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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공침범 없었다" 입장 바꾼 러시아에 머쓱해진 靑



대통령실

    "영공침범 없었다" 입장 바꾼 러시아에 머쓱해진 靑

    靑 "러시아, 깊은 유감 표명" 밝혔지만
    러시아 공식입장은 "영공침범 없었다"
    정작 초치 당사자인 국방부는 신중했는데
    靑, 러 국방무관 발언에 의미부여해 혼선 자초
    "그대로 전한 것일뿐, 공식 입장이라 판단했다"

    청와대 자료사진. (사진=황진환 기자)

     

    청와대는 24일 오전 러시아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전했지만, 반나절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러시아 측 국방무관 차석의 발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혼선을 자처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 반나절 만에 뒤집힌 靑 공식 브리핑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24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국방부 이진형 정책기획관과 러시아 차석 무관 사이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

    이는 전날 오후 3시 국방부가 러시아 니콜라이 마르첸코 공군무관과 세르게이 발라지기토프 해군무관을 초치한 자리에서 오간 대화로 청와대에 발언록이 보고됐다고 한다.

    윤 수석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러시아 측의 입장이 있었고, 러시아 국방부에서 즉각 조사에 착수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이 사실상 잘못을 시인한 뜻으로 들렸다. 러 측은 영공 침범의 원인은 기기 오작동에서 찾았고, 진상조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고도 했다.

    또 러시아 측은 "의도를 갖고 침범한 것은 아니다"라거나 "이번 사안과 관계없이 한국과의 관계가 발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일한 사안이 발생되지 않도록 한국-러시아 공군 간에 회의체 등 긴급 협력 체계가 발전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재발 방치 대책을 제안하고 관계 훼손을 우려하는 등 저자세로 일관하며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는 모양새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오후 러시아는 외교적 효력을 갖는 전문을 통해 자국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적이 없고, 오히려 우리 조종사들이 비전문적 비행으로 위협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180도 뒤집힌 것이다.

    앞서 영공 침범이 벌어진 당일 러시아 국방부는 "객관적 통제 자료에 따르면 외국 영공 침범은 허용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문을 낸 바 있다. 러시아가 전문을 통해 밝힌 입장과 유사하다.

    국방부 (사진=자료사진)

     

    ◇ 국방부는 신중했는데 의미 부여한 靑 "그대로 전달했을 뿐"

    즉 청와대가 공개한 대령급인 차석 무관의 언급만 현 맥락에서 벗어나는 형국이 됐다. 결국 청와대는 차석 무관의 발언을 러시아 정부의 판단인 것처럼 공개해 혼선을 더 키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러시아 국방 무관을 초치한 당사자인 국방부는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기기 오작동일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는데, 같은 발언을 두고 국방부는 신중하게 판단했고, 청와대는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윤 수석은 이날 오후 두번째 브리핑을 자처하고 해명에 나섰다.

    윤 수석은 "러시아 차석 무관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한 것일뿐,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는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차석 무관의 입장은 공식 입장이라 저희는 판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도 "러시아 측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어제 외교경로를 통해 밝힌 유감 표명과 정확한 조사 및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했다.

    비록 러시아의 공식 입장은 아니었을지라도 군인이자 외교관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 국방무관이 우리 측 당국자를 만나 입장을 표명한 것이기에 무게감이 있고, 또 하루만에 뒤바뀐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또다른 외교적 채널을 통해 러시아의 입장을 재차 확인해 볼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충분치 못한 해명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 러시아 차석 무관의 발언을 공개한 이유를 지난 23일 NSC가 열리지 않는 등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찾기도 한다.

    윤 수석도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언론에 밝혀지지 않은 내용들이 있다"며 차석 무관의 발언을 소개했고, "일부에서 NSC가 열리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보도도 하고 그랬는데 전체 상황이 이렇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윤 수석은 오후 브리핑에서는 "꼭 그러한 상황 때문에 공개한 것은 아니며, NSC는 위기관리센터에서 대응 조치를 취하는 등 종합적 판단을 고려해 열지 않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 발생 시점부터 경고사격까지 우리가 조치한 내용은 절차에 따라 운영이 됐고, 즉각적이고도 실효성 있는 조치였다"며 "앞으로 다시는 우리 영공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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