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는 지난달 21일 미니 3집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을 발매했다. ATRP 제공솔로로는 세 번째 미니앨범인 가수 츄의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Only cry in the rain). 그동안 낸 앨범과 연결돼 있으면서도 더 성숙한 츄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자에게도 남다른 앨범이다.
전체적인 콘셉트와 곡 수집, 가창과 녹음 같은 기본적인 부분뿐 아니라, 앨범을 더 폭넓고 깊게 감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전 프로모션 하나하나에까지 신경 썼다. 보안 인증창을 연상케 하는 개성있는 티저 이미지부터 스토리텔링 뮤직비디오에 이어 청음회와 전시회까지 마련했다.
CBS노컷뉴스는 츄의 세 번째 미니앨범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제작기를 소속사 ATRP 김진미 대표에게 들어보았다. 김 대표는 이번 앨범의 기획부터 곡 수급, 녹음, 앨범 패키징과 프로모션까지 전 과정을 총괄했다. 지난 5일 서면 인터뷰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1. 세 번째 미니앨범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감정'에 집중하는 앨범이라고 주로 소개되는데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김진미 대표 : 첫 솔로 앨범 '하울'이 감정을 처음으로 밖으로 외치는 용기였다면,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감정을 조용히 안아주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마음을 자주 감추거나 눌러두곤 하죠. 이번 앨범은 그런 감정이 사실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정각처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라는 은유에서 출발했어요. '비 오는 날'이라는 설정은, 그런 감정들이 스스로에게 허락되는 아주 드문 타이밍을 상징합니다. 마치 울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는 사람처럼요. 이 앨범은 다루기 어려운 감정에 대한 부드럽고 은유적인 시도였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번 앨범이 츄라는 아티스트의 감정적 성장을 드러내는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늘 밝은 에너지로 사랑받아온 아티스트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마주하고, 표현한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 도전이 자연스럽고 단단하게 녹아든 앨범입니다.
감정이라는 건 언제나 '혼자만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함께였던 순간들'로부터 비롯된 것이기도 하잖아요. 이 앨범에도 그런 츄의 서사가 담겨 있습니다. 츄의 앨범은 첫 솔로부터 늘 소녀와 그 곁의 친구들 그리고 청춘의 우정에 대해 이야기해왔어요. 늘 곁에 있던 두 명의 몬스터 혹은 친구, 이들이 함께 겪은 잊히는 계절과 시간이 깃들어 있습니다. '하울'의 터져 나오는 감정의 외침, '스트로베리 러시'(Strawberry Rush)의 에너제틱함, 이번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까지 그 모든 감정의 결을 고요히 끌어안으며 이어지는 연작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겉으로는 감정을 중심에 둔 앨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우리'가 있습니다. 혼자 우는 장면조차 친구와 함께한 기억 위에 있고, 무대 위의 츄도, 무대 밖의 츄도 사실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였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숨겨두고 있습니다. 감정은 외로운 것이지만, 공감은 항상 함께하는 것이니까요.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9컷 티저. 츄 공식 트위터2.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티저 중 CAPTCHA(보안 인증창) 형식의 9컷 티저가 눈에 띄었습니다. 기획 의도를 듣고 싶습니다.김진미 대표 : 핵심 주제인 '감정'을 처음으로 시각 언어로 풀어낸 출발점이자,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어요. 이 티저를 통해 앨범의 전체 콘셉트를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CAPTCHA(보안 인증창) 형식을 가져온 이유는, 감정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로봇과 가장 먼 영역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의 감정도 어떤 순간엔 '증명'을 요구받을 때가 있죠. 슬픈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마음을 꺼내 보여야만 이해받는 순간들처럼요. 그래서 이 티저는 단순히 콘셉트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지금 이 감정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나요?'라는 조용한 질문을 건네는 장치가 되길 바랐어요.
이어지는 9컷 이미지는 90년대 아날로그 사진의 흐릿한 질감을 덧입혀, 앨범의 정서를 상상하고 퍼즐처럼 조립해보게 하는 유도 장치였어요. '이 앨범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들고 싶었고요. 타이틀곡 가사에 등장하는 '정각'을 상징하는 시계, 수록곡 '키스 어 키티'와 연결된 창밖의 고양이, 우산이 걸린 정류장과 아스팔트를 걷는 츄의 모습은 모두 이번 앨범의 테마인 '기억 속 감정으로 걸어 들어가는 시간'을 시각적으로 은유한 요소입니다.
3. 앨범 표지나 하이라이트 메들리,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뮤직비디오에도 애니메이션 효과가 나오는데 이렇게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김진미 대표 :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에서 애니메이션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 현실과 기억 사이의 간극을 부드럽게 메워줄 정서적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기억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불완전하고 유동적인 감정의 파편이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흐릿해지고, 덧칠되기도 하고, 때론 왜곡되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감정의 미세한 파동과 불확실함을 리얼한 영상만으로 표현하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날로그 감성 위에, 애니메이션이라는 기억의 여백과 상상의 층위를 더해보고자 했어요. 예를 들어, 눈물을 흘리는 아스키 아트 소녀의 오프닝 티저, 하이라이트 메들리에서 감정이 번지듯 흐르는 눈물의 움직임, 뮤직비디오 속에서 현실 장면과 교차되는 작은 애니메이션 파편들 이 모든 시도는 감정을 보다 감각적으로, 더 유동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마치 흐릿한 기억 속에서 유일하게 선명하게 남아 있는 한 조각의 감정, 또는 사라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자리를 남기는 감정의 잔상처럼요.
특히 이번 앨범은 청춘의 감정과 잊혀져가는 기억, 그 사이를 부유하는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장면과 애니메이션이라는 감각의 레이어가 병치될 때 서로의 정서를 더 깊이 울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애니메이션은 이 프로젝트에서 '기억을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방법'이자, 우리가 잊지 못하는 감정의 형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츄 미니 3집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앨범은 두 가지 버전으로 나왔다. 츄 공식 트위터4. 앨범을 보면 CD 크기가 작은데 검은 CD 홀더를 함께 담아 LP 같은 느낌도 나고, 편지와 무드컷 사진, 스티커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표지도 2종이고요. 앨범 디자인과 구성품, 패키징 작업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김진미 대표 : 이번 앨범은 단순한 음반이라기보다는, 90년대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세대의 감각이 교차하던 시기를 오마주하며, 청춘의 기억을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에 대한 탐색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음악을 듣는 행위뿐 아니라 '소유하고, 간직하고, 다시 꺼내보는' 감각적인 경험이 되기를 바랐고, 팬들이 자신만의 감정과 취향을 앨범 위에 직접 덧입힐 수 있도록 패키지 전체를 '컬렉팅 가능한 아카이브'로 구성했습니다.
앨범은 청춘의 결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로 블루 버전(푸른 감정) 과 그레이 버전(불안과 성장의 결), 두 가지로 기획되었고요. 같은 청춘을 살아도 그 색은 각자 다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각각의 패키지가 누군가에게는 더 따뜻하게, 누군가에겐 더 서늘하게 기억되길 바랐습니다.
CD는 미니 LP 형태로 디자인하고, 다양한 형태의 스티커를 함께 제공해 팬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미고 소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단순한 음반이 아닌, 각자의 감정이 담긴 하나의 오브제로 완성되는 거죠.
뻐꾸기 색종이 접기를 포함시킨 것은 이 앨범의 핵심 소재인 '뻐꾸기 시계'에서 착안한 장치입니다. 감정을 꺼내는 상징이자, 각자의 기억을 직접 접고 남기는 체험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정교하게 접지 않아도 좋고, 찢어져도 괜찮고, 어딘가에 무심하게 붙여두어도 괜찮아요. 그런 사소한 흔적들이 결국 누군가의 '기억을 남기는 방식'이라고 믿거든요.
그래서 이번 패키지는 일종의 감정 아카이빙이에요. 누군가의 청춘, 혹은 아직 끝나지 않은 마음의 조각들을 소중하게 저장할 수 있는 작은 감정의 박스였으면 좋겠습니다.
츄 미니 3집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 앨범은 두 가지 버전으로 나왔다. 츄 공식 트위터5. 앨범에 츄씨의 편지도 담겨 있었는데요. 이번 프로젝트를 '비 오는 날의 편지'라고 한다면, 대표님은 그 편지 마지막 문장을 어떤 말로 쓰고 싶은지 궁금합니다.김진미 대표 : 정말 그렇게 표현해주신다면, 이 앨범이 '비 오는 날의 한 편지'라면 마지막 문장은 아마 이런 말이었으면 좋겠어요.
"울어도 괜찮아, 나는 네 마음을 알아."
그 말이 너무 크거나 거창하지 않기를 바랐고요. 오히려 아무 말 없이, 창밖을 함께 바라봐주는 느낌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앨범은 정답을 주려는 앨범이 아니라, 감정을 다룰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작업이었거든요.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뒤 "이 노래가 위로가 됐다" "울고 싶을 때 틀 노래가 생겼다"라는 댓글을 봤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딱 그런 마음을 건네고 싶었거든요. 누군가에게 아주 조용하게, "그 마음 알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앨범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 편지의 마지막 문장은 꼭 말일 필요는 없다고 봐요. 음악은 그 자체로도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되고, 위로가 되는 힘이 있으니까요. 다 듣고 난 후의 그 잔상, 조용한 위로, 나만 아는 여운 같은 것들이 그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결국 우리가 믿는 건,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감정이고, 그걸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게 음악이라는 점이에요.
이 앨범의 마지막 문장은, 음악이 대신 써준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6. 앨범 발매 전인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성수동 무비랜드에서 청음회와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프로모션을 기획하게 된 이유와 기대한 바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듣고 싶습니다.김진미 대표 : 이번 청음회를 기획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이 다루고 있는 '감정'이라는 테마를 단순한 음악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공간 전체로 입체적으로 확장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곡마다 흐르는 감정의 선과 서사를 음악, 오브제, 영상, 전시 요소 등과 함께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청음회의 장소 역시 '기억'과 '감정'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품을 수 있는 곳이어야 했고, 실제 뮤직비디오가 16㎜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적 감성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감성을 가장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무비랜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츄는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성수동 무비랜드에서 미니 3집 발매 기념 청음회와 전시를 진행했다. 츄 공식 트위터특히 2층 라운지 공간은 감정의 잔향, 곧 '기억의 잔상'이 머무는 전시 공간으로 연출했습니다. 실제 뮤직비디오 촬영에 사용된 필름 소품들과, 서사를 아카이빙하듯 구성한 콘티북, 그리고 앨범 속 감정적 상징을 시각화한 오브제들을 통해 관객들이 이 앨범의 감정 흐름을 더욱 가까이서, 마치 작은 영화 한 편을 따라가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7. 처음 앨범을 만들 때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이고, 현재 앨범이 완성됐을 때 처음의 그 목표가 얼마나 달성됐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진미 대표 : 매번 츄의 솔로 앨범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예능에서 보여준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 너머에 있는 '가수 츄'의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츄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많은 분들에게 따뜻한 인상을 주는 아티스트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더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내면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음악 안에서는 그 감정들을 조명하고, 말이 아닌 노래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이번 앨범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가 아닌, 감정을 전달하는 아티스트로서 츄의 정체성을 더 단단히 세우고 싶었던 작업이었습니다. 감정을 꺼내놓는 일이 어색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그런 흐름을 츄 스스로도 납득하고 소화할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츄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만들어갔어요.
앨범이 완성된 지금, 디렉터로서 완벽했다 말하긴 어렵습니다. 늘 그렇듯 "조금 더 밀어볼 걸" "여기는 다르게 해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죠. 하지만 츄라는 아티스트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 점점 더 자신감을 갖고, 자신만의 결을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앨범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완성이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것, 그것이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입니다.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그 시작점에서, 츄라는 목소리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프롤로그 같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