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두산이 삼성을 6-4로 꺾고 3승2패로 앞서간 플레이오프(PO) 5차전. 이날 경기는 양 팀의 수비에서 희비가 엇갈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명품유격수'' 박진만을 중심으로 철벽내야진을 자랑하는 삼성이 울었다면 날쌘 외야수 이종욱을 앞세운 두산은 웃었다.
1회 두산은 1사에서 오재원-김현수의 연속안타로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4번 김동주가 삼진으로 물러났고 고영민도 3루 앞 땅볼을 치면서 선취점 기회가 무산되는 듯했다.
하지만 삼성 전천후 내야수 김재걸이 달려나오면서 포구하다 공을 빠뜨렸다. 이 실책으로 3루 주자 오재원이 홈을 밟았다.
이어 어수선한 틈을 타 2루 주자 김현수마저 2루를 돌아 홈으로 쇄도했다. 타이밍상으론 무리였지만 2루수 신명철의 홈송구가 높게 오면서 삼성은 2점째를 내줬다. 주지 않아도 될 점수들이라 더 부담이 적잖았다.
삼성도 이날 승기를 잡을 기회는 충분했다. 박진만-진갑용의 연속타자 솔로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2회. 삼성은 이어 우동균-김재걸의 연속안타로 1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안타 1개면 흔들린 두산 선발 맷 랜들을 조기강판시킬 수도 있는 호기였다. 톱타자 박한이의 타구도 우익수 쪽으로 뻗어나갈 기세였다.
하지만 총알타구가 두산 1루수 오재원의 글러브에 막혔다. 1타점 적시타가 될 만한 타구가 1루수-유격수-투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됐다. 욱일승천하려던 삼성의 초반 기세가 꺾인 순간이었다.
두산의 호수비는 7회 최대 고비에서 또 나왔다. 필승계투조 이재우가 갑자기 흔들렸다. 안타와 볼넷에 이어 신명철에게 1타점 좌선상 2루타를 내줬고 양준혁의 희생플라이로 6-4, 2점 차까지 추격당했다.
박석민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이재우가 연속볼넷을 허용,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다음 타자는 이날 홈런을 날렸던 진갑용.[BestNocut_R]
그러나 진갑용의 중전안타성 타구는 몸을 날린 중견수 이종욱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갔다. 동점을 만들어 대역전극을 노릴 만했던 삼성의 추격 의지가 날아간 순간이었다.
경기 후 김경문 두산 감독은 "중요한 순간에 이종욱과 오재원의 호수비가 나와 이길 수 있었다"면서 "역시 수비가 뒷받침돼야 강팀이 될 수 있다"며 승리 요인을 꼽았다. 선동열 삼성 감독도 이들의 호수비를 의식한 듯 "두산 쪽에 운이 따른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