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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보드를 부쉈던 현주엽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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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보드를 부쉈던 현주엽이 그립다

    '그게 나야' 현주엽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지난 1997년 고려대 시절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 올스타전에서 덩크를 꽂자 백보드가 산산조각이 나는 모습.(자료사진=SBS 화면 캡처, KBL)

     

    프로농구 올스타전의 백미는 덩크슛 콘테스트다. 올스타전 본 경기에서 조금 떨어지는 긴장감과 짜릿함을 메워주는 최고의 이벤트다.

    거한들이 림이 부서질 듯 호쾌하게 내려치는 덩크는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린다. 특히 아무런 제약 없이 덩크가 이뤄지는 까닭에 평소 쉽게 볼 수 없던 화려한 동작과 재치가 펼쳐지는 게 올스타전 덩크슛 대회다.

    11일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는 역대급 덩크 묘기들이 쏟아졌다. 특히 앤써니 리처드슨(동부)과 리오 라이온스(삼성)의 외국인 선수 결승이 최대 하이라이트였다.

    라이온스는 손을 풍차처럼 돌리는 윈드밀 덩크를 비롯해 공을 가랑이 사이로 뺀 뒤 림에 꽂는 환상적인 동작을 선보였다. 올 시즌 1순위 외국인 선수다운 기량이었다.

    지난 시즌 올스타전 덩크왕 리처드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공중에서 360도 몸을 돌린 뒤 꽂은 덩크는 물론 윈드밀 덩크로 맞불을 놨다.

    특히 반대편 코트부터 달려와 자유투 라인 근처에서 날아올라 내려친 덩크로 2년 연속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떠올리게 한 이른바 '프리드로 라인 덩크'였다.

    미국 프로농구(NBA) 못지 않은 빼어난 덩크 솜씨에 팬들은 열광했다. 찰스 가르시아(오리온스)는 웃통을 벗어젖히며 덩크를 꽂아 '퍼포먼스 상'을 받기도 했다.

    '내가 바로 조던' 동부 앤써니 리처드슨이 11일 프로농구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에서 예전 NBA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연상시키는 자유투 라인 덩크를 선보이는 모습. 다만 라인 약간 앞쪽을 밟고 뛰어올라 2% 모자랐다.(자료사진=KBL)

     

    상대적으로 국내 선수들의 덩크슛은 주목을 덜 받았다. 정효근(전자랜드)이 최승욱(LG)과 루키 대결에서 이기긴 했지만 외인들과 비교하면 파괴력이 떨어졌다.

    이는 신체적 조건에서부터 어쩔 수 없는 한계다. 생고무같은 흑인들에 비해 동양인 선수들은 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점프력이 밀려 구사할 기술도 다양성이 다소 떨어진다.

    물론 국내 선수 중에서도 화려한 기술을 뽐내는 덩커들이 적잖다. 역대 4회 우승에 빛나는 이승준(동부)과 2회 왕좌를 차지한 김효범(KCC) 등이다. 이번 시즌 혼혈 귀화 선수 박승리(SK)도 이들 못지 않은 점프력이 기대됐지만 아쉽게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여기에 대회 방식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1, 2라운드 모두 4번이나 기회를 갖다 보니 아이디어가 고갈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선에서 정효근은 동료 선수의 도움을 받는 참신한 동작으로 결승까지 진출했다. 코트에 엎드린 이재도(kt)를 넘어 덩크를 꽂았다.

    하지만 정작 결승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다. 탄력 넘치는 원 핸드, 투 핸드 덩크를 꽂았지만 예선보다 심사위원들의 점수는 오히려 떨어졌다. 192.3cm로 이날 결승 진출 선수 중 가장 작은 최승욱은 힘에 부친 듯 제대로 덩크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정작 지상파 TV 중계에는 경기 전 열린 예선이 아닌 하프타임에 이뤄진 결승이 전파를 타면서 임팩트가 덜했던 이유가 됐다.

    '우리도 이런 덩크 합니다' 전자랜드 루키 정효근이 11일 프로농구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에서 kt 이재도를 넘어 덩크를 꽂고 있는 모습.(자료사진=KBL)

     

    국내 선수들의 덩크슛 콘테스트가 외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다면 새로운 방식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고교와 대학 선수들의 출전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한 해설위원은 "예전 현주엽도 휘문고 시절 농구대잔치 올스타전 덩크슛 대회에 나와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고 강조했다.

    현주엽(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휘문고 시절이던 지난 1992-93시즌 농구대잔치에서 정재근(SBS), 문경은, 서장훈(당시 연세대), 전희철(고려대) 등 쟁쟁한 선배들과 덩크 대결을 펼쳤다. 고교생 답지 않은 힘있는 덩크를 터뜨려 단숨에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빅맨으로까지 거듭날 수 있었다.

    물론 프로 이전 대회였기에 고교생이 출전해도 큰 무리는 없었다. 현 KBL은 엄연히 프로라 아마추어 선수의 출전이 어색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향후 KBL을 이끌어나갈 인재인 만큼 미리 유망주들을 소개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출전 이유가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스타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 농구에 형님들을 긴장시킬 만한 기대주들이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는다면 스타로 거듭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현주엽은 고려대 진학 뒤 지난 199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올스타전 때 백보드를 부숴뜨렸다. 괴력의 덩크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제 2의 현주엽을 키워낼 KBL의 노력과 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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