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진 11일, 부산시내 각 관공서와 금융기관을 비롯해 대부분 민간 기업체와 업소가 임시 공휴일을 맞았다.
하지만 시내 전체가 한가로운 휴일 분위기를 연출한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바쁜 일터로 나가야만 했던 ''''또 다른 부산시민들''''에겐 이 하루가 오히려 ''''고역스런 날''''로 다가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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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뻐!오전 7시,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 위치한 도시철도 사상역 역사 안은 사람들로 붐비던 평소와는 달리 비교적 한산한 풍경을 보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아침 출근을 위해 분주히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전철역을 빠져나와 빗속을 달리는 그들에게 선거일이자 임시공휴일인 이 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하루일 뿐 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향한 곳은 인근에 위치한 기계부품업체가 즐비한 ''''사상공단''''이다.
직원이라고 해야 10명 남짓에 불과한 영세기업인 탓에 직원들은 ''''남들 다 쉬는 날''''이라도 군말 없이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 곳 직원 김 모 씨(45)는 ''''먹고 살려면 일해야지''''라는 짧은 말을 내뱉곤 다시 기계음 요란한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또 다른 업체 직원 천 모 씨(52)는 ''''남들은 돈 받고 쉬는데, 나만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긴 하지''''라며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천 씨는 ''''오늘이 법정 공휴일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휴가도 없고 연장근무까지...사상에서 김해로 출근을 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직원 우 모 씨(51)는 ''''지난 30년간 선거일마다 유급휴가였는데, 올해는 회사가 무급휴가로 방침을 정하는 바람에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출근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 씨는 ''''출근시간이 한 시간 늦춰졌는데 이걸로 투표하는 사람이 있겠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시내 한 대형백화점 직원인 이 모 씨(35,여)는 불평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나마 평일에는 8시에 마치는데 오늘은 휴일이라 9시에 마친다''''며 ''''급여를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이런 공휴일은 오히려 더 피곤하다''''며 연장근무에 대한 속내를 비쳤다.
같은 백화점 의류 코너에 근무하는 김 모 씨(43, 여) 역시 ''''일한지 5년 정도 됐는데 백화점에서 선거일이라고 출근시간을 늦춰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아침 일찍 일어나서 투표하고 오느라 더 피곤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선거일에 쉬지 못하는 이들 근로자의 처지는 사실 고용노동청에도 탓도 크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장현술 사무처장은 ''''노동청과 선관위에서는 임시 공휴일을 지키지 않는 사업체를 단속하지 않는다''''며 그 배경을 지적했다.
''''부산지역의 경우 대부분 100인 이하의 영세공장과 업체가 많아 법정 임시공휴일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장 사무처장은 덧붙인다.
실제 현행 근로기준법은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2년 이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으나, 부산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업주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