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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슬기 "나이도 더 많은데 왜 여자 박태환이죠?"

정슬기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가장 기대되는 수영 선수는 단연 '마린보이' 박태환이다.'여자 수영의 간판' 정슬기(19·연세대) 역시 베이징올림픽의 메달 기대주지만 박태환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슬기는 지난 14일 폐막한 제88회 광주 전국체전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3개 이상 목에 건 선수만 무려 47명. 하지만 정슬기가 여자 평영 100m에서 3개월만에 또 다시 한국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전국체전 5관왕에 오른 박태환에 묻히고 말았다.

더욱이 대회 내내 정슬기의 이름 앞에는 '여자 박태환'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정슬기는 이 별명이 못마땅하다. "태환이는 태릉 선수촌에서 지난 2004년부터 2년간 같이 훈련한 대표팀 후배에요. 제가 나이도 더 많은데 왜 '여자 박태환'이죠?" 본인으로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지독한 연습벌레, 칸트도 울고갈 '규칙적인 생활'의 힘

정슬기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정평이 나있다. 태릉선수촌에 처음 입소한 2004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정슬기의 하루 하루는 판으로 찍어내듯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다.

스케줄은 단순하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6시간씩 물살을 가르는 정슬기는 새벽 5시부터 2시간 동안 새벽 훈련을 마친 뒤 오전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다. 태릉선수촌에 돌아오자 마자 오후 3시부터 한시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시하고, 4시30분부터는 3시간 동안 오후 훈련을 실시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한 정슬기의 하루 일과는 흐트러짐이 없다. 정슬기의 기량이 하루 하루 몰라보게 성장하는 배경에는 이같은 성실함과 꾸준한 노력이 숨어있다. 타고난 무던함과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결코 견딜 수 없는 일상이다. 시계만큼 규칙적인 삶을 살았다는 칸트도 울고 갈 정도다.

정슬기

 

그 역시 수영이 지겨워질 때도 있다. 그러나 이따금 휴가를 받아 쉴 때도 머릿 속에는 물에 대한 그리움 뿐이다. 중고등학교 때는 며칠 휴가를 받으면 친구들과 야외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지금은? 대학교에 입학한 뒤 휴가를 보낸 적이 없지만 아마 수영장으로 놀러갈 것 같단다. 물론 남자 친구를 사귈 생각도 아직은 없다.

그가 유일하게 욕심을 내는 것은 기록 단축이다. 이번 전국체전 평영 100m 종목에서 정슬기는 1분09초84를 기록, 지난 8월 방콕 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1분09초98)을 0.14초 앞당기며 우승했다. 주종목 평영 200m에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정슬기는 지난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2분24초67를 기록, 2004년 아테네올림픽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작성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페이스 대로라면 내년 올림픽 메달권 진입도 노려볼 만 하다.

물 밖에서는 '수줍음 많은 대학 초년생'

물 안에서는 '인어공주' 못지 않지만, 물 밖을 나가면 영락없이 '대학 1학년'이다. 직접 화장품을 구입한 적이 없을 정도로 외모를 꾸미는 데는 도통 관심이 없지만 네일 아트에는 관심이 많다. 대회 기간 내내 그의 엄지 발가락에는 달마시안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손톱은 형형 색색 다양한 색깔이 수놓아져 있다.

지나가던 행인이 "정슬기 선수, TV로 보던 것 보다 실물이 훨씬 낫네"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정슬기가 쑥쓰러운 웃음을 흘린다. "TV에는 실물보다 뚱뚱하게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여자인지라 어쩔 수 없이 속상하다.

요즘은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사인 요청도 심심치 않게 받는다. 그래서 최근 사인을 개발했다. 영어와 한글, 특별히 개발한 물개 그림이 어우러진다. 그를 길거리에서 본다면 사인을 요청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한글자마다 또박 또박 정성을 다하는 사인은 수영장 안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역영처럼 힘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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