을 주요 근거로 들어 텍사스의 '낮은' 최저임금이 기업 유치에 효과를 냈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진행된 대선후보 1차 TV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일본이 지역 차등 임금제를 도입했다가 지역 인구가 더 유출되고 지방 경제가 피폐해졌다"고 비판하자 "미국 같은 경우 텍사스가 캘리포니아보다 최저임금도 낮고 법인세도 낮기 때문에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이 스페이스X를 이전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팩트체크 결과, 텍사스의 최저임금(7.25달러)도 인근 캘리포니아보다 낮았을 뿐 미국 연방 최저임금과 동일했다. 즉, 텍사스의 기업 유치 전략이 효과를 낸 것은 이 후보의 구상안처럼 최저임금 '감액' 때문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최임위가 발간한 '주요국가의 최저임금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연방 기준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정한 주는 조지아와 와이오밍 단 두 곳 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모든 경제활동이 해당 주 내에서만 이뤄지는 경우'로 제한했고, 이 외에는 연방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또 주 자체의 최저임금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연방 기준이 자동 적용돼, 미국에서도 '임금의 하한선'이라는 제도의 본질은 유지된다.

지난해 최임위가 발간한 '주요국가의 최저임금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OECD 주요 26개국 중 최저임금을 국가 기준보다 '낮게' 적용하는 사례는 단 한 곳도 없었고, 필리핀·베트남·남아공 등에서 특정 조건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사진은 지난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국제 노동절을 기념해 시위대가 행진하는 모습. 연합뉴스지난해 최임위가 발간한 '주요국가의 최저임금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OECD 주요 26개국 중 최저임금을 국가 기준보다 '낮게' 적용하는 사례는 단 한 곳도 없었고, 필리핀·베트남·남아공 등에서 특정 조건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사진은 지난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국제 노동절을 기념해 시위대가 행진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임위가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주요 41개국을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국가는 19개국이었으나, 국가 최저임금보다 '낮게' 적용하는 사례는 OECD 주요 26개국 중 단 한 곳도 없었다.

필리핀, 베트남, 남아공, 칠레 등에서 최저임금의 감액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마저도 견습생·미성년자·고령자 등 특정 조건을 가진 노동자에게만 적용됐다.

한국의 경제 수준과 노동환경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깎을 수 있는' 지역별 차등제 도입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외국인 노동자 차등 적용 근거로 든 캐나다 정책, 1년 만에 폐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왼쪽)는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후보자 2차 토론회에서 해당 공약이 ILO 협약 위반이라고 비판하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오른쪽)에게 "캐나다의 TFWP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반박했다. 국회사진기자단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왼쪽)는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후보자 2차 토론회에서 해당 공약이 ILO 협약 위반이라고 비판하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오른쪽)에게 "캐나다의 TFWP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반박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임금 차등 적용의 근거로 캐나다의 TFWP(임시외국인노동자프로그램)를 언급했다.

지난 23일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권 후보가 "ILO(국제노동기구) 협약에서도 출신국에 따른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지금 공약은 명백한 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국제협약 위반인데, 어떻게 이런 공약을 낼 수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는 "캐나다 같은 경우에도 1964년 (ILO 관련 협약) 비준 뒤 TFWP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노동자에 대해서는 규정을 완화한 사례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도입 1년 만에 폐지된 정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캐나다 고용·사회개발부 자료에 따르면, TFWP는 내국인 인력 수급이 어려운 분야에 이주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해 2012년 4월 도입됐다. 당시 캐나다 정부는 이 후보의 구상처럼 외국인 노동자에게 '평균 임금'보다 낮은 임금(최대 15%)을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단, 동일 조건의 내국인과 동일한 임금이라는 고용주의 입증이 필요했다.

시행 1년 만인 2013년 4월, 캐나다 정부는 이 제도를 폐지했다. 민간 싱크탱크 '공공정책연구소'는 당해 보고서에서 "해당 제도가 임금 하락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폐지를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지역 격차 축소 중…"지방 인력 유출 불렀다"

사진은 전라남도 순천 한 산업단지 앞에 붙어있는 베트남 근로자 인력중개 홍보물. 현재 지역은 "낮은 임금, 열악한 근로 환경 등 일종의 저숙련 함정에 빠져있는 상태"다. 순천=최보금 기자사진은 전라남도 순천 한 산업단지 앞에 붙어있는 베트남 근로자 인력중개 홍보물. 현재 지역은 "낮은 임금, 열악한 근로 환경 등 일종의 저숙련 함정에 빠져있는 상태"다. 순천=최보금 기자
이 후보는 해외 사례를 반복적으로 언급하지만, 실제 인용한 사례들은 사실과 다르거나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더욱이 국제적 흐름 역시 차등 완화 쪽에 가깝다.

앞서 권 후보가 지적했듯 일본은 그동안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왔지만, 지난 2023년 45년 만에 등급 구간을 4개에서 3개로 줄였다.

당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를 보도하며 "임금 격차가 커지면 지방에서 인력이 빠져나가게 된다"면서 "등급 구분을 줄여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고, 일본 전체 임금 상승을 유도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최저임금 차등화, 지방의 저임금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어"

한국이 당면한 지방소멸 문제는 '고용의 질'까지 함께 개선하는 접근이 필요한데,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제는 이런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현재 지역은 기업의 낮은 임금, 열악한 근로 환경 등 일종의 저숙련 함정에 빠져있는 상태"라면서 "수도권은 양질의 인력이 모여 더 좋은 일자리를 양산하는데, 지역이 일자리의 질을 높이지 못하고 외국인 노동자로 채우는 실정에서 국내 내국인들까지 최저임금을 더 낮게 주자는 건 도시-지역간 양극화를 더 확대시키자는 이야기"라고 우려했다.

이어 "더욱이 최저임금이란 우리가 어느 지역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관계없이 '한국에서 살려면 이 정도는 줘야 된다'는 뜻인데, '더 주자'는 의도가 아니라 '우리는 힘드니까 더 내려주세요'로 가는 방향이 우리가 나가야 할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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