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연합뉴스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선다. 트럼프 2기 들어 아시아 정상으로는 일본이 처음이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우정을 나눴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필살기'를 숙지하는 등 우선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6일 오후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 DC에 도착했다. 이시바 총리는 7일 오전 백악관에서 2시간가량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회담을 마친 뒤 두 정상은 점심 식사를 함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일정을 마친 뒤에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이어 두 번째이자 아시아 국가 정상으론 처음이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 당국자는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에 방위비 증액 압력을 가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빌 해거티 상원의원도 6일 허드슨연구소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으로 올리라고 요구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는 회담을 앞두고 정부의 고위 관료들로 구성된 비공식 '트럼프 전략 협의회'를 소집해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요구 사항과 그에 대한 대응법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비 인상도 예상된 요구 중 하나였는데 일본 정부는 이미 방위비 증액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증액 수준을 최대한 낮추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연합 통합화력훈련. 포천=사진공동취재단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한국과도 직결된 핵심 의제인 만큼, 이번 미일 회담에서 이 요구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같은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일본에 관세를 요구할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25%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가 전격 유예했다. 중국과는 이미 서로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들어 '관세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5번째로 큰 흑자를 내는 국가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첫 회담인 만큼, 호의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대통령과 '우정'을 나눴다고 평가받는 아베 전 총리의 사례를 참고해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는 5차례 골프 라운딩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아베 전 총리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도표와 같은 시각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대미 투자 상황 등을 설명했다고 한다. 성격, 행동 원리도 파악해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도 이를 답습해 경제·외교·국방 등 여러 사안에 대한 상정 문답을 만들어 암기하고 시각 자료를 활용해 설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소송전을 감수하면서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 인수를 추진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협상에 진전이 있을지도 관심이다. 미국과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정상회담 전날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의 데이비드 버릿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한 것에 주목했다.
회동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중단 명령'을 내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건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US스틸을 약 141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전미철강노조(USW)와 일부 정치인을 중심으로 '미국 산업화의 상징인 회사를 일본 기업에 팔 수 없다'는 반대가 확산해 난관에 봉착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도 강하게 반대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회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US스틸 CEO를 만난 배경을 두고 그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닌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