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강서구 ASSA 아트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1차 경선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정복, 홍준표, 김문수, 안철수, 양향자, 나경원, 이철우, 한동훈 후보.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이 막바지로 달려가면서 안철수 후보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한동훈 후보는 과거 한마디도 지지 않고 상대 후보의 말꼬리를 잡는 등 설전을 벌이던 모습과는 달리 공격을 자제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이들의 달라진 모습은 현재 '3강(김·한·홍) 2중(나·안)' 구도가 배경이다. 4위권 싸움을 하고 있는 안 후보는 치열한 전투를 위해, 3강에 든 한 후보는 무리수 둘 필요 없이 강성 지지자들까지 끌어안기 위해 각자의 계산이 깔린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철수' 된 안철수 "몰염치의 끝", "부끄러운줄 알라"
국민의힘 안철수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21일 안 후보는 대구시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반탄(탄핵 반대) 후보들, 어딜 염치없이 대선에 나가나. 제발 당원 앞에 부끄러운 줄 알라"며 "탄핵을 반대한 분들은 입후보할 것이 아니라 대선 보궐선거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서는 것이 맞다"고 비판했다.
특히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나경원 후보를 향한 비난이 주를 이었다. 그는 "나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는데, 윤 전 대통령이 본인에게 대선에 나가라고 하셨다면서 흘리다가 토론에서는 막상 불리하니 윤 전 대통령을 언급하지 말라고 한다"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도 이 정도까지는 못한다"고 저격했다.
이어 "헌재에서 '탄핵 각하'를 외치던 분이 탄핵이 인용되자마자 대선 판에 뛰어든 모습"이라며 "그 말과 행동이 어떻게 정당화되느냐. 몰염치의 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권과 사욕만 그득해, 보수를 괴멸시킬 사람들", "나라를 통째로 이재명에게 헌납할 인물들"이라고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안 후보와 나 후보의 설전은 이날뿐이 아니다. 앞서 안 후보는 나 후보를 향해 "전광훈당으로 가서 경선하라"고 저격했고, 나 후보는 "남의 둥지에 알 낳고 다니는 뻐꾸기 그만하시고 당을 떠나라"고 받아치면서 불이 붙었다.
특히 나 후보는 "대선 때마다 이 당 저 당 다니면서 출마한 분", "내부총질"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고, 안 후보는 "정신 차리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그러자 나 후보는 "급하긴 급한가 보다"라고 비꼬면서도 "이제는 탄핵을 반대한 분들도 찬성한 분들도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왼쪽부터 안철수, 나경원 예비후보. 연합뉴스이들 신경전의 배경에는 치열한 '4위 싸움'이 꼽힌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에서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했을 때는 안 후보가 4위 안에 들지만, 경선룰인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는 나 후보가 오차범위 내로 앞서는 등 순위가 뒤바뀌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홍준표(13.9%), 한동훈(13.6%), 김문수(13.5%), 안철수(9.1%), 나경원(4.8%) 등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 또는 '무당층' 응답자로만 따져보면 한동훈(21.1%), 김문수(21.0%), 홍준표(20.6%), 나경원(7.2%), 안철수(6.1%) 등으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특히 나 후보와 안 후보의 차이는 1.1%p로 접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말꼬리 잡던 한동훈, 이번엔 집중 공세에도 두들겨맞기만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1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경선후보인 한동훈 전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윤창원 기자반면 한동훈 후보는 최근 토론회에서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전당대회 레이스 과정에서 나 후보와의 토론 도중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나 후보는 토론회가 끝난 뒤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한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 후보가 "그간 좋은 자리 많이 하셨는데, 보수 통합을 위해 대통령 후보는 그만두고 헌신하는 게 어떤가"라고 묻자 "나 후보님의 정치를 응원한다. 저도 국민을 위해 지금 이 상황에서 꼭 필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응수했다.
이어 이철우 후보의 "108명 국회의원을 준 것은 탄핵하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왜 경솔하게 탄핵에 들어갔나. 탄핵소추를 안 했으면 헌법재판 자체를 받을 필요가 없었지 않나. 한 후보가 우리 당 후보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닌가"란 공격에도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특히 한 후보는 홍준표 후보를 향해선 "선배께서 쓰신 책을 자세히 봤다. 저와 굉장히 같은 방향이 많다", "저 괜찮게 보셨던데, 저도 선배님 좋아한다"는 등 낮은 자세로 일관했다. 또 홍 후보의 '키높이 구두', '보정속옷' 등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질문에도 "유치하시다"고 응수하는데 그쳤다.
법무부장관 재직 시절 국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말꼬리 등을 잡으며 반박했던 모습과는 달라졌다는 평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구도상 상위권 중 혼자만 찬탄파인 상황이라 약자 프레임을 통해 동정표를 가져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22일 오후 7시 이후 1차 경선 결과를 발표한다. 1차 경선은 당원투표 없이 100% '국민여론조사'만 실시하며, 역선택 방지조항이 적용돼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5개의 여론조사기관이 800명씩, 총 4천명에게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합산, 2차 경선 진출자 4명을 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