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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잘 부탁해요" 부산서 이틀째 이어진 사전투표 열기

대선 사전투표 둘째날도 투표 열기 이어져
어린 자녀, 노부모와 함께 소중한 한 표
"편리하다는 장점, 내란 사태 항의 표출" 분석
호남-영남 큰 격차…"진영 간 유불리 반영" 해석도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30일 오전 부산 남구청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30일 오전 부산 남구청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
6·3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열기가 전국적으로 뜨거운 가운데, 부산도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 발길이 둘째날까지 이어졌다. 본투표보다 참여하기 편리하다는 특성에 더해 12·3 내란사태에 대한 불만 등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오전 10시 부산 남구청 사전투표소에는 평일 오전 시간대인데도 유권자들이 꾸준히 투표장을 찾았다. 나이 든 부모님을 모시고 온 자녀부터 엄마 품에 안긴 채 고사리손으로 직접 투표함에 용지를 넣는 아이까지 다양했다.
 
세 살 아들과 함께 한 표를 행사한 김소정(40·여)씨는 "아이 어린이집 등원 전에 우리나라 대통령 뽑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 출근을 조금 미루고 왔다"며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잘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아이에게 '우리나라 잘 부탁해요'하고 투표용지를 직접 넣도록 했다"고 말했다.
 
조미순(60·여)씨는 "볼일 보고 돌아가는 길에 아들과 함께 투표하러 들렀다. 아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면 의견 충돌이 생겨서 오는 길에도 관련 이야기는 전혀 안 했다"며 "각자 신념에 따라 하는 거지만, 그래도 아들과 함께 투표해서 좋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선거일에 투표하지 못해 미리 사전투표소를 찾았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권가현(40·여)씨는 "주소지가 다른 지역이라 본투표를 하기 힘들어 사전투표를 하러 왔다. 첫날 하려다 아파서 못 왔는데, 오늘 조금 몸이 나아져서 투표부터 하러 왔다"며 "투표 앞두고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하고 나니 후련하다. 어쨌든 투표한 후보자가 대통령이 돼서 나라를 잘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남편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김성자(54·여)씨는 "선거일은 모두 다 쉬는 날이다 보니 평소에 날짜 맞추기 어려운 가족들과 짧게라도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선거일에 놀러 가는 만큼 각자 미리 사전투표를 하기로 가족들과 약속했다"고 말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30일 오전 부산 남구청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30일 오전 부산 남구청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 
이번 대선 사전투표율은 둘째날 오전까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부산은 이날 오전 10시, 전국은 오후 1시까지 사상 최고치 투표율이 이어졌다. 오후 3시 기준 부산 사전투표율은 26.12%, 전국 평균은 29.97%로 제20대 대선보다 소폭 뒤처지며 상승세는 잠시 주춤해졌다.
 
지금까지 사전투표일에 주말이 포함됐던 반면, 이번 선거는 이틀 모두 평일이란 점을 고려하면 투표율은 매우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전투표 열기는 전국 어디에서나 신분증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과 12·3 내란사태 이후 치러지는 선거라는 특성이 드러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사전투표제가 진영 논리를 벗어나 유권자들이 편의주의적, 기능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라며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를 거치며 겪은 국민적 불만과 항의가 투표를 통해 드러나고 있고, 특히 이번 사태를 강하게 비판한 진영에서 투표를 통해 응징하려는 정서가 반영된 것 같다"라고 해석했다.

이번 사전투표율은 호남권이 영남권보다 2배 가까이 높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사전투표율을 보면 전국에서 투표율 상위 지역은 전남(48.58%)이며 전북(45.40%), 광주(44.28%) 등 호남이다. 반면 하위 지역은 대구(20.53%), 경북(25.61%), 경남(25.72%), 부산(24.88%)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남일재 교수는 "호남권에서 우세한 진보 진영의 경우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어 충성도가 높은 유권자들이 많이 참여한 반면, 영남권에서는 사전투표가 불리하다는 인식을 넘어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부정선거론'의 영향으로 사전투표를 기피하는 분위기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선거에선 보수 진영도 사전투표 부정선거론을 잠시 밀어두고 김문수 후보가 직접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등 사전투표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직접 나서서 독려하니 마음을 바꾼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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