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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교육 이어 아동 복지까지 손댄 리박스쿨?…5년 전 '그룹홈' 설립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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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공작 의혹' 제기된 리박스쿨
'늘봄 강사' 육성 전 '그룹홈' 운영자 육성 프로그램도
프로그램 목적에 '애국교육', '미래유권자 아동육성' 명시
참여대상으로는 '애국시민'…리박스쿨 관계자들 "기억 안 나"
리박스쿨 대표 "난 연약한 애국시민일 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박스쿨 사무실 앞 풍경. 독자 제공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박스쿨 사무실 앞 풍경. 독자 제공
보수 성향 단체 '리박스쿨'이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늘봄학교) 자격증 발급을 미끼로 댓글 공작 참여자를 모으고, 실제 발급으로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주입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리박스쿨에서 소규모 아동 복지시설(그룹홈) 운영자를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프로그램 홍보물에는 자유우파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수호 신앙애국교육'과 '미래 유권자 아동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며 '사회복지사 2급 자격 취득을 위한 지원'이 수료생 특전으로 적시됐다. 자격증을 고리 삼은 대목은 최근 불거진 의혹 내용과도 유사하다. 때문에 리박스쿨이 극우 이념 전파 수단으로 늘봄학교에 앞서 소규모 복지시설을 표적 삼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리박스쿨은 2020년 5월 '구국의 띠잇기 교육 국민함께 복지학교'라는 이름으로 아동복지시설 그룹홈 운영자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주관했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나 청소년 등이 소규모로 공동생활을 하며 보호와 돌봄을 받는 아동복지시설로, 정부 지원 대상이다.

해당 프로그램 홍보물에서 리박스쿨은 "함께 그룹홈 설립을 준비해 1년 뒤 사회복지사 2급 자격, 학위 취득이 가능한 사이버교육 단체수강 등록 업무 등을 행정 지원하겠다"고 홍보했다. 참여 대상으로는 앞서 해당 프로그램을 수강한 이력이 있는 사람, 사회복지사 1·2급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 '애국시민'이 명시됐다.

교육 내용으로는 그룹홈 운영 노하우 전수와 함께 (시설) 설립절차, 아동돌봄 개별 상담까지 '시리즈'로 이뤄진다고 홍보됐다.
 
리박스쿨 측은 홍보물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목적에 대해 '자유우파 생존전략, 정부예산 활용한 한미일'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한미일'은 △한국수호 신앙애국교육 △미래유권자 아동육성 △일자리창출 생태계 조성 운동의 각 앞글자를 딴 명칭이다. 이에 더해 '주민 밀착 자립형 활동가 100명 양성'도 프로그램 운영 목적 중 하나로 언급됐다. 복지시설 운영자 양성을 명분으로,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 극우 성향의 정치·이념 교육을 병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리박스쿨 측은 참고사항으로 "민주당, 정의당, 민노총은 복지시설 운영을 통해 먹이사슬을 완성해 지역구를 관리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프로그램이 명명된 그대로 아동복지시설 운영을 위한 게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보수 성향 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여론 조작 관련 보도가 나온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빌딩에 리박스쿨 사무실 간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보수 성향 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여론 조작 관련 보도가 나온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빌딩에 리박스쿨 사무실 간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당시 그룹홈 운영 양성 과정에서 강의를 맡았던 A목사는 "리박스쿨 손모 대표의 요청으로 1회성 강의를 자원봉사격로 강의료도 받지 않고 한 게 전부"라며 "강의에서 특정 정치 성향이나 이념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리박스쿨 관계자들은 모두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
을 내놨다. 당시 리박스쿨 교육국장을 맡았던 B씨는 "오래된 얘기라 기억도 나질 않는다"며 "나는 지난 2023년 10월에 리박스쿨을 그만뒀다"고 했다.

리박스쿨 손모 대표 역시 CBS노컷뉴스에 프로그램 목적에 '자유우파 생존전략', '한국수호 신앙애국교육', '미래유권자 아동육성' 등이 언급된 이유를 묻자 "너무 오래전 일이라 생각이 안 난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공직 생활을 정년퇴직한 여성으로서 좌파우파 용어도 모르던 사람"이라며 "대통령 탄핵으로 나라에 변고가 생겼다는 생각에 거리로 뛰쳐 나온 연약한 애국 시민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지난달 31일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의 보도 이후 리박스쿨은 '댓글 공작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타파는 리박스쿨이 댓글 공작 참여자를 늘봄학교 강사로 채용하고 서울 시내 일부 초등학교에 늘봄 프로그램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늘봄학교 강사 지망생이 모인 단톡방에서는 댓글 공작 지시가 있었고, 연수 과정에 극우 성향의 한국사 내용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자격증 발급을 유인책으로 사람을 모은 뒤에 특정 정치 성향에 관한 교육을 바탕으로 댓글 공작을 지시했다는 게 의혹 내용의 골자다. 교육부는 이 의혹과 관련된 전수조사에 나선 상태다.

이와 관련해 리박스쿨 측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미끼로 댓글 공작팀을 모집했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리박스쿨은 늘봄강사 교육 과정의 회원들에게 댓글을 강요하거나 조건으로 내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자손군'을 희망한 시민들이 공론장에서 자발적으로 표현한 의견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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