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산 항공기의 중국 수출이 무산되고, 농축산물 수출도 급감하는 등 미국 산업계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다 중국이 보복 조치로 첨단산업의 핵심원료인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들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보다 큰 피해가 예상된다.
'샤먼항공' 도색까지 마쳤는데…인도 예정 항공기 다시 미국행
로이터통신은 샤먼항공에 인도될 예정이던 보잉의 '맥스 737' 항공기 1대가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보잉 생산기지로 돌아왔다고 21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중국 저장성 저우산에 위치한 보잉의 완성센터에서 마감 작업을 거친 뒤 인도 대기 중이던 항공기 가운데 1대로 샤먼항공 소속임을 표시하는 도색 작업까지 완료된 상태였다.
여기다 21일에도 저우산 완성센터에서 중국 항공사에 인도되기 위해 대기중이던 보잉의 항공기 1대가 추가로 미국으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中샤먼항공에 인도예정이다가 관세전쟁 탓에 지난 19일 美시애틀로 돌아온 보잉기. 연합뉴스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대형 항공사 가운데 한 곳인 지샹항공이 최근 보잉의 '787-9 드림라이너' 항공기 인수를 보류했다고 지난 14일 보도한 바 있다.
최근 중국 항공사들이 잇따라 미국을 대표하는 여객기 제조업체 보잉의 항공기 인수를 무산시키거나 보류한 것은 중국 당국의 지시에 따른 것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미국의 145% 관세 부과한 직후 자국 항공사들에 미국 회사로부터의 항공기 관련 장비나 부품 구매 중단을 지시했다고 지난 15일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폭탄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여기다 중국 역시 미국에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만큼 중국 항공사들이 항공기 인수시 거액의 추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들어 지샹항공이 인수하기로 한 보잉 787-9 드림라이너의 가격은 1억 2천만달러(약 1700억원)인데 125%의 관세가 부과되면 1억 5천만달러를 더 지불해야 한다.
로이터는 "관세 혼란으로 인해 많은 항공기 인도가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으며, 일부 항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관세를 물기보다 항공기 인도를 미루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농축산물도 피해…미국제품 불매 운동까지
연합뉴스항공기 뿐만 아니라 일부 미국산 자동차 역시 수입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으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중국 법인은 미국에서 제조되는 모델S와 모델X의 중국 판매를 지난 11일부터 중단했다.
테슬라는 모델3과 모델Y를 중국에서 생산하지만 모델S·X는 미국에서 들여와 중국에서 판매하는데 관세가 폭등하면서 사실상 판매가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을 대폭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이 지난 1월 중순부터 미국산 대두(콩), 옥수수 예약 구매를 중단했다고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8월 이후 매달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 구매 계약을 여러 건 체결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며칠 전인 올해 1월 16일부터 예약 구매를 전면 중단했다.
이와함께 중국 해관총서(세관)가 집계한 3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산 닭고기 수입량은 전년 동월 대비 80% 가량 감소했다. 면화와 밀 수입량도 90% 정도 줄어들었다.
닛케이는 중국의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급감에 대해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정권에 대항해 그의 지지 기반인 미국 농가 등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다 중국내에서는 아이폰, 맥도날드, 스타벅스, 코카콜라, 나이키 등 생산지를 떠나 미국 기업의 제품에 대한 불매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산업계의 타격이 보다 커질 수 있다.
희토류 수출막아 'Made in USA' 자체 힘들어질 수도
중국 장쑤성 롄윈강 항으로 옮겨지는 희토류 토양. 연합뉴스트럼프발(發) 폭탄관세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당장은 이렇게 일부 미국 항공·자동차 산업, 농축산업 등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피해 분야가 더 깊어지고, 넓어질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의 징벌적 관세 부과 이후 중희토류와 희토류 자석 수출 통제에 나섰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중희토류 점유율은 사실상 100%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희토류는 전기차·드론·로봇·미사일·우주선의 전기모터, 항공기 제트 엔진, 레이저 장비, 인공지능(AI) 서버, 스마트폰 칩 등의 제조에 쓰이는 핵심 원료이다.
따라서 당장은 무역전쟁 여파로 일부 미국산 항공기, 전기차의 중국 판매에 지장이 발생했다면, 장기적으로는 항공기와 전기차는 물론 다양한 첨단 제품을 아예 만들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미사일 등 무기 제조도 힘들어져 국가안보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미국은 상대적으로 희토류 재고가 부족해 그 피해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 기업들은 1년치 이상의 희토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미국 기업 대부분은 원자재 비축에 따른 비용 부담 때문에 재고를 전혀 비축하지 않거나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지난 13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