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시청사 전경. 의왕시 제공김성제 경기 의왕시장의 시정 관련 비판을 막기 위해 불법행위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다 적발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의왕시 공무원이 시로부터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CBS노컷뉴스 단독보도를 통해 여론조작 과정에서 김 시장이 수시로 보고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식 징계로 넘어가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왕시 공무원 A씨, 정통망법 위반으로 '경징계'…보직 유지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의왕시 공무원 A씨가 지난해 8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벌금 500만 원) 되자, 시 감사담당관실은 A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당시 감사관실은 약식기소를 근거로 A씨의 징계 수위를 '경징계'로 특정해 징계부서인 총무과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의 경징계 요구안은 인사(징계)위원회를 거쳐 확정됐다.
공무원 징계규정을 보면 경징계는 '감봉 또는 견책' 두 가지뿐이다. '지방공무원 징계기준' 표상 '비위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 경징계 대상이 된다.
반면 비위의 경중과 유형에 관계없이 '고의성'이 있으면, 최소 정직 이상의 중징계 대상으로 분류된다. 고의적인 데다 비위 정도가 심하면 '파면 또는 해임'에 처해질 수 있다.
의왕시 관계자는 "A씨에 대해 지난해 감사담당관으로부터 경징계 요구안을 받아 약식기소·명령 기준으로 경징계 조치한 게 맞다"며 "보직이 정지된 적은 없고, 세부 징계 수위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직자로서 범행, 정식재판서 형량↑…시 "징계 번복 불가"
김성제 의왕시장. 의왕시 제공하지만 A씨는 공직자 신분으로 김 시장·시정에 관한 부정여론 저지를 위해 범행을 주도한 사실 등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언론인 출신 B씨와 공모해 백운밸리 아파트단지 입주민들의 온라인 카페에 '사이버 여론조작' 글 등을 올리기 위해 제3자의 아이디·비밀번호를 이용했다.
A씨는 한 백운밸리 아파트 입주민인 C씨로부터 로그인 계정(C씨의 아들 명의)을 건네받은 뒤, 이를 B씨에게 전달해 글을 올리도록 한 혐의를 받아 왔다.
이 게시글은 아파트 입주민이 쓰는 글이라는 허위 사실로 시작해, 김 시장과 시정 관련 의혹이나 부정여론에 대한 일방적 주장과 해명은 물론, 전임 시장의 잘못으로 책임을 넘기는 정치적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더욱이 A씨는 B씨, 변호인 등과 함께 아이디 제공자인 C씨와 그의 아들을 상대로 '글 열람만이 아닌, 작성 등에도 동의했다'는 취지로 회유를 시도한 사실도 수사·재판에서 드러났다.
이 같은 카페 글 게시와 주요 증인에 대한 회유 시도 상황 등이 B씨 등을 통해 김 시장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되고, 김 시장의 피드백까지 있었던 정황도 사건 증거기록으로 남아있다.
이에 대해 당초 검찰은 벌금 500만 원의 약식기소를 했고, 이후 피고인들이 약식명령에 불복해 수원지법 안양지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결국 재판부는 "공직자로서 범행 내용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아이디 제공자를 회유하려고 하는 등 범행 후 정황 역시 매우 불량하다"며 A씨에게 기존 벌금액의 두 배인 1천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후 A씨가 항소하지 않아 형은 확정됐다.
이처럼 기존 A씨에 대한 징계 기준이 됐던 약식명령보다 형량이 더 높아졌지만, 시는 '같은 사안으로 두 번 징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방공무원징계업무 편람(행정안전부)'에 따라 이미 의결된 인사위 결정을 중대한 절차상 하자 없이 번복할 수 없다는 논리다.
지역 일각 "왜 아직도 자리 유지?"…전문가 "징계 시점 중요"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시가 A씨에 대해 봐주기식 징계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백운밸리 입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단순 비위나 실수가 아니므로 철저한 진상조사와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비판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그런 일을 저지른 공무원이 왜 아직도 자리에 있는 것이냐", "파면 등의 중징계를 해야 마땅하다", "시민이 위임한 권력을 비판여론 억압하는 데 쓴 것이다" 등의 의견이 달렸다.
전문가는 보다 합리적인 징계 수위 설정을 위해서는 징계심의와 최종 의결 시점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창호 한국정책분석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사 종결, 기소 단계에서는 죄의 경중을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 수 있다"며 "죄의 무게에 대한 합리적 판단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 징계부터 하면 높든 낮든 수위에 대한 타당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