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승 변호사. 연합뉴스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 신상을 공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철승 변호사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는 28일 성폭력범죄처벌법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 준수 등)·개인정보보호법 위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정 변호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에 성실히 출석했고 항소심에서 유죄 부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정 변호사는 2021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사건 관련 사실관계'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게시물에는 피해자의 비서 근무 기간과 다른 직장으로 전직한 시기 등이 포함됐다.
재판부는 "게시물은 전체 공개로 게시됐고, 피해자의 임용, 구체적 직책, 진급 및 보직 일자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됐다"며 "서울시와 사업소 소속입장에서는 피해자의 실명 등 인적 사항을 특정할 수 있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정 변호사가 박 전 시장의 유족이 제기한 행정소송을 대리하면서 입수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을 통해 피해에 대해 알게 됐고,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도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거짓 사실을 공개적으로 게시했다"며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고, 준강간 사건 피해자이기도 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개인정보인 인사 정보를 알게 됐음에도 동의받지 않고 누설한 사안"이라며 "범행 동기와 내용, 파급력에 비춰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적 인물인 고인에 대한 평가는 사후에도 계속될 수 있고 의견을 자유롭게 형성하거나 표현할 수 있지만 고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시정하겠다는 명목 아래 특정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표현까지 허용되는 건 아니다"라고 짚었다.
나아가 "피고인은 '고인의 성희롱 등 사건의 공론화는 피해자가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 사실을 유포함으로써 자초한 결과'라고 사태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범행을 정당한 행위라 주장할 뿐 사죄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주장에 대한 물적 증거가 없다'고 한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찍힌 사진, 텔레그램 메시지 복구 내용,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기록 등이 성희롱 피해에 대한 물적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로부터 성고충 호소를 들었던 시장실 직원이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피해자는 성희롱에 기인한 괴로운 심정이나 사정 등을 호소했다"며 "피고인은 (게시글이) 거짓사실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고소한 동기에 관해 적은 부분에 대해서도 "다소 과장을 넘어 거짓 사실을 드러냈다"며 "사실상 피해자가 고인을 무고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라고 봤다.
정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의 업무 수행과 관련해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만 SNS를 통해 알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