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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신하더라도 투표 통해 표출해야

이번 20대 총선은 투표의 필요성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기권은 국민의 수치, 투표는 애국민의 의무'

지난 1948년 5월 1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 치러진 총선 포스터 문구다.

기권을 수치라고까지 표현하며 첫 선거인만큼 국민의 관심은 높았고 투표율은 무려 95%를 넘겼다.

선거 때마다 투표율은 후보자의 당선만큼이나 모든 이의 관심사다.

낮은 투표율은 그만큼 대표성이 없다는 걸 뜻하기 때문인데 이번 20대 총선에서도 투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권리라는 말로 투표의 뜻을 확고히 했다.

"정치인들에게 혐오를 느껴 투표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많았지만, 투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성인이 된 뒤 두 번째로 투표에 참여한다는 최정석 씨는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을 비판하거나 칭찬할 자격도 함께 없어진다고 생각한다"며 "투표를 함으로써 그런 권리도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표 의사를 묻는 질문에 시민 김성현 씨는 "선거 당일 와이프와 함께 투표소에 가기로 했다"며 "솔직히 귀찮고 (와이프에게) 끌려간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지만, 표가 모여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들만의 리그'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의 목소리도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평소에는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선거에 나와서는 한 표를 구걸하는 모습에 환멸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정치가 싫어도 투표는 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오히려 그런 말들이 더 부정적으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투표에 대한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낮은 투표율은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연령별 투표율을 보면 20대 33.95%, 30대 41.3%, 40대 55.4%, 50대 68.2%, 60대 이상 70.9%로 연령이 높을수록 투표에 많이 참여했다.

충청권을 살펴보면 2012년에 치러진 19대 총선의 경우 대전 54.2%, 세종 59.2%, 충남 52.4%를 기록했다.

2014년에 열린 지방선거도 대전 54%, 세종 62.7%, 충남 55.7% 등으로 별반 다르지 않았다.

2명 중 한 명 꼴로 투표에 참여한 셈인데 다가오는 20대 총선에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대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는 20대 총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전국 대학교 투표 대항전을 기획해서 운영한다.

대항전은 각 대학 학생이 투표 인증사진을 촬영한 뒤 지정된 링크(http://student.kaist.ac.kr/vote2016/)에 학교를 설정한 후 게시하면 해당 학교의 투표율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이를 페이스북에 간편하게 공유하면 다른 학생들 역시 노출되게 된다.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이 높아지고 청년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울려 퍼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투표는 꼭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못마땅함이 있더라도 투표를 하지 않으면 더 싫은 정치를 보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배재대학교 정치언론안보학과 유진숙 교수는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가 확산할 때 투표율은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며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있더라도 투표를 통해 이를 드러내고 표출하는 것이 정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투표 참여를 거부하는 것도 시민들의 의사표현 방법 중 하나지만, 그런 것들은 정치권과 시민간의 괴리를 가중시키고 문제 해결이 아니라 더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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