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응원행사에 많은 미국인들이 참가해 클로이 김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사진=워싱턴 장규석 특파원)
12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한국문화원은 함성과 환호로 가득 찼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대표팀의 ‘천재 스노보더’ 클로이 김이 스노보드 여자 하이파이프 결선에서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각기 다른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200여명의 관중들은 지구 반대편 평창에서 클로이 김이 멋진 공중 회전 등의 묘기를 선보일 때마다 탄성을 질렀다. 또 2차 시기에서 2연속 1080도 회전을 시도하다 실수가 나올 때는 다 같이 아쉬움의 탄식을 내뱉았다.
모두들 한 손에는 치킨, 다른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있었다. 한국계 미국인인 클로이 김 선수의 경기에서 한국과 미국의 구분은 굳이 필요없었다.
이날 모인 이들은 대부분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세종학당의 한국어 강좌나 한국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 한국영화 감상회 등에 한 번 이상 참석해 본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경기 응원을 위해 모인 것은 처음이었다. 또 서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대형 스크린을 보며 치킨과 맥주를 나누면서 다같이 경기 응원을 하는 경험도 처음이라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모두 한국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쉽게 분위기에 녹아드는 모습이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클로이 김 응원행사에 참여한 미국인들이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제기차기와 투호 등을 즐기고 있다. (사진=장규석 워싱턴 특파원)
한국 영화를 즐긴다는 조지 리디(62) 씨는 이날 “친구들과 모여서 TV를 보거나 한 적은 있지만 이런 식의 응원은 태어나 처음”이라면서도 “여러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서 한 목소리로 응원하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응원 행사에 나온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미국 대표팀의 클로이 김을 응원했지만, 다른 나라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도 환호와 응원을 보냈다. 또 클로이 김이 한국계 미국인이기는 하지만 굳이 한국과 미국을 나누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친구들을 따라 이날 응원행사에 왔다는 중국계 미국인 웬디 웡(36) 씨는 클로이 김이 한국계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과거에 아시아계 미국인인 미셸 콴이 피겨 스케이팅으로 스타가 된 적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클로이 김의 부모의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일 뿐, 사람들은 클로이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매우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모인 이들은 한국과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해 눈길을 끌었다.
막간을 이용해 열린 퀴즈 시간에 사람들은 한국에서 앞서 올림픽이 열린 연도와 장소가 1988년 서울이라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었고, 평창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가 ‘수호랑’과 ‘반다비’라는 것도 꿰고 있었다.
수호랑이 올림픽, 반다비가 패럴림픽의 마스코트라는 것, 또 평창 외에 강릉에서도 올림픽 경기가 열린다는 퀴즈까지 쉽게 맞춰, 개최국에서 온 기자를 무색하게 했다.
이번 응원행사를 준비한 워싱턴 한국문화원 박명순 원장은 “문화원에서 스포츠 경기 응원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미리 예정된 행사가 아니라 다소 급하게 공지가 나갔는데도 행사에 참가하겠다는 예약이 초반에 모두 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들어 문화원 주최 행사에 참여하는 미국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미국인들이 워싱턴 지역에서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