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 인근 도로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지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한 전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연합뉴스12·3 내란사태 전까지만 해도 2%대 가까이 예상됐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1%대를 넘어 0%대로 추락해 저성장 경고음이 커지자, 3년 연속 세수 결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22년 5월 취임해 줄곧 '건전재정'을 외쳐온 윤석열 정부는 3년 임기 내내 '역대급 세수펑크'의 오명과 함께 '부실재정'만 남기고 퇴장하게 된 셈이다.
성장 전망 2.2%→0.5%…국세수입 전년比 13.6%↑ 가능할까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달 1일 '2025년 한국 경제 전망(수정)' 보고서를 내고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0.7%로 무려 1.0%p 하향 조정했다.
이로써 올해 한국경제가 0%대 초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한 국내외 주요 기관은 8곳으로 늘었다.
앞서 영국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CE)가 지난 3월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을 0.9%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하이투자증권과 IM증권, ING그룹은 0.8%,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0.7%, 씨티그룹 0.6%, JP모건은 0.5% 전망까지 내놓은 바 있다.
이처럼 경제성장 전망에 먹구름이 끼자, 올해 국세수입 전망도 어두워지는 분위기다.
국회예산정책처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중 캡처정부는 지난해 9월 2025년 본예산을 제출하면서 올해 국세수입이 382조 4천억 원으로 전년 336조 5천억 원보다 45조 9천억 원(13.6%) 증가할 걸로 추산했다.
주요 세목별로는 △법인세 62조 5천억→88조 3천억 원(41.2%↑) △소득세 117조 4천억→126조 8천억 원(8%↑) △부가가치세 82조 2천억→87조 6천억 원(6.6%↑) 증가한다고 봤다.
반면 감세 기조에 따라 상속·증여세는 15조 3천억 원에서 14조 5천억 원으로 5.2% 줄게 된다.
당시 정부가 전망한 올해 실질 성장률은 2.2%, 명목 성장률은 4.5%였다. 그러나 올해 1월 정부는 실질 성장률 전망을 1.8%, 명목 성장률 전망을 3.8%로 낮춰 잡았다.
기획재정부 산하 KDI(한국개발연구원)마저 2월 실질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더 낮추고, 한국은행(2월)과 국회예산정책처(3월)는 1.5%로 더 낮은 전망을 제시한 상황이다.
그마저도 이 같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전망치는 해외 및 민간기관의 전망과 비교하면 '장밋빛'이다.
예정처 "하반기 들어 경기 둔화 여파로 세입여건 악화" 전망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내고 올해 국세수입이 일단 상반기까지는 전년도 법인 영업실적 증가 등 영향으로 증가할 수 있지만, 추후 경기 둔화가 반영돼 세입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전년(2024년)도 개인사업자 및 법인의 영업실적 등이 전년 대비 증가해, 이를 과세기반으로 하는 법인세 신고분과 종합소득세 등이 수납되는 상반기까지는 국세수입의 수납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어 "최근 정부 및 주요 경제기관에서 발표하는 2025년 거시경제 전망의 경제성장률 등이 정부가 본예산 편성 당시 전제한 수준보다는 낮게 전망됨에 따라 2025년 국세수입의 연간 실적에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중 캡처구체적으로 "민간소비 및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하향 조정은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및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소비세수의 본예산 달성 가능성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설비투자와 통관수출 증가율의 하향 조정은 법인세 세입여건과, 통관수입 증가율의 하향 조정은 부가가치세 수입분과 관세의세입여건이 상대적으로 저하됐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아울러 "취업자 수 증가의 하향 조정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 둔화와 결합될 경우, 노동수요의 감소와 같은 근로소득세의 증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가 추진한 감세정책 역시 '부메랑'이 돼 세수를 더 악화할 수 있다. 예정처는 "2월 개정세법에 포함된 2024년 투자분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 노후자동차 교체 시 개별소비세 감면 신설 등으로 인한 세수 감소효과도 올해 세수에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심의 중 1조 8천억 원 증액돼 지난 1일 밤 13조 8천억 원으로 의결·확정돼 집행될 예정이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탓에 성장률 제고 효과는 0.1%p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추경 여파로 올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8%에서 3.3%로 늘어, 윤 정부는 결국 공언해온 '관리재정수지 적자 수준 GDP 3% 이내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특히 재정적자 비율은 결산 때 더 커질 수 있다.
윤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22년 재정수입을 53조 3천억 원 초과세수 상태로 넘겨받았지만, 그해 관리재정수지를 GDP 대비 5.4% 적자로 마무리한 바 있다. 이어 2023년엔 -3.9%, 2024년 -4.1%로 재정적자를 이어갔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의 재정정책 실패를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윤창원 기자"올해는 세수펑크 없다" 자신하던 경제부총리 사임…국무총리는 대선 출마
이번 추경안 심사 중 열린 지난달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에 따라 올해도 세수 결손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해 32조 규모 세수 결손을 예측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2023년 56조 4천억 원, 지난해 32조 8천억 원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40조+@(플러스 알파)'의 세수펑크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정부 들어 건전재정을 기치로 정부 지출을 줄이면서, 2023년엔 총지출 예산 대비 28조 원을 덜 쓰고, 2024년엔 18조 6천억 원을 덜 썼지만, 총수입 감소폭이 워낙 큰 탓에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커져온 점을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이에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세수 부문이 여러 가지 때문에 하방 위험은 분명히 있지만 지금 말씀(세수펑크)하신 건 올해는 맞지 않을 것 같다"며 "올해는 한번 보시죠"라며 자신했다.
그러나 최 전 부총리는 지난 1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 주도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사의를 표명했고, 대선 출마를 위해 당일 낮 사퇴 의사를 밝힌 한덕수 총리가 직을 잃기 1시간 반 전 사표를 수리하면서 사임한 상태다.
재정의 역할도, 건전재정도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한 채 대통령과 총리, 경제부총리가 모두 사라진 셈이다.
2일 오후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튀김을 구매한 뒤 먹고 있다. 한 전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연합뉴스첫 예결위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기재부가 발표한 '3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국세수입은 32조 3천억 원으로 일단 전년 동기 대비 5조 5천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처의 예측대로다.
조문균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세입 여건도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연간 세수는 4월 법인세 및 부가세,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실적을 확인한 뒤 예측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조 과장은 "성장률 하락이 소비 등 경제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세수 하방 가능성은 확대되고 있다"면서 "올해 기업 실적 컨센서스가 최근 하향 조정되는 추세여서 중간예납(8월 법인세 중간예납)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환 의원실 관계자는 "3월 국세수입 현황을 반영하면 올해 세수펑크 규모가 당초 '40조 원+@'보다는 작아질 수 있지만, 40조 원 가까운 규모의 결손 전망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