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안…李 '사각지대 해소' vs 金 '재정안정'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화된 가운데,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대선 후보들의 해법도 뚜렷하게 갈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사각지대 해소에 방점을 찍은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청년세대의 불신 해소와 재정 안정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에 방점 찍은 李…"'저소득' 기준 구체화해야"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주요 대선 후보들은 국민연금 개혁 방향 등이 담긴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재명 후보는 '생애주기별 소득보장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및 연금개혁 지속 추진"을 제시했다. 법적 가입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제도 밖에 머무는 이들을 연금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국민연금 사각지대는 적지 않다. 지난해 6월 기준, 18~59세 국민연금 가입 대상자 3010만 명 중 약 1034만 명(34.4%)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 중 674만 명은 아예 가입하지 않았고, 실직이나 사업 중단으로 납부 예외자가 된 이들이 287만 명, 장기 체납자는 73만 명에 달한다.
특히 소득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과 실직 또는 경력단절 상태의 청년·여성이 주된 사각지대 계층으로 꼽힌다. 제도가 사회안전망으로 제 기능을 하려면 이들의 포섭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유니온 김지현 사무처장은 지난 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간담회에서 "저소득층, 경력단절자, 프리랜서, 여성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고, 연금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가입 기간 확대 등 연금크레딧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사각지대 해소 방안 중 하나로 군 복무 크레딧 확대를 제시했다. 최근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군 복무 인정 기간은 기존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늘었으며, 향후 전 복무 기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 후보는 당대표 시절 연금개혁 과정에서 이를 관철하지 못한 데 대해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남찬섭 교수는 "개정 국민연금법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확대한다고 명시했지만, '저소득'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군 복무 크레딧은 전체 복무기간으로 확대하고, 출산 크레딧도 현재 자녀 1인당 12개월에서 24개월로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재정 기반 만든다' 金…"자동조정장치·퇴직 후 재고용 함께"
반면 김문수 후보는 '청년안심 국민연금'을 앞세워 청년세대의 신뢰 회복에 방점을 찍는다. "청년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 2차 개혁을 통해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각종 연금개혁 논의기구에 청년의 참여를 보장하고, 청년이 개혁 논의의 시작부터 결론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앞서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모수개혁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33년까지 8년에 걸쳐 13%로 인상하고, 2028년 40%로 떨어질 예정이었던 소득대체율(올해 41.5%)을 내년부터 43%로 올리는 것이 핵심인데, 일부 청년층에서는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2056년에서 2071년으로 15년 늦췄다고 해도, 이는 연평균 기금 수익률이 현행 4.5%에서 5.5%로 1%p 올라야 가능한 수치다. 수익률이 오르지 않으면 2064년까지 8년 연장될 뿐이다. 김 후보가 "미래세대가 국민연금을 못 받을 걱정이 없는 재정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김 후보는 인구 구조 변화나 재정 악화 등에 따라 연금제도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연금 재정이 일정 기준 이하로 악화되면 급여율·보험료율·수급연령 등을 자동 조정하는 제도로, 정치적 개입 없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생애 연금 수령 총액은 동일하더라도 수급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매월 지급액을 줄여 지급하는 핀란드식 준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연금 의무 가입 연령을 현재 59세까지에서 64세까지로 늘리고,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통해 실제 정년을 유연하게 운용한다면, 자동조정장치의 도입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후보도 청년세대의 불만에 주목했다. 그는 "'낸 만큼은 반드시 받는' 공정하고 안정적인 연금제도를 확립하겠다"며 세대 간 형평성을 강조했다.
특히 세 후보 중 가장 급진적인 개혁안으로 '신·구 연금 재정 분리'를 제안했다. 개혁 시점 이후 납입되는 보험료를 별도 계정(신연금)으로 관리해 기존 연금 재정(구연금)과 분리하고, 납입액에 따라 수급액이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청년 세대가 지금의 연금제도를 '내고도 못 받는 구조'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제도 신뢰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 후보는 "기대 수익비를 1로 조정해 '낸 만큼 받는' 구조로 항구적인 연금 안정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명예연구위원은 "우선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뒤에 보험료를 더 올리는 조건으로 신·구 연금 재정 분리로 가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남 교수는 "신·구 연금 분리를 위해 필요한 전환 비용이 600조~170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2025.05.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