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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명, 특이점이 오는 날 "인간의 역할이 바뀐다" [책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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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 시리즈는 유발 하라리, 레이 커즈와일, 에이미 웹, 제이슨 솅커, 토마스 프레이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미래학자 5인의 주요 저서를 중심으로, 대한민국과 세계가 직면한 정치·사회·경제·기술적 위기를 분석하고 다가올 미래를 위한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해법과 방향성을 5회에 걸쳐 탐색하고자 한다.

[대선 '더 미래' 시리즈②]
레이 커즈와일과 에이미 웹이 예측한 미래
누가 AI를 설계하는가…기술에 중립은 없다


"2045년, 인간의 지능은 인공지능에게 추월당할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엔지니어링 디렉터 레이 커즈와일의 이 전망은 더는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니다. 챗GPT, 이미지 생성 AI, 자동화 로봇까지. 인공지능이 단순한 계산기에서 벗어나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감정을 유추하고 창의력까지 흉내 내는 시대가 도래했다.

AI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를 묻는 국면에 들어섰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면, 인간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

AI는 더 이상 사람의 명령을 기다리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선택을 예측하고 콘텐츠는 기분을 바꾼다. 유튜브는 사용자가 좋아할 영상을 자동 추천하고 검색 엔진은 우리가 궁금해할 만한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한다. 지금 우리는 기술이 사고의 방향까지 제시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커즈와일은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이런 흐름이 한계 없이 가속될 것이라 전망한다. 그는 컴퓨터 연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시점, 즉 '특이점(Singularity)'이 2045년쯤 도래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 시점 이후, 인간의 생물학적 능력은 기계와의 융합을 통해 진화하며 전혀 새로운 존재로 재정의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기술적 전환이 "새로운 문명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 말한다. 문제는 그 문을 누가 열고, 어떻게 지나갈지를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데 있다.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 원작과 2024년 후속 출간된 '특이점이 온다: AI와 우리가 합쳐질 때'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 원작과 2024년 후속 출간된 '특이점이 온다: AI와 우리가 합쳐질 때'
보다 구체적인 경고는 미래학자 에이미 웹의 '빅 나인'에서 등장한다. 웹은 현재 AI 기술의 핵심이 미국과 중국의 9개 거대 기술기업(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IBM, 애플,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에 의해 사실상 독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 '빅 나인(Big Nine)'이 시장 경쟁과 수익 창출을 우선하면서 공공성이나 민주주의적 통제는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비판적 전문가들은 AI가 더 이상 중립적인 기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누가 설계하느냐에 따라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 결정되는 도구가 되었다는 것이다.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에 편향이 있다면 AI의 판단도 편향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아마존은 과거 채용 AI가 여성 지원자를 차별한 전력이 있어 시스템을 전면 폐기한 바 있다.

한국 역시 이런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AI 기술 도입률은 빠른 편이지만, 그에 걸맞은 윤리 기준과 통제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2023 AI 경쟁력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AI 활용도 측면에서 OECD 상위권에 위치하지만 AI 투명성·설명 가능성·사회적 책임 지표에서는 중위권 수준에 그쳤다.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 후속 저서 'The Singularity Is Nearer: When We Merge with AI'(2024)에서 기술이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전공학,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나노기술과의 융합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 지능을 증강시키며, '업그레이드된 인간'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이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는 단순한 진보가 아니다. 자유의지, 책임, 윤리, 권리 같은 인간의 핵심 개념까지 재정의하게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인간은 기술을 도구로 다뤘지만 앞으로는 기술이 인간의 삶 자체를 구조화할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에이미 웹의 저서 '빅나인'에이미 웹의 저서 '빅나인'

에이미 웹 역시 기술의 방향성은 기술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술은 빠르게 달리고 있지만, 사회는 너무 느리게 걷고 있다"며 정책, 법률, 교육이 AI 시대에 맞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레이 커즈와일은 기술이 인간의 조건 자체를 다시 정의할 것이라 말한다. 인간과 기계가 결합된 존재,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선 진화의 시나리오는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에이미 웹은 인공지능이 소수 기업에 의해 설계되는 현실 속에서 공공성과 윤리 기준이 어떻게 뒷전으로 밀려나는지를 경고한다.

두 미래학자는 기술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히 기술적 진보로만 보지 않는다. 기술이 선택하는 기준, 설계하는 방식, 반영하는 가치가 곧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AI는 전적으로 사회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AI는 누구를 위해 설계되고 있으며, 누구의 기준과 시선을 반영하고 있는가. 이 기술은 인간의 어떤 능력을 대신하려 하고, 어떤 가치를 재편하려 하는가.

커즈와일과 웹은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예측은 우리로 하여금 질문하게 만든다. 기술은 이미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그 기술의 방향을 다시 묻고 결정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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