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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은 '기생충'에서 내내 최우식 곁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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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서준은 '기생충'에서 내내 최우식 곁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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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이 직접 해설하는 '기생충' ②]
    기우가 집착하는 수석…"돌은 민혁 그 자체"
    "본질 꿰뚫는 대사 '민혁 오빠에겐 절대…'"
    송강호 붉은 피부…"계층 잘 드러내는 요소"

    이 인터뷰 기사에는 영화 '기생충'에 관한 스포일러가 담겼습니다. '기생충'을 이미 봤거나 재관람을 염두에 둔 독자들의 이해에 보탬이 될 만한, 봉준호 감독이 직접 전하는 자세한 해설을 3회에 걸쳐 전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봉준호는 더 재밌는 '기생충'을 일부러 거부했다
    ② 박서준은 '기생충'에서 내내 최우식 곁을 맴돈다
    <계속>


    영화 '기생충'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에는 수석(壽石)이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도구로 등장한다. '왜 수석이어야 했나'라는 물음에 봉준호 감독은 "혹시 부모님이 수석을 수집하시나?"라고 반문했다.

    "돌아가신 제 아버지도 (수석을) 2, 3년 모으다가 그만두셨다. 돌을 모으는 분들의 정서가 있다. 냇가에서 수석을 찾으려고 물길을 거슬러 막 위로 올라가기도 하고 말이다. 수석협회가 있는데, 가격을 매기는 방법도 있고 산수경석, 추상석과 같은 구분도 있다. 그 세계가 되게 묘하다. '기생충'에서는 요즘 젊은이인 박서준이 돌을 들고 오잖나. 그러니까 처음부터 이상한 영화인 거다. (웃음)"

    극중 기택(송강호)의 아들 기우(최우식)에게는 친구 민혁(박서준)이 있다. 가난한 기우와 달리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자란 명문대생 민혁은,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부잣집 과외 아르바이트와 함께 산수경석 하나를 기우에게 넘기고 유학을 떠난다.

    봉 감독은 "실제로 수석협회에서 수석 8, 9개를 보내주셔서 그 가운데 하나를 골랐다"며 "이 영화에서 수석은 여러 단면을 지녔다. 돌은 그 자체로 민혁"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민혁이 수석을 들고 온다. 그것을 남겨놓고 간 뒤 민혁은 더이상 나오지 않지만, 그의 이름과 그가 남기고 간 돌은 계속 영화에 등장한다. 돌은 민혁의 분신인 셈이다. 기우는 그 돌을 계속 껴안고 있으면서 집착한다. 돌이 계속 기우를 따라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사실 기우는 민혁을 계속 의식하는데, "정신 차려, 정신!"과 같은 민혁의 말을 어설프게 따라하기도 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기우는 엄마 충숙(장혜진)이 '역시 대학생이라 다르네'라고 민혁을 칭찬하자 발끈했다가도 민혁의 말과 행동을 따라하려고 애쓴다. 산수경석을 들고 나가서 자기네 반지하 집 앞에 노상방뇨하는 취객을 공격할 것처럼 하기도 한다. 기우는 "나 진지해. 대학 가면 그 애랑 사귈 거야" 같은 민혁의 대사를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

    "그렇게 기우는 민혁에게 집착하는데, 그 집착의 결정체가 수석"이라는 게 봉 감독의 설명이다.

    "기우네 가족이 부잣집에서 나와 폭우를 맞으며 걷던 중에 기우가 이런 말을 한다. '민혁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그러자 여동생 기정(박소담)이 '민혁이 오빠에게는 절대 이런 일이 생기지 않지!'라고 짜증을 낸다. 이 영화의 본질을 꿰뚫는 대사 가운데 하나다. '이런 일들은 우리에게만 일어난다'는 거잖나. 슬픈 대사다."

    봉 감독은 "기우가 지닌 수석은 돌에 수백 만 원을 지출할 수 있는 동네에서 온 물건"이라며 "일단 민혁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게 (수석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전했다.

    "모든 사건이 지나간 뒤에는 그 돌이 사건 그 자체로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에 그 돌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원래 왔던 곳으로 다시 가는 느낌이다. 그렇게 기우가 '근본적인 계획이 있다'며 새 출발하는 모습을 강조해준다. 수석이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 "겉은 세련 속은 진부"…부잣집 박사장 가족에 관하여

    봉준호 감독(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기택네 가족의 눈을 통해 관객들이 목격하는 부잣집 박사장(이선균)네는 몹시 가부장적이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겉으로는 세련된 척하지만 속은 굉장히 진부한 가족"이라며 말을 이었다.

    "박사장이 기택을 운전기사로 채용하는 장면을 보면 '테스트 주행 아니니까 편하게 하라'고 되게 예의 바르게 말한다. 하지만 박사장은 사무실에서부터 손에 음료가 든 컵을 들고 내려왔다. '두 방울만 넘치면 너는 탈락이야'라는 것이다. 박사장 아내 연교(조여정)가 남편에게 혼날까봐 '능지처참에 교수형 당할 거야'라며 불안에 떠는 장면도 있다."

    그는 "박사장네 부부는 겉으로 보면 친절과 매너로 무장돼 있는 것 같지만, 아들만 찾는 등 몹시 가부장적이다. 세련된 첨단 CEO 이미지와 유교적인 것이 묘하게 섞여 있는 셈"이라며 "소파 장면에서도 그런 면들이 잘 드러나는데, 박사장의 태도나 아내를 대하는 방식이 그렇다. 이선균 씨가 그런 결을 잘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박사장 운전기사로 채용된 기택과 박사장 아내 연교가 집안에 있는 사우나실에서 밀담을 나누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묘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봉 감독은 "논리적으로만 보면, 물론 한쪽에서 만들어낸 거짓말이기는 하지만 서로 비밀을 공유하는 장면이다. 협약을 맺었다는 의미로 둘이 악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좁고 밀폐된 공간, 두 사람의 숨결이 닿을 듯한 사우나실에 들어가서 얘기하는 그 장면에는 선을 넘을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명백히 있다. 과외 선생 기우와 박사장 딸 다혜(정지소) 사이가 발전할 것으로 보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 영화의 핵심이 아니다."

    그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기택과 연교의 그 신에서 야릇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 "건축가들 '누구도 이렇게 집 짓지 않는다'고…그래도 요청"

    영화 '기생충'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에서 주요 무대로 쓰인 박사장네 집은 빛과 그늘이라는 양면성을 지닌 유기적 공간이다. 봉 감독은 "제 입장에서 부잣집 구조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이미 배우들 동선이 다 결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이 그 집에서 이렇게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고 동선까지 미리 전달했으니, 실제로 그 집을 구현해야 하는 미술감독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미술감독 입장에서 집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텐데, 감독이 미리 선을 그었으니 미안했다. (웃음)"

    봉 감독은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그 집안에서 인물들 움직임이 되게 복잡해서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았다"며 태블릿 PC로 관련 그림을 보여줬다.

    "몹시 정교하게 그린 것도 있고 대략적으로 동선만 제시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집 한쪽에서 박사장과 연교가 속닥속닥할 때 기정이 그걸 엿듣고 엿볼 수 있는 구조여야 했다. 이쪽 각도에서는 상대가 안 보여야 하는 식으로 이미 집의 구조가 제한적으로 설계되지 않으면 이야기 전개 자체가 어려웠다."

    그는 "특히 부잣집 주방과 계단 등 1층에 대해 이런저런 요청을 많이 했다"며 말을 이었다.

    "미술감독이 유명 건축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제 요청사항에 대해 "누구도 이렇게 집을 짓지 않는다"며 어처구니없어 했다더라. (웃음) 그래도 저는 계속 요청했고, 미술감독이 중간에서 잘 조율한 덕에 제가 원하던 것을 다 들어주면서 실제로 존재할 법한 집을 만들어냈다.

    봉 감독은 극중 송강호가 연기한 기택의 얼굴이 유난히 붉은 데 대해 "피부만큼 계층을 잘 드러내는 것이 없다. 기택네 가족은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있으면 맥주 파티를 한다"며 "피부 톤 자체에서 박사장네 부부와 거리를 벌려야 했기에 의도적으로 그렇게 설정했다"고 전했다.

    저가 발포맥주를 마시던 기택네 가족이 취직한 뒤로는 수입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유심히 본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이때 기택의 아내 충숙(장혜진)만 여전히 발포맥주를 마신다. 이를 두고 봉 감독은 "엄마의 마음"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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