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 관련 폭력적 표현을 그대로 인용해 질문을 하는 모습이 TV로 생중계 되면서 그 후폭풍이 한 주 내내 이어졌다. 각계에선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했다고 할지라도, 이를 공개된 TV 토론회 자리에서 확산시킨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같은 맥락에서 '대국민 언어 성폭력'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고발도 줄을 이었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열린 정치 분야 TV토론에서 성폭력 표현을 인용하며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 후보에게 "(이 표현은) 여성 혐오에 해당하느냐"고 물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아들의 글을 순화한 표현으로 검증성 질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증의 탈을 쓴 폭력의 확산'이라는 취지의 비판이 빗발쳤다.
국립창원대 윤김지영 철학과 교수는 3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순화했다고 주장한 표현 자체도 일반 시민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순화의 의미가 없다. 사회적 감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이 미흡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인용이고 순화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고 하는 것은 책임을 계속 회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관도 "공적인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폭력적인 표현을 어떤 이유로든 인용하는 것은 적절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공적인 위치에서 해당 발언을 함으로서 특정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다시 조롱, 경멸하는 발언이 만들어지고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사진기자단시민사회에선 같은 맥락의 성명과 고발 조치가 이어졌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성명에서 "이 후보는 성차별을 근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성차별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정치인임이 다시 한 번 명백해졌다"며 이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참여연대 역시 '이준석의 혐오정치 여기서 끝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여성의 존엄의 훼손하고 모욕하기 위해 등장하는 말을, 이준석은 오로지 상대 후보를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꺼내들었다"며 "이는 '상대 후보 검증'이나 성차별과 폭력에 맞서는 정치인의 행위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를 그대로 확산하며 '얼마든지 이야기해도 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지난 28일 오전 3시쯤 국민신문고를 통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이준석 후보를 모욕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 등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도 오후 1시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를 정보통신망법 44조 위반, 아동복지법 17조, 공직선거법 110조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단체는 "이 후보는 국민을 상대로 언어 성폭력을 자행했다"며 "선거를 위해 지상파 방송에서 성범죄를 재현했고 시청하던 모든 국민이 피해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고발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도 쇄도했다. 이 후보의 해당 발언으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내용으로 인권위에 제기된 진정은 29일 오전 기준 35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표현' 논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파장이 이처럼 커지자 이 후보는 같은 날 당원에게 보낸 이메일 메시지에서 "TV토론 중 저의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많은 분들게 실망과 상심을 안겨드렸다"며 "모든 책임은 저 이준석에게 있다.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한편에선 유시민 작가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배우자 설난영씨를 겨냥해 한 발언도 여성·노동자 비하 논란을 빚고 있다. 유 작가는 지난 28일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설씨에 대해 "전자부품회사 노조위원장이었다"며 "김 후보가 대학생 출신 노동자로서 '찐' 노동자와 혼인한 것이다. 그러면 그 관계가 어떨지 짐작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씨가 생각하기에 김 후보는 '너무 훌륭한 사람', '나와는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며 "(설씨는)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온 거다. 유력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설씨의 인생에서는 거기 갈 수 없는 자리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설씨가 지금 발이 공중에 떠 있다"며 "제 정신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했다. 설씨가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를 공개 비판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내놓은 발언들이다.
시민단체들은 이 발언을 두고도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성명을 내고 "기혼 여성의 지위와 주관은 남편에 의해서 결정되는 부속품에 불과한가. 여성과 노동자에 대한 멸시와 학력에 대한 비하가 진행자, 출연자, 방청객의 우스갯거리로 소비된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며 유 작가와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측에 사과를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각각 논평을 통해 "유 작가의 발언은 여성과 노동자에 대한 비하이며 학력에 대한 차별"이라며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발언이며, 명백한 계급적·성차별적 발언이며, 내재된 엘리트 의식의 발로"라고 유 작가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 작가도 논란이 일자 "표현이 거칠었던 건 사과한다"고 했다. 다만 "제가 계급주의나 여성비하, 노동 비하하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런 취지로 말한 것도 아니다"라며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고, 설씨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일 거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