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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의 전신인 해태타이거즈에는 걸출한 에이스가 많았다. 두말할 나위없이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에이스로 평가받고 있는 선동렬(현 KIA 감독) 선수의 별명은 ''무등산 폭격기''였다.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별명처럼 무시무시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
또 한명의 에이스는 조계현(현 LG 코치). 별명은 ''팔색조'' ''싸움닭'' 이었다. 두 선수는 풍기는 외모부터 공격적이었으며 실제 경기에서도 피해가는 법이 없고 칠테면 쳐보라는 식이었다. 당대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았던 타이거즈 투수들의 특징은 정신력이 강했고 공격적이었다.
선동렬, 조계현의 계보를 잇는 타이거즈의 에이스는 당연히 윤석민이어야 한다. 윤석민의 초기 별명은 ''석민 어린이''. 느껴지는 인상이 순둥이이다.
윤석민은 2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5이닝 4실점 한 뒤 물러났다. KIA 타이거즈가 4강에 진출할 경우의 수는 4게임 전승, 롯데 3게임 전패의 경우였다. KIA가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윤석민에게 기대한 것은 롯데와의 경기에서 연승을 이어달라는 것.
윤석민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회 2사까지는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그런데 조성환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뒤 흔들리더니 2점을 내줬다.
5회초에도 김문호에게 몸에맞는 볼을 내준 뒤 2실점했다. 볼넷을 허용하고 타점을 허용한 투구는 모두 타자 높은 곳으로 던진 변화구와 빠른볼이었다.
제구력이 뛰어난 윤석민이 몸에맞는 볼 이후 높은 볼을 던진 것은 흔들렸다는 반증일수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오른손 투수로서 최고의 위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윤석민은 올시즌 고비마다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효봉 XTM해설위원은 2일 경기에서 몸에 맞는볼 이후 실점하자 좀 더 공격적인 투구 주문했다.
물론 KIA가 2, 3회 첫타자 출루 후 점수를 얻었더라면 윤석민의 투구가 달라질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팀의 에이스는 동료들의 부진까지 극복하고 고비를 넘겨야 한다.
윤석민은 2010년 8월 홍성흔 사구 사건 이후 롯데전에서 승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에이스는 팀의 연승을 이어가고 연패를 끊어줄 뿐만 아니라 상대팀에 대한 징크스도 극복해야 한다. 상대팀을 윽박지르는 강인한 정신력도 갖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2001년 김병현이 몸담고 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고, 2004년과 2007년에는 보스턴 레드삭스를 월드 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커트 실링은 가끔 상대 타자의 한가운데 빠른볼을 던졌다. 상대 타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공이 들어오면 움찔하게 된다. 에이스에게는 그런 배짱도 필요하다.
윤석민이 진정한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갖추려면 순둥이 ''석민 어린이''가 아닌 독종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