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의 검색어를 반드시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2006 독일월드컵이 드디어 같은 시간대 지상파 채널 4개를 모두 점령했다.
지난 20일 밤부터 교육방송인 EBS를 제외한 지상파 3사의 4개 채널(KBS1, 2포함)이 동시간대에 모두 축구 경기를 내보내고 있어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독일과 에콰도르의 경기가 열린 이날 밤 11시부터 KBS1, MBC, SBS 방송 3사는 나란히 이 경기를 동시에 생중계 방송했다.
▶방송 3사, 4개 채널 동시에 축구 중계= 승부기피와 결과 조작 등을 막기 위해 같은 시간대 두 경기가 벌어지는 조별리그 마지막 라운드의 특성상 이 시간 하노버에서도 코스타리카와 폴란드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방송 3사는 탈락이 확정된 데다 상대적으로 경기력까지 떨어지는 이들 경기는 한곳도 생중계 하지 않은 채 ''세쌍둥이''같은 화면을 내보냈다.
여기에 독일과 에콰도르의 경기가 후반 종반에 접어든 새벽 0시 40분부터 KBS2 TV까지 독일월드컵 A조의 다른 경기 ''이란 vs 앙골라''전 녹화 중계로 가세하면서 동시간대 지상파 채널 4개가 축구 경기 중계로 완전히 점령당했다.
또 이런 상황이 20일부터 22일 밤까지 3일간 계속된다. 그나마 23일 밤은 다음날 새벽 한국전이 예정돼 있어 경기 중계 대신 다른 프로그램으로 그나마 편성이 달라진 상황.
이처럼 방송 3사가 채널을 총동원해 축구 경기를 중계하면서, 한국 vs 토고전이 무려 ''73.7%''에 이르는 시청률을 보였고 한국과 같은 조인 스위스 vs 토고전(53.5%) 뿐 아니라 우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팀 간 대결이었던 호주 vs 일본전까지 전체가구의 절반이 넘는 50.3%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TNS 미디어 조사결과)
TV를 켰을 때 사실상 축구 외에 시청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이런 고시청율이 나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상황.
▶왜?= 이런 현상 때문에 이번 월드컵을 맞아 방송 3사는 주요 경기 대부분을 천편일률적으로 동시 중계하면서 ''전파 낭비다'' ''시청자의 다양한 볼 권리를 빼앗았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하지만 이런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방송사들이 ''월드컵 올인 편성''을 하는 이유는 결국 ''광고'' 때문이다.
13일 한국 vs 토고전의 경우처럼 한국의 예선 3경기에서 각 120건의 광고가 팔릴 경우 3개 방송사의 예상 수익만 83억여 원. 결승까지 갈 경우를 가정했을 한국 경기에서 나오는 수익만 430여억 원에 달한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 경기에 버금가는 수준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호주-일본, 브라질-잉글랜드 등 주요 경기와 재방송,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 등에서 나오는 광고료 등을 포함하면 월드컵 후 각 방송사의 수익은 각 방송사별로 소요된 약 150억 원의 비용을 훌쩍 넘는 막대한 액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의 볼 권리를 우선하는 해외 사례= 하지만 똑같이 수익을 올려야 하는 방송사지만 ''시청자의 볼 권리''를 더 우선하는 외국의 사례도 많다.
13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월드컵 주최국인 독일의 경우 제1, 2 공영방송인 ZDF와 ARD, 민영방송인 RTL 새 채널이 번갈아 가며 하루씩 경기를 맡아 그날 벌어지는 모든 경기를 한 채널에서만 중계한다.
독일월드컵 개막전은 ZDF 한곳에서 중계했지만 시청률은 75%에 이르렀다. 따라서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을 보고 싶었던 ''25%''의 시청자들은 다른 채널을 통해 볼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
프랑스와 영국의 경우도 한 채널이 특정 경기를 중계하면 다른 채널은 정규방송을 내보내는 등 동시 중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서 NHK, 도쿄TV, 후지TV, NHK 위성 등이 순서를 정해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대목'' 때마다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방송사가 이익을 조금 양보하고 시청자로부터 받은 ''사랑''을 돌려줄 때가 오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