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미사대로에서 열린 "하남을 새롭게" 집중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 직후 임기 단축 개헌을 띄우는 등 극우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유세나 간담회 등 각종 현장에서는 여전히 극우 이념에 경도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물론 새로운미래 전병헌 대표와도 회동하는 등 개헌 빅텐트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김 후보의 거침없는 언사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이 제기된다.
아직도 뉴라이트 사관에 갇혔다?
김 후보의 문제적 발언은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간담회에서 쏟아졌다. 기독교 우파 세력의 관점이 담긴 발언은 물론 운동권을 종북 세력에 빗대는 내용도 여과 없이 나왔다.
김 후보는 "이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운동권들"이라며 "TV토론회 보셔서 알겠지만 반미주의자들은 트럼프도, 주한미군도 다 물러나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이 없으면 대한민국이 없다고 생각해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건국 때도, 전쟁 때도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민지 근대화론과 친미주의로 요약되는 뉴라이트의 사관이 고스란히 반영된 발언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간담회 대담애서 발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논란을 일으킬 만한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후보는 같은 날 한국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와 교육정책 협약식에서 "공산 대륙 끄트머리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세운 것은 이승만 대통령과 기독교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이 대통령과 기도로 세운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이승만 정신'은 전통적 보수 지지층에 어필할 수 있는 지점이지만 '1948년 건국절'과 맞닿아있는 발언이기도 하다. 자칫 1919년 임시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
현장엔 아스팔트 지지자들만
6.3 대선 선거운동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김 후보의 메시지 뿐만 아니라 유세 내용 역시 중도층과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의 유세 현장에 극우 성향이 강한 인사들의 지지 선언과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권예영 청년단체 '탄탄대로' 대표는 같은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김 후보 유세 현장에 등장해 "청년들과 저는 지난 겨울 '좌파식 교육'에서 깨어나 자유의 투사가 됐다"며 "후보님이 걸어온 혁명의 길에 끝까지 우리 청년들이 함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탄대로'는 '윤 어게인'을 주장했던 '탄핵을 반대하는 대한민국 청년들(탄대청)'을 전신으로 하는 단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년이 바라는 대한민국" 정책공약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김문수 승리캠프 사무실에서도 극우 성향의 종교 단체인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의 지지선언이 이어졌다. 이 단체 역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키워온 극우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들의 발언권이 캠프 내에서 강해지는 것은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선대위의 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의 참여 가능성이 제기된 '개헌 빅텐트'가 화두로 떠올랐을 때에는 김 후보가 극우 발언을 삼갔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이 경선 승리의 조건으로 조명받았을 때에는 일단 승리해야 하니 뉴라이트와 거리 두기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본선 후보가 된 지금은 그런 눈치보기가 필요가 없어졌다는 이유에서다.
"개헌세력과 어떻게 연대하나"…"극우와 절연해야"
20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의 서울 강서구 화곡동 남부골목시장 유세 현장에는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박희영 기자당내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 등 개헌 세력은 '전광훈과의 단절'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현장에서 저런 발언이 나오면 어떻게 같이 하자고 하겠나"라며 "'개헌 빅텐트'에 더 이상 크게 기대하는 사람이 없으니 자연스레 다시 극우화된 발언을 하는 것이냐"고 자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 후보가 외연 확장을 하기 위해서는 '극우 세력과의 절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인대 최창렬 특임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가 강성 우파 세력과의 절연을 정치적으로 선언해야 한다"며 "극우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면 명시적으로 선언을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외대 이재묵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중도층에 소구할 수 있는 인물이 나서야만 김 후보가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