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윈예술단 홈페이지 캡처중국당국과 국내 교계에서 사이비로 규정한 '파룬궁'과 연관된 한 예술단체의 공연이 경기 과천시에서 열리기로 하면서, 여러 이단 이슈로 몸살을 앓아온 지역사회에 반발이 일고 있다.
과천 공연 전석 매진, 소개글서 '파룬궁 당위성' 강조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뉴욕 션윈(shen yun)예술단의 월드투어 공연은 5월 9~10일 900여석 규모의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된다. 지난 2014년에 이은 두 번째 과천 공연으로, 최대 25만 원(R석)에 달하는 입장권은 두 차례 공연 모두 매진됐다.
이 예술단의 홈페이지를 보면, 공연은 '천상의 존재가 추는 춤의 아름다움'을 제목으로 신화 형태의 중국 고대문화(황실·영웅담·노자철학)를 화려한 전통의상과 군무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공연 소개글에는 "수십 년 공산정권 통치로 신전문화의 많은 부분이 사라져버렸다"며 "세계가 사랑하지만, 중국 정부는 두려워하는 공연"이라는 정치적 비판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예술단 측은 단원들이 파룬궁 수련자임을 밝히며 "파룬궁은 평화로운 명상 수련법으로, 중국 공산당의 박해를 받은 가슴 아픈 이야기도 무대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예술 퍼포먼스 형태이지만, 핵심 취지와 내용은 파룬궁의 당위성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읽힌다.
中·교계 일각 '사이비' 규정…과천문화재단 "예술로 판단"
션윈예술단 홈페이지 캡처문제는 파룬궁이 사이비 종교 논란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다.
파룬궁은 창시자를 살아있는 부처로 여기고 종말론을 주장한다. 특유의 수련법을 내세워 '명상수련 해야 천국 간다', '불치병을 치유한다' 등의 논리를 펴 구성원의 정신적 현혹과 가정 파탄, 사회 혼란 등이 우려되면서, 1999년 중국 정부는 사교(邪敎)로 지정해 금지했다.
한국 기독교계 일각(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도 △중생의 구원자는 이홍지(창세주) △죽은 자를 살려냄 △수련해야 천국행 등의 주장을 문제 삼아 파룬궁을 사이비 종교로 규정한 바 있다.
또한 공산당에 대적해온 파룬궁 계열의 인터넷매체 등은 '미국 부정선거 음모론', '코로나19 중국 개입설' 등을 다루고, 12·3 내란 사태 국면에서는 보수단체 인터뷰를 싣는 등 국내 극우진영과의 연계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는다.
교계와 일반 시민사회가 션윈 공연을 순수 문화예술로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다만 과천시민회관의 운영 주체인 과천문화재단은 지금까지는 '예술' 요소를 기준으로 대관 승인을 했다면서도, 종교·정치적 논란이 있는 만큼 관련 규정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과천문화재단 대관규정(제9조)은 "특정 종교의 포교 및 집회행위, 정치와 관련된 행위 및 특정제품의 선전 판매 등 상업적 행위를 목적으로 할 경우 사용 제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포교와 정치 행위 등에 관한 구체적 범위와 기준은 제시돼 있지 않다.
과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작년 11월 정기대관 승인으로 허가한 공연이다. 신청서류를 기준으로 볼 때 예술적 부분을 중점 감안했다"면서 "향후에는 사회적 논란이 되는 부분들도 종합 고려할 수 있도록 대관규정 등을 세밀하게 개정하는 등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사이비냐"…지역사회+교계 반발, 집회 예고
과천문화재단 제공과천 지역사회와 일부 교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과천지역은 이단 신천지의 근거지로 각종 사회적 갈등을 겪는가 하면, 또 다른 사이비 의혹을 받는 단체들의 종교부지 매입 등으로 혼란을 겪어온 만큼, 사실상 파룬궁과 연결된 션윈예술단 공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더욱이 이번처럼 사이비 논란에 휩싸인 공연 등에 허가를 내주면, 유사한 행사들에 대해 공공시설 사용을 저지할 명분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지역 내 이단·사이비 문제 대응을 주도해온 '과천지킴시민연대(이하 연대)' 측은 오는 10일 공연장 주변에서 열릴 예정인 반대집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보태기로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과 국내 이단 대응 상담소 등 6개 단체가 합동으로 마련한 집회다.
핵심은 이미 문화공연으로 허가된 행사를 강제 중단하지는 못하더라도, 공연의 실질적 주체와 메시지, 포교성을 적극 알려 시민들이 왜곡된 정보와 사상에 빠지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또 다시 공연 추진 시 공연장 대관 심사 과정에 시민 보호와 지역사회 혼란 방지 등이 적극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연대는 또 과천시의회와도 간담회를 열어 대응책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지킴시민연대 김정수 총무(목사)는 "과천은 신천지, 하나님의교회 등으로 피로감이 심하다"며 "(이런 공연이) 사이비 집단의 포교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알려, 미혹되지 않게 하기 위해 집회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역사회의 반감에 대해 션윈예술단 측에 공식 입장을 질의했으나,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고 있다.
한편 7일로 예정됐던 션윈예술단의 춘천 공연의 경우, 강원대 백령아트센터 측이 관객 충돌 가능성과 교육부 산하 국립대로서 중국과의 외교 갈등 등을 우려해 대관계약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예술단은 법원에 방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