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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면 안 돼

여행작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면 안 돼

  • 2014-08-18 09:49

윤병국 교수의 행복한 여행②

인천 영종도 김찬삼 교수님의 세계여행 문화원에서(사진=윤병국 교수 제공)

 

지금 TV에는 국내든 해외든 여행프로그램이 대세다. 거기엔 지명도 있는 연예인들의 리얼 체험이나 볼런투어리즘(Voluntourism)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종종 큐레이터 겸 해설가로 여행작가들이 등장한다.

또한 서점가에는 여행작가들의 여행정보서와 여행기행문들이 넘쳐나 예전에 비해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출판계의 불황을 해소하는 긍정적인 작용도 발휘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과 이탈리아인보다도 더 로마를 사랑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그리고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처럼 한 시대의 획을 그을만한 명문이고 미려한 문체의 여행서와 여행담론들은 우리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해 준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고 여행을 좋아한다고 혹은 많이 했다고 내공 없이 출간된 여행서적들을 보고 있자면 기가 막히고 허탈감마저 느껴진다.

여행작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면 안 된다. 정제되지 않는 글과 말로서 여행 에피소드만 나열하는 신변잡기적 여행서적을 누가 돈 주고 사보겠는가? 책값을 초월할만한 콘텐츠가 없는, 영혼 없는 글들의 여행서나 여행기사는 그냥 쓰레기다. 허접한 여행서가 서고에 넘치고 있다. 물론 이 비평의 날카로운 화살 끝 과녁에는 필자의 글도 포함돼 있다.

아마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는 KBS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 EBS의 '세계테마기행', '한국기행', tvN의 '꽃보다~' 시리즈 일 것이다. 아주 잘 만들고 흥미롭고 감동과 지식도 준다. 대부분이 그 분야 전문가들이 출연하는데 가끔 미스캐스팅이 나온다.

그 지역 말 좀 한다고 내공 없이 준비 안 된 인사들이 전문가랍시고 등장한다. 여행작가들도 상당수 출연한다. 그 지역의 문화, 역사, 관광지와 관광자원에 대한 인식하나 없이 "아! 좋습니다. 가슴이 뜁니다"를 남발한다.

EBS '세계테마기행' 아프리카 편에서는 최악의 큐레이터 상황이 나온다. 이 프로그램 애청자로서 하도 답답해서 EBS 홈페이지에 개선의견의 메일을 보냈지만 오늘까지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기대한 것도 아니었지만 열혈 시청자의 실망에 대한 깨알 같은 항의였다. 반면에 정말 촬영하기 힘든 각도나 경이로운 경관을 잡아내는 제작진이나 촬영 PD의 열정에는 찬사를 보낸다.

김찬삼 교수님, 아프리카에서 슈바이처와 함께(사진=윤병국 교수 제공)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김찬삼 교수님(1926~2003/전 세종대,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이 더욱 그립고 다시금 그분의 업적과 행적이 경외스럽다. 김 교수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 거의 배낭여행으로 전 세계를 여행했으며, 그분의 글과 사진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보며 동경을 했다.

1958년 첫 해외여행을 시작으로 세 번의 세계 일주를 했다. 아프리카 오지의 슈바이처를 찾아뵙고 봉사했으며 3차 세계여행(1969년 12월 7일~1970년 12월 3일)때 독일 아줌마와 교류한 정으로 선물 받은 폭스바겐 비틀 풍뎅이차로 유럽을 돌았다.

그를 멈추게 한 것은 마지막 여행이 된 유라시아와 시베리아 여행에서 얻은 사고의 후유증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행작가이며 배낭여행가, 세계의 나그네였다. 이분이 잊혀지는 것이 안타깝고 제대로 된 여행작가의 정통성을 잇고 정신을 기리기 위해 경희대 사회교육원에 여행작가 양성과정을 개설해 벌써 7기까지 후학들을 배출하고 있다.

지난 1985년 대학 4학년 때 김찬삼 교수님의 영종도 별장에 초대 받아 간 그곳을 후학들과 함께 근 30년 만에 다시 찾았다. 세계여행문화원 현판은 떨어지고 그분의 애마인 빨간색 풍뎅이 차만 돌보는 이 없이 방치되고 있었다.

본인의 얼굴을 '험상궂다'고 표현하며 지구촌 어디에서든지 박대 받지 않고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은 '미소'였다고 말씀하시던 그 '웃음 띤 얼굴'이 그립다.

여행지에서는 정복자와 같은 관광객이 아닌 현지 지역민과 어울리는 '점잖은 손님'으로, 특히 우리보다 낙후된 국가라도 돈의 가치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던 그분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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