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51% 박근혜 득표율 넘길까…'영남·이대남'이 관건[오목조목]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0% 득표율을 넘길 수 있을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40%대 중반 쯤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실시해 19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 후보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 43%, 김문수 후보 25%, 이준석 후보 8%로 집계됐다. '모르겠다', '지지하는 후보 없다'는 응답은 각각 16%, 6%였다.
진보성향 응답자의 78%는 이재명 후보, 보수성향 응답자의 59%는 김문수 후보를 지지했다. 캐스팅보터인 중도층의 후보 지지율은 이재명 41%, 김문수 15%, 이준석 8% 순이었다.
아울러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의 86%가 이번에도 이 후보를 찍겠다고 답했다. 반면 3년 전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 가운데 김문수 후보 지지는 61%에 그쳤다. 11%는 이준석 후보, 6%는 이재명 후보로 지지세가 분산됐다.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50%를 넘은 득표율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51.6%)가 유일하다. 박근혜 후보는 당시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특히 대구(80.1%)와 경북(80.8%)에서 80% 넘게 득표했으며, 부산(59.8%)·울산(59.8%)·경남(63.1%)에서는 60.9%를 얻었다.
거꾸로 보면 이재명 후보는 보수의 아성인 영남 득표율을 높이는 것이 압승의 첫 조건이 된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영남권 민심이 흔들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 이재명, '보수 텃밭' TK 30%, 부·울·경 40% 얻을까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5월 3주 조사 결과, 민주당 험지로 불리는 부산·울산·경남에서 이재명 후보(41%)가 김문수 후보(39%)를 넘어섰다. 입소스가 한국경제신문 의뢰로 16~17일 성인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PK에서 46%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김 후보(41%)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부산(38.2%)·울산(40.8%)·경남(37.4%)에서 평균 38.8%를 득표한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반면 당시 부·울·경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은 윤석열 후보에 비하면 김문수 후보는 아직 50%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늘 고전을 면치 못했던 대구·경북(TK)에서의 성적도 상승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TK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무려 8.8%P 상승한 43.5%로 나타났다. 김 후보(44.9%)와는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지난번 대선에서 이 후보가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21.6%, 23.8%를 득표한 것과 비교하면 TK지지율도 상당한 약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두고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CBS노컷뉴스에 "보수 정치의 집토끼들이 무너지고 있는 징표"라고 평가했다. 김 평론가는 "이번 대선 국면 자체가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시작했고,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게 '반이재명 정서'였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결별도 안 되면서 이 역시 작동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이어진 탄핵 국면과 파면, 여기에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 내홍이 보수 텃밭의 표심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김문수 후보가 보수층을 충분하게 흡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 정리가 명확하게 되지 않으면서 영남 사람들을 흡수하는 데 제약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 탈당 이후 선거 막판으로 가게 되면, 애초에 갖고 있던 전통적 정서들이 좀 더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영남에서의 김문수 지지율은 지금보다는 개선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12·3 내란과 탄핵 겪은 '이대남' 표심, 李로 향할까
지난 대선에서 보수화 경향을 보이며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30대 남성의 표심의 향배도 중요하다.
2000년대 들어 선거판에서는 '세대투표'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젊은 층은 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대두됐다. 그러나 지난 2021년 4월 7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2030 남성들이 보수 지지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 이슈를 업고 2030 남성, 특히 '이대남'이라 불리는 20대 남성층의 지지를 얻으며 가까스로 당선됐다.
방송 3사가 실시한 제20대 대선 출구조사에서도 과반이 넘는 20대 여성(58.0%)은 이재명 후보를, 20대 남성(58.7%)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표를 던졌다. 30대에서도 이 후보에 대한 지지는 여성(49.7%)이, 윤 당선인에 대한 지지는 남성(52.8%)이 더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여가부 폐지 공약은 실패했고, 강조했던 공정 역시 무너졌다. 윤석열 정부 3년 차에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20대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 우세가 많이 감소했다.
22대 총선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지지한 20대 남성은 31.5%로 나타났다. 20대 대선보다 무려 27.2%P 낮아진 수치다. 반대로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투표했다는 20대 남성은 26.6%로 나타났다.
앞서 인용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18~29세 여성들의 49%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반면, 18~29세 남성들은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26%로 가장 높았다.
김민하 평론가는 "이전 대선처럼 (2030 남녀 표심 차이가) 드라마틱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젊은 남성에서 이준석 후보 지지 성향이 조금 높게 나타날 것이고, 젊은 여성층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가 높았는데 이번엔 여성 공약 문제나 논란과 관련해 아직 망설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면은 양쪽이 팽팽한 상황에서 스윙보터에게 기대는 국면 자체가 아니"라며 "지금 국민의힘은 집토끼가 유실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국면에 머물러 있다. 그렇기에 소위 젊은 남성 유권자 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한국일보 의뢰)는 웹조사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P, 응답률은 31.5%고, 입소스 여론조사(한국경제신문 의뢰)는 무선전화 면접 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6.8%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면접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6.4%, 입소스·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MBC·KBS·SBS 의뢰) 여론조사는 무선 100% 전화면접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응답률은 24.9%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025.05.2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