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넥스타엔터테인먼트에서 신곡 '다시 사랑하려 해'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연 가수 김현성. 넥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가수 인생의 황금기를 연 대표곡 '헤븐'(Heaven)은 아주 높은 음을 계속해서 내야 하는 어려운 곡이었다. 쉴 새 없이 활동하면서 목 상태가 점점 나빠졌다. 목 상태를 제일 잘 알고 있었던 건 자기 자신이었던지라, 이미 20대 후반에 '셀프 은퇴'를 했다. 더는 못 하겠다는 마음으로. 재능 있고 좋은 곡도 있었는데 혹사로 목이 나빠진 안타까운 가수로, 대중은 그를 기억했다.
코로나 시기였던 2021년, JTBC '싱어게인2-무명가수전'에 나왔을 때 그는 "실패한 가수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서, 대중분들에게. 그래서 이런 가수에요 하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서게 됐다"라고 밝혔다.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무대를 준비했고, 그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목 상태에도 '헤븐'을 완창했다.
'헤븐'을 부른 그 가수, 김현성이 돌아왔다.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과 '싱어게인2' 등에 출연해 근황을 알렸지만 신곡을 내는 건 무려 15년 만이다. 이전에도 연습과 훈련을 거듭했지만, '싱어게인2' 이후 조영수 작곡가의 적극적인 권유로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 회복에 더 힘을 쏟을 수 있었다. 시작할 때만 해도 "맥시멈(최대) 2년"을 예상했으나 결국 3년을 넘겼다. '한 곡이라도 잘 내자'라는 목표는, 이번 신곡으로 이뤘다.
4월의 마지막 날, 서울 강남구에 있는 넥스타엔터테인먼트에서 김현성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걸그룹 배드키즈(BADKIZ) 메인 보컬 출신인 아내 니카와 함께 준비한 튤립 한 송이를 취재진 한 명 한 명에게 선물한 그는 "인터뷰는 3년만"이라며 "튤립 꽃말에 '다시 시작'이란 의미가 있어서 준비해 봤다"라고 수줍게 웃었다.
지난 2021년 '싱어게인2'에 나왔을 때 김현성 모습. '싱어게인2' 캡처"3년 동안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을 스스로도 못했다"라고 운을 뗀 김현성은 "녹음하게 되고 노래 나와서 들려드리게 된 순간 자체가 너무 믿기지 않을 만큼 감격스럽고 기분이 너무 좋다. 다시 데뷔하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한창 활동할 때는 오히려 한 번도 작업해 본 적 없던 조영수 작곡가를 '싱어게인2' 출연 이후 만났다. 그는 복귀에 "영수 형"의 도움이 가장 컸다며 "여러모로 조력과 도움을 받지 않았으면 다시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다. 지금 사실 (시간이) 많이 걸린 편인데, 그 시간 동안 제가 이렇게 해내고 견뎌오고 버텨오고 했던 건 회사의 도움이 크지 않았을까"라고 바라봤다.
어떤 말을 했기에 복귀를 결심했을까. '싱어게인2' 때만 해도 김현성은 회사에 다녔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예전 같은 폼(실력)으로 되돌리기 위해 하루에 5시간씩 연습을 1년 반 이상 해 왔지만 잘되지 않았고, 어느덧 마흔이 넘어 있었다. 또다시 '가수'를 하겠다고 준비하는 게 "너무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수 입장에서 조영수라는 작곡가가 도와주겠다고 했을 때 손잡지 않는다는 건, 그건 정말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기도 했다. 한 달 정도 고민했던 김현성을, 조영수 작곡가는 기다려 줬다. 직접 만나서는, 현재 가진 걱정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말했다. 이때 조 작곡가는 '회복할 때까지 우리가 기다려 줄게'라고 했고, 김현성은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됐다. 어떻게 보면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 같다.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됐다"라고 전했다.
김현성이 신곡을 내는 것은 15년 만이다. 넥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신곡 '다시 사랑하려 해'는 90년대 팝 발라드 감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노래다. 정교한 감정선과 탁월한 고음이 특징이다. 평소보다 오래 걸려서 나온 곡이었다. '김현성 슈퍼 히트송'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메신저로 받았는데, "너무 떨려가지고" 못 눌러보고 잠시 망설였다.
대중이 가진 김현성이라는 가수에 관한 인식도 있고, 컨디션도 고려해야 했고, 동시에 '요즘 청자'가 좋아할 만한 요소도 있어야 했다. 김현성은 "조영수 작곡가가 진짜 대단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바로 그런 문제를 다 풀어낸 한 곡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라며 "차 안에서 들으면서 와이프는 옆에서 울고, 저도 막 뭉클해진 기억이 있다"라고 돌아봤다.
"곡을 자세하게 천천히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도입 멜로디부터 후렴 부분까지, 영수 형이 곡을 잘 쓰는 거 알고 있었지만 진짜 마음을 많이 썼다는 게… '얘(김현성)를 다시 잘되게 해주고 싶어'라는 마음이 정말 보였어요. 그 부분이 정말 많이 뭉클했고요. 연습하는 과정에서 부르면서도 되게 절묘했던 게 '헤븐'과 '소원'의 장점이 다 녹아있더라고요. 앞부분을 들으면 '소원' 미성이고, '헤븐'의 고음과 호흡, 리듬감도 있어요. 제 목소리가 담겨 있고 그걸 되게 절묘하게 녹아냈는데 너무 록 발라드 느낌이지도 않고 팝적으로 녹여주셨죠. (제가) 록적인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지만 되게 팝 감성적인 부드러움과 섬세한 것들을 지향했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도 그런 사람이고요. 그런 걸 잘 캐치해서 영수 형도 곡을 써주신 거 같아요."'다시 사랑하려 해' 녹음은 3주 정도 걸렸다. "녹음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굉장히 무서운 일"이었다는 김현성은 "녹음실에서 녹음할 때 가장 예민하게 내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긴장도가 높아진다. 단점과 문제점이 가장 극대화돼서 드러나는 게 녹음실이었다"라고 털어놨다. 몇 년 전 녹음실에서 녹음하는 그를 보고 관계자들이 '쟤 끝났어' '쟤 목소리 갔어'라고 한 말을 건너 건너 들은 후에는, "녹음하는 것 자체에 두려움과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했다.
김현성은 '근육 긴장성 발성 장애'를 겪어 재활과 회복에 오랜 시간을 들였다고 밝혔다. 넥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이번 신곡을 준비할 때, 서너 번 정도 가녹음 과정을 거친 이유다. 김현성은 "긴 텀을 두고 녹음하고 쉬고 녹음하고 쉬는 프로세스를 영수 형이 만들어 주셨다. 그 부분을 배려하고 생각해 주신 게 저한테는 감동적이더라"라며 "이제 충분히 준비가 됐겠다 해서 녹음했다"라고 설명했다.
세 차례에 걸쳐 완성한 녹음. '가수' 김현성으로서 오랜만에 본업을 하는 것이어서 본인은 꽤 욕심을 냈다고. 그는 "다들 괜찮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아쉬운 게 있었고, 지금도 (완성된 음원에서) 아쉬운 게 있지만 어떤 부분은 받아들이고 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라고 전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녹음 '준비' 때였다. 김현성은 "이번에 회복해 가면서 (저는) '근육 긴장성 발성 장애'에 훨씬 가깝다는 걸 알았다. 목 주변 외부 근육이 긴장하고 그게 손상되는 거다. 성대결절처럼 외부적인 수술을 해서 제거되는 게 아니라 정말 잘 관리하면서 보컬 코칭하고 꾸준히 연습하는 것밖에 없다. 지금도 노래를 많이 하면 목에 통증이 올라온다"라고 밝혔다.
뜻대로 되지 않는 목 상태가 고민거리였다. 그는 "(목이) 한참 막 좋다가 어느 순간 목이 안 좋기 시작하면, (그게) 일주일 이상 되면 '안 되는 걸 내가 붙잡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과 공포심 같은 게 확 밀려오면서 정말 낭떠러지에서 확 떨어지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더라"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현성은 규현에게 신곡 '다시 사랑하려 해'를 먼저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싱어게인2' 캡처"제가 굉장히 T(MBTI 중 이성형을 의미하는 T), 상당히 T 성향"이라며 웃은 김현성은 "예전에 가수 생활 한참 하다가 활동 중단했을 때도 우울하다거나 슬프다는 걸 많이 느끼진 않았다. 오히려 다른 걸 찾으면 되지, 좋아하는 거 있으면 하면 되지 하면서 쿨하게 지냈고 감정 컨트롤을 했는데, 지난 1년 동안에는 한 3번 정도 목이 아파 오는 우울한 시기에 정말 많이 힘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래도 녹음하러 가던 날의 행복은 여전히 잊지 못한다. "'이제 녹음하자'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너무 좋았다, 신인 가수처럼"이라고 한 김현성은 "회사 4층에 녹음실이 있는데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녹음하러 들어가는 순간에 떨림, 긴장, 설렘이 있었다. '아, 나 진짜 녹음하는구나'… 이상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3년 반 만에 녹음하는 거고, 연습실-집 이 생활을 계속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과장하는 게 아니라 한순간도 노래를 회복해야 한다는 긴장감과 부담감 없이 지낸 적이 없다"라며 "다음 페이지가 지나간다는 느낌? 무엇보다도 녹음이 끝나고 운전하고 집으로 갈 때 희열감이 있더라. 혼자서 뭉클해가지고 약간 울컥한 기분으로 집에 갔던 기억이 있다"라고 부연했다.
'싱어게인2' 때 김현성을 보고 눈물을 흘렸던 규현에게는 리스닝 세션을 마련해 조금 일찍 신곡을 들려줬다. 평소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었으나, 자기 컨디션과 상황에 마음을 써 준 규현의 모습을 보고 너무 감사하고 감동했다고. 그는 "그냥 옛날 가수가 다시 한번 방송에 나와서 되게 노래를 못 부르고 끝날 수도 있었는데, 규현씨가 마음을 써 주시면서 스튜디오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그 순간 흐름이 바뀌는 기분이 있었다. 다시 컴백하면 어떤 식으로든 그 마음을 규현씨에게 갚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복귀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으로 조영수 작곡가를 꼽은 김현성의 이번 신곡 '다시 사랑하려 해' 역시 조영수 작곡가가 작곡 및 공동 편곡한 곡이다. 가사는 김이나 작사가가 썼다. 넥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신곡의) 첫 리스너는 규현씨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다가, 혹시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것까지 고려해 정중하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 바로 답을 받아 신곡을 들려줬다. 나름대로 '철통 보안' 속에서 깜짝 등장해 선물도 건넸다. 김현성은 "마음의 위시리스트 하나가 완료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신곡을 두고 김현성은 "이렇게 해석해서 불러야지, 이게 아니라 그냥 어릴 때부터 해 왔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왔다. 조영수 작곡가, 김이나 작사가, 엔지니어 등 세션 등 어떻게 보면 발라드 장인들이 모여서 만든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진짜 지금 시대에 듣는, 오랜만에 들려드리는 '정통 발라드'고, 그 시대 감성을 여과 없이, 필터 없이 들을 수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김현성 돌아왔네'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고, "제가 가장 바랐던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는 김현성. 지인들에게 "한 곡을 내는 데 3년을 태웠다"라고 농담처럼 말했다는 그는 "가장 하고 싶고, 가장 신경 쓰는 건 '녹음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며 새 노래를 더 많이 발표하는 것을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로 꼽았다.
15년 만에 발표하는 김현성의 신곡 '다시 사랑하려 해'는 오는 4일 저녁 6시에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