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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 야투율?' 韓 농구 전설들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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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저 야투율?' 韓 농구 전설들의 일침

    '몇 억씩 받으면 값어치를 해야지' 한국 농구 전설의 슈터로 꼽히는 신동파 전 대한농구협회 부회장(왼쪽)과 이충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은 후배들이 더 슛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올스타전 이벤트 경기에 대비한 8일 훈련 때 모습.(자료사진=KBL)

     

    역대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금메달리스트들이 한데 모인 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보조 경기장. 1970년 방콕 대회 주역 신동파 전 대한농구협회 부회장(71), 박한 현 부회장(69), 1982년 뉴델리 대회 우승을 이끈 박수교 SBS스포츠해설위원(59), 이충희 전 원주 동부 감독(56) 등 왕년의 스타들이 모처럼 몸을 풀었다.

    10일 열리는 '2014-2015 KCC 프로농구' 올스타전에 앞선 이벤트 경기에 대비한 훈련이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우승을 기념해 역대 금메달 대표들이 팀을 이뤄 연예인 연합팀과 벌이는 한판승부다.

    은퇴한 지 수십 년이 지난 만큼 부푼 배로 무거워진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박인규 한국농구연맹(KBL) 감독관은 자유투가 쉽게 들어가지 않았고, 박수교 위원은 레이업슛을 더러 놓쳤다. 그럼에도 이충희 감독은 3점 라인 바깥에서 훅슛을 성공시킬 만큼 예전 슛도사의 감각을 과시했다. 조상현 고양 오리온스 코치(39), 김승현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37) 등은 여전히 현역 못지 않은 기량을 보였다.

    대표팀 감독을 맡은 신동파 부회장도 주위의 권유에 한번 공을 들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깨가 아파 팔도 제대로 뻗지 못할 지경이었다. 신 부회장은 "몇 년 동안 치료도 받았지만 골프도 제대로 치지 못하게 됐다"면서 "현역 시절 너무 많이 써서 그런 모양"이라고 웃었다.

    "평생 몇 개나 슛을 쏘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신 부회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도저히 셈을 하지 못하겠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다만 "고교 때는 팀 훈련이 끝나고 매일 500개씩 슛을 쐈다"고 강조했다.

    ▲"100개 중 90개는 넣어야…연봉 값을 해야지"

    그러면서 신 부회장의 화두는 현재 한국프로농구(KBL)로 옮겨갔다. 요즘 선수들의 슛 감각이 너무 떨어졌다는 쓴소리였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대표팀 훈련 때의 일화를 대표적 사례로 들려줬다.

    신 부회장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진행된 훈련을 지켜보다 유재학 대표팀 감독에게 물었다. "여기 12명 중 훈련 때 100개 슛을 쏘면 90개 이상은 들어가는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깜짝 놀란 유 감독은 "예? 선배님? 요즘 그런 선수는 없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 잘 넣는 조성민이 80개 정도고, 나머지는 60~70개 수준일 겁니다"고 덧붙였다.

    '성민아, 우리 더 훈련해야겠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쌍포로 맹활약을 펼쳤던 국가대표 듀오 조성민(왼쪽)과 문태종.(자료사진=KBL)

     

    전반적으로 슛 감각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신 부회장은 "현역 때 100개를 쏘면 평균 90개 정도는 들어갔다"면서 "몸이 좋은 날은 99개까지 성공해봤다"고 회상했다. 물론 그의 현역 시절에는 3점 라인이 없었다. 그럼에도 신 부회장이 말한 슛은 현 3점슛 정도의 거리였다.

    신 부회장은 "요즘 프로농구를 보면 오픈 기회에서도 슛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더라"면서 "김인건 (전 태릉선수촌장) 등 예전에는 그런 경우는 용납할 수 없었다"고 일침을 놨다. 이어 "그렇게 하면서 요새 연봉이 몇 억이라고?"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신 부회장은 역대 한국 농구 최고의 슈터로 꼽힌다. 특히 지난 1969년 아시아선수권대회(ABC) 결승에서 50점을 쏟아부으며 60년 만의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상대 국가인 필리핀에서는 아직도 신 부회장을 전설로 떠받들고 있다. 이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견인하는 등 70년대 초반 아시아 최고 슈터로 군림했다.

    ▲"진정한 슈터는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KBL은 출범 이후 해마다 야투 성공률이 떨어지는 추세다. 프로 초창기 50%를 넘었던 야투율은 2000-01시즌(50.9%)을 마지막으로 40%대다. 특히 최근 세 시즌은 역대 최저를 경신하고 있다. 2012-13시즌 46%에서 지난 시즌 45.6%, 올 시즌 전반기까지 45.3%에 불과하다.

    KBL 출범을 이끈 초대 김영기 총재가 의욕적으로 공격 농구를 주창하고 나섰지만 쉽게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 올 시즌은 3점슛도 역대 최저(32.7%)에 자유투 성공률(70.9%)은 2000-01시즌(70.8%) 이후 가장 낮다.(표 참조)

    (일러스트=이미지비트 제공)

     

    여러 요인들이 꼽힌다. 세계 농구의 추세가 공격에서 수비 강화로 흐르고 있는 데다 3점슛 거리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강력한 수비 농구에 기회가 쉽게 나지 않고, 또 수비를 하느라 체력 소모가 적지 않아 슛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선수들의 노력 부족이라는 의견이다. 이충희 감독은 이날 "좋은 슈터는 천부적인 재능이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으로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 역시 신체 조건이 좋지 않았지만 훈련으로 극복해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최근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학창 시절 10개월 동안 매일 1000개의 슛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또 감각을 키우기 위해 불을 끄거나 눈을 가리면서까지 슛을 쏜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 감독은 신동파 부회장을 이은 슈터였다. 지난 1987년 현대전자 시절 농구대잔치에서 64점의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그해 아시아선수권대회 MVP에도 오른 이 감독은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입단 제의를 받기도 했다.

    슛 성공률 역대 최저라는 불명예의 위기에 놓인 올 시즌 프로농구. 한국 농구를 이끌었던 두 전설의 슈터가 쏘아올린 일침을 명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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