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오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이동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이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민주공화국은 모든 유권자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만큼 그에게는 투표할 권리가 있다. 다만 투표를 마치고 그가 웃는 모습을 보니 기괴하다. 제 정신일까. 윤석열은 예정보다 2년이나 앞당겨 조기대선을 치르는 이유를 한 번쯤 생각이나 해보고 투표장에 온 것일까.
윤석열은 지난해 12월 3일 난데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대한민국의 정예군대를 투입해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했다. 1972년 10월 박정희의 유신 이후 52년 만에 친위쿠데타라는 망령을 깨운 것이다. 늦은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달려온 시민들과 여야 의원들의 힘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면 그의 내란 기도는 성공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헌법재판소는 두 달 전 그를 파면하면서 "피청구인의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써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이어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게 된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조기대선을 치르는 것인데 속된 말로 "지금 웃음이 나오냐".
윤석열 전 대통령 내외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박종민 기자게다가 윤석열이 내란을 기도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른바 부정선거였다. 그는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다량의 가짜 부정 투표용지, 그리고 투표 결과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통계학과 수리과학적 논거 등에 비추어 중앙선관위의 전산시스템에 대한 투명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접힌 흔적이 없는 투표지', '접착제가 묻어 있는 투표지', '투표관리관인 인영이 뭉개진 투표지', '중국의 선거 개입' 등 밑도 끝도 없는 허언을 늘어놨다. 헌재의 판단에 따르면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부정선거 주장을 되풀이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투표를 했다. 부정선거라면서 투표를 하는 전직 대통령 출신 내란 수괴.
윤석열을 다시 구속하는 것이 시급하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자가 백주대낮에 경호 받아가며 식당에서 밥 먹고, 개 끌고 활보하는 것이 보기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그에게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 그는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윤석열에게는 매우 오랫동안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 필요하다. 비상계엄과 내란, 부정선거, 중국, 반국가세력 등등 그가 그동안 토해낸 말과 행동을 장기간 돌이켜 볼 조용한 방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