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강원 동해지역에서 자가격리 해제 하루 전 양수가 터져 응급상황에 처한 임신부가 보건소와 소방서, 병원 등의 협업으로 무사히 출산했다.
30일 동해시보건소 등에 따르면 임신 39주였던 A씨는 자가격리가 해제되기 하루 전인 지난 27일 저녁에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자가격리자와 관련해 음압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던 지역의 병원에서는 임신부를 받을 수 없는 처지였다. 이에 A씨 가족은 보건소로 즉각 도움을 청했다.
자가격리에 들어갈 때부터 A씨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던 동해시보건소는 양수가 터졌다는 소식을 듣고 즉각 대응에 나섰다. 보건소는 동해소방소와 협조해 A씨를 코로나19 감염 임신부 치료가 가능한 강원대병원으로 119구급차를 이용해 긴급 이송했다. 또한 방역당국과 강원대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에 즉각 통보했고, 센터 측은 119구급대원으로부터 환자 상태를 파악한 뒤 '응급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즉시 응급 산모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을 가동해 산부인과·소아과·마취과·감염내과·응급센터·수술실·감염병동·응급중환자실 등에 근무하는 의료진 30여 명에게 긴박한 상황을 공유했다. 이와 함께 환자가 도착하지 전 이동 동선과 응급 처치 방법 등을 공유하며 대기했다.
그 사이 동해에서 춘천까지 약 200㎞를 달려 강원대병원에 도착한 A씨는 10시간의 진통 끝에 이튿날인 29일 오전 3.74㎏의 건강한 아이을 낳았다.
A씨의 가족은 "자가격리 상태에서 양수가 터져 가까운 병원도 못가는 상황이라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무엇보다 많은 고생을 해 주신 의료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동해시보건소 관계자는 "A씨가 자가격리에 들어갈 때부터 출산 예정이 임박해 있는 터라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었다"며 "응급상황을 대비해 방역당국과 사전에 강원대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협의를 했기때문 당시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30일)도 지역에서 발생한 확진자의 배우자인 임신부가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지만, 출산 예정일이라 강원대병원으로 가서 분만을 해야하는 응급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동해를 비롯한 강원 영동지역에서 임신부들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거나 확진될 경우 이를 전담하는 병원이 단 1곳도 없어 임신부와 가족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료소외지역의 산모들을 살려주십시오.(코로나19 관련)'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삼척에 거주 중인 평범한 예비 아빠라고 밝힌 B씨는 "아내가 임신을 해 곧 출산을 앞두고 있지만, 출산을 앞두고 하루하루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공공보건의료센터 임준 센터장은 "분만 자체는 생명과 직결되는 만틈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필수보건의료로 어느 지역에서든지 안심하게 출산할 수 있도로 공공의료기관의 분만시설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라며 "특히 코로나와 같은 상황에서는 공공의료기관이 제대로 된 감염진료 인프라를 갖춰 응급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도록 지자체나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