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칠구
스키점프 대표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국가대표'' 속의 강칠구(김지석)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비록 나가노 올림픽에서 기상 악화 속에 무리하게 스키점프를 시도하다 다리 부상을 당하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영화는 4년 후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 무대에 서는 모습으로 결말을 맺는다.
그러나 현실 속의 강칠구(26, 하이원)는 다음달 밴쿠버에서 열리는 2010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19일 국제스키연맹(FIS) 발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FIS 주관 대회 출전 성적들을 기준으로 한 포인트 합산 결과 최흥철, 김현기, 최용직(이상 하이원)만이 출전권을 확보, 4명이 한 팀을 이뤄 나서는 단체전 출전은 좌절됐다.
개인전 티켓을 놓친데 이어 강칠구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단체전 출전 희망마저 물거품이된 상황. 그러나 강칠구는 담담했다.
강칠구는 19일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2008년 7월부터 올해 1월17일 경기까지의 성적이 합산되는데 그동안 대회에서 쌓아놨던 포인트가 부족했다"면서 "아쉬운 점은 욕심만큼 많은 대회를 나가지 못해 효율적으로 포인트를 쌓지 못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국 스키점프가 올림픽 무대를 밟은 것은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였지만, 강칠구의 올림픽 데뷔는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였다. 당시 올림픽에 처녀 출전한 강칠구는 단체전에서 동료들과 함께 결선 진출을 의미하는 8위 성적을 내며 성공적인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13위에 그치면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별러왔었다.
"밴쿠버에는 못 가게 됐지만, 동료들이 개인전에서 정말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강칠구는 "사실 영화 흥행으로 소속팀도 생기고 했지만 아직 한국의 스키점프 현실은 세계 수준의 팀들과는 거리가 있다"며 "따라서 스키점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위해서라도 동료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지난 9월, 영화 ''국가대표''의 흥행으로 무적 신분을 벗은 강칠구지만 여전히 훈련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하이원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생계에 대한 불안감은 떨칠 수 있었지만,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월드컵과 컨티넨탈컵에 출전해 올림픽을 위한 포인트를 꾸준히 쌓아나가야 하는 대표팀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한 예로 4명의 선수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의 코칭스태프는 김흥수 코치가 유일하다. 어시스던트 코치는 물론 트레이너도 없다. 일본 및 유럽팀들의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최소 3명에서 5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열악하기만 하다. 이렇다 보니 동시에 열리는 두 개 대회에 선수들이 각각 출전해야 할 경우 일부 선수는 코치없이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선진 기술과 FIS의 규정 변경 등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세계적인 기술 변화에 대해 조언해줄 사람도 없다. 김 코치를 비롯한 대표팀은 외국인 코치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스폰서 하나 없는 스키점프 대표팀이 외국인 코치를 선임하는 일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BestNocut_R]"대표팀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하다"는 강칠구는 "그만 두고 싶은 심정일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더욱이 지난 여름 영화 흥행으로 인해 집중됐던 관심도 현저히 떨어져 스폰서를 구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
따라서 강칠구는 자신으로 인해 단체전 출전이 좌절된 것에 대해 미안함을 표함과 동시에 "동료들이 영화로 비롯된 관심과 지원을 올림픽에서의 활약으로 이어가길 바란다"는 간절한 바람을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