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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심판이 줄줄이 플레이어로…대법 파기환송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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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심판이 줄줄이 플레이어로…대법 파기환송 파문

    한덕수는 권한대행 박차고 2일 출마선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대국민 담화 뒤 정부서울청사를 떠나며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대국민 담화 뒤 정부서울청사를 떠나며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에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재명 후보는 향후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된다. 지난 3월 28일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지 불과 34일 만에 나온 이례적인 초고속 판결이다. 한편에선 대선관리의 책임자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같은 날 사퇴의사를 밝히고 2일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심판이 줄지어 참전하는 듯한 이상한 선거판이 펼쳐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이재명 후보의 골프발언과 국토교통부 협박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 혹은 "의견표명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과 달리 법리를 잘못 해석했다는 이유 등으로 기존 판결을 뒤집었다.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허위사실 공표죄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공론의 장에 칼을 들이미는 방식으로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퇴행적 발상"이라며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 모두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남겼다.
     
    문제는 대법원이 사건 선고를 무언가에 쫓기듯 속전속결로 처리해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는데 있다.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 배당했다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뒤늦게 이례적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주심이 지정된 지 불과 9일 만에 대법원 선고가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은 극히 드물다. 재판기록만 6만쪽이 넘는데 대법관들이 그 짧은 기간 안에 충분한 기록검토를 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1심과 2심의 판결 방향이 달랐던 만큼 충분한 숙고 과정이 필요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한 식당에서 열린 민생시리즈2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를 마치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한 식당에서 열린 민생시리즈2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를 마치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
    내란사태가 초래한 이번 조기 대선은 헌정질서 회복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간절한 염원을 안고 치러진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신성한 절차에 사법부가 왜 이토록 급발진하며 변수가 되려 하는지 의도가 궁금하다. 이는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사법부가 사법정의를 세우는 심판자의 역할을 뛰어넘어 플레이어로 뛰어든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 시민단체는 대법원의 이례적인 신속한 재판을 불법적인 선거개입으로 보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선거관리자의 역할을 포기하고 선수로 참전할 채비를 마쳤다. 한 대행은 1일 "제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다"며 "하나는 당장 제가 맡고 있는 중책을 완수하는 길, 다른 하나는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이라고 말했다.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우리는 여기서 멈출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한 대행이 협치를 출마의 명분으로 삼은 것은 윤석열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궤변일 뿐이다.
     
    한덕수 대행의 출마는 보수진영의 회복이나 정치발전과도 거리가 멀다. 스스로 한 말을 뒤집고 대선관리라는 '마지막 소임'을 내팽개져 정치인의 제1덕목인 신뢰를 저버졌다. 자리를 보전하며 출마시기를 선거 1달 전까지 미룬 것은 사전선거운동으로 의심받을 만하다. 평상시 대선,총선에서 공직자사퇴시한을 선거일 90일까지 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을 꿈꾸는 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탄핵으로 파면된 윤석열 정부의 2인자가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나선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일전에 윤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안가모임 참석자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에 지명한 것에서 윤석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혹여 국민의힘 친윤폐족의 사주라면 제2의 윤석열 정부를 꿈꾸는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당권파의 정치놀음에 방편이 될 뿐이다. 국민의힘이 내부 인재를 키우기보다 빅텐트를 명분으로 외부수혈에 의존하는 건 마약투약과 같은 대증요법일 뿐 정당정치를 회복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
     
    대법원의 파기환송과 한덕수 대행의 출마는 대선의 막판 변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다만 무죄추정 원칙을 감안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선출마에 제약은 될 수 없다. 선거판이 얼마나 출렁일지 알 수 없으나 결국 대통령을 선택할 주체는 사법부도 입법부도 아닌, 주권자인 국민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일들이 연속하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긴장과 각성의 수치는 올라갈 것이다. 깨어있는 유권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만고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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