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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박찬욱 감독이 밝힌 '마침내'와 '헤어질 결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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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박찬욱 감독이 밝힌 '마침내'와 '헤어질 결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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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하>
    박찬욱 감독이 설명한 '마침내'와 '헤어질 결심'의 의미 그리고 여성 캐릭터들

    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CJ ENM 제공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CJ ENM 제공※ 스포일러 주의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_서래
     
    산을 좋아하던 남편이 산에서 죽음을 맞게 되자 홀로 남겨진 서래(탕웨이)는 남편의 사망 사건을 담당하는 예의 바르고 청결한 형사 해준(박해일)과 처음 마주하고,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사건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데도 평소와 다름없는 꼿꼿한 자세, 서툴지만 분명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한국어로 망설임 없이 해준을 대한다. 해준에게 태연하게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망자의 아내 서래는 첫 만남부터 강한 호기심으로 다가온다.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그들의 '헤어질 결심'에는 다양한 매력 포인트가 존재한다. 서래와 해준, 그들의 말투, 손짓, 표정 등 모든 것이 '헤어질 결심'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다. 박찬욱 감독의 세계 안에서 캐릭터 특히 여성 캐릭터는 더욱더 빛을 발한다. 서래처럼 말이다.
     
    서래의 독특한 말투, 남다른 단어 선택에 빠져든 관객이 한둘이 아니다. '마침내'라는 단어 하나조차 강력하게 관객을 사로잡는다. 박찬욱 감독은 '마침내'라는 단어를 통해서도 어떤 운명적인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해 그의 영화 세계를 조금 더 들어봤다.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CJ ENM 제공 

    탕웨이의 정확한 듯 낯선 한국어 속 '마침내'

     
    ▷ 해준과 서래는 문어체적인 말을 구사한다. 그리고 독특한 그들만의 어투, 단어, 문장들이 인상적이었다. 이를 위해 정서경 작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고민했을 거 같다.
     
    그런 말이 나온다. '현대인치고는 품위 있다' '서래씨는 어느 시대에서 왔길래? 당나라?' 그런 것처럼 스마트 기기들을 한껏 활용하면서도 말투나 장소, 공간에서는 좀 고풍스러운, 구식의 느낌을 만들어서 대비시키려고 했다.
     
    일단 중국인인 서래는 한국어를 책과 사극 드라마를 보면서 공부했기 때문에 쓸 수밖에 없는, 정확하지만 요즘 사람이 듣기에 조금 낯선 그런 한국어를 구사한다. 그래서 처음엔 좀 웃음이 나올 수 있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면 '이런 표현이 요즘 내가 쓰는 말보다 더 정확하잖아?'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또 정확도를 떠나서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니 좀 매력이 있네?' '사랑스럽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한국어인데 생경한 발음으로 하면 똑같은 한국어 단어가 낯설게 들리면서 그 단어가 가진 뜻에 대해 좀 더 음미하게 된다. '마침내'라는 건 흔한 단어인데, 그것을 '이렇게도 되네?'라며 자꾸 생각해 볼수록 뭔가 운명적인 것, 올 것이 온 거 같은, 그런 거창한 생각으로 가지를 뻗어가는 효과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헤어질 결심'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 
    그리고 해준은 서래의 표현대로 현대인치고는 품위 있게 말한다. 서래와 잘 어울리고 서로 알아보는, 같은 종족이다. '마침내'라는 단어는 어쩌면 부적절하고 어쩌면 적절하게 사용했을 때 해준은 곰곰이 음미하면서 '마침내, 저보다 한국어 잘하시네요'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그 말을 듣고 픽 웃고 마는데, (그렇게 말하는) 해준은 서래와 같은 종족인 거다.
     
    그래서 정서경 작가와 그런 표현을 찾으려고 계속해서 다듬었다. 또 너무 생경하고 이상한 단어를 쓰면 안 될 테고 말이다. 그리고 사극이나 2부에 나오는 원전 배경 드라마에서 쓸법하면서도, 서래가 사용하기 재밌을 만한 대사를 만들려고 했다.

     
    ▷ 이번 영화는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직접적인 접촉 등 대놓고 시각적으로 에로틱한 이미지를 보여주진 않지만 눈빛, 작은 행동 등에서 간접적으로 섹슈얼한 느낌을 많이 풍긴다.
     
    에로틱한 느낌을 구체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샷을 표현하거나 배우에게 표정을 주문하진 않았다. 또 내가 특별히 관능적으로 묘사하려고 애쓰진 않았다. 관객들이 그렇게 많이 느끼는 건, 결국은 '에로틱하다' '섹슈얼하다' '섹시하다' 이런 류의 감정이라는 게 얼마나 정신적인 것인지 알려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육체적인 터치보다도, 사랑과 관심과 같은 감정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성적인 즐거움까지도 유발하는지를 알려주는 증거인 거 같다.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CJ ENM 제공 
    ▷ 감독의 영화를 보기 전, 이번엔 또 어떤 새로운 얼굴이 나올지 기대하게 된다. 이번 영화에서는 김신영의 캐스팅이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새 얼굴을 찾기 위해서 코미디나 TV 드라마를 열심히 눈에 불 켜고 보는 건 아니고, 다 운이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만날 수도 있는 거고, 인터넷 시대니까 유튜브에서 자동으로 연결돼서 우연히 보게 될 수도 있고, 누가 추천할 수도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배우들을 접하게 된다. 대개는 오디션을 통해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게 보통의 방법이다.
     
    그런데 김신영은 좀 특별했다.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팬이었다. 탕웨이는 정서경 작가와 내가 '색, 계' 볼 때부터 팬으로서 이 사람을 캐스팅하고 싶다고 늘 이야기 한 것처럼, 김신영도 늘 마음속에 함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CJ ENM 제공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CJ ENM 제공 

    '헤어질 결심', 그것참 제목 같다

     
    ▷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박쥐' 김옥빈, '아가씨' 김민희와 김태리 등 감독의 영화 안에서 여배우와 여성 캐릭터는 늘 매혹적으로 그려진다. 감독만의 비결이 있는 걸까?
     
    나는 여성, 남성을 구별해서 여성 캐릭터를 더 공들여서 창조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당연히 그렇지 않다. 남자건 여자건 간에 남녀노소 똑같은 정성으로 대하고 있다. 더군다나 캐릭터를 만들 때 남성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한다, 여성이 이렇게 행동해도 되나? 이런 식의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한 명 한 명의 개인일 뿐이다. 그래서 좀 더 개성이 있으면서도 무작정 이상하기만 해선 안 된다.
     
    개성 있으면서도 우리가 생활하면서 어느 정도 보일 거 같은 면들이 있어야 그 사람의 행동이 이해된다. 그런 친숙하고 이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독특한, 그 독특한 것도 사실 여러 성격의 조합에서 나온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떤 한 사람이 하나의 형용사로만은 규정되지 않으니까.
     
    우리가 하는 행동이란 것은 생각 외로 다양한 면을 갖는 것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이다, 영화감독이고, 나이가 몇이고, 남성이고, 이런 것만 갖고 생각해서 선입견만 갖고 보기엔 좀 다른 면이 있다. 어떤 특정한 사람과 만나거나 다른 자리에 갔을 때는 뜻밖의 행동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다양한 면을 가진 존재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태주('박쥐'에서 김옥빈이 맡은 역할)나 서래, 이런 사람들은 이럴 것이라고 행동하는 데서 벗어나는 것도 있어야 그 캐릭터가 생명력을 갖고, 개성을 갖는다. 그럴 때 관객이 '이런 면도 있네?' '이 사람이? 의외네?' 등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너무 지나치면 종잡을 수 없는,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인물로 보일 테니 적당한 선을 지켜가는 게 필요하다.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CJ ENM 제공 
    ▷ 마지막으로 많은 관객이 궁금해할 것 같다. 제목을 '헤어질 결심'이라 지은 이유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정서경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서 제목이 떠오를 때가 많다. '아가씨'도 그랬다. 이번에도 트리트먼트 쓰는 단계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때 그러면 서래가 헤어질 결심을 하는 건가요?' '그렇죠?'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질 결심' 그것참 제목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 그래서 (제목으로) 했다.
     
    마음에 든 이유 중 하나는 관객이 글자 그대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결심은 무슨 결심이든 해서 잘 성공하는 일이 드물다. 살 뺄 결심도 잘 안된다. 그러니까 '결심'이란 단어는 정말 결심의 실패와 곧장 연결되는, 결심은 하지만 실행의 실패로 곧장 연결되는 그런 단어인 거 같다.
     
    헤어질 결심을 하지만 끝내 헤어지지 못하거나, 아니면 굉장히 고통스럽게 헤어지거나, 그런 생각이 연상된다. 그런 연상 작용이라는 건 관객의 능동적인 참여를 뜻하는 거니까 그럴듯한, 바람직한 제목이라고 봤다. 그리고 더불어서 얼마나 이 사랑이 힘들었으면 이런 결심까지 필요한 걸까 이런 생각도 들 거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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