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던 중 웃음 짓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헌법재판소 제공윤석열 대통령 내란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경찰의 압수수색이 임박했던 시기에 대검찰청 이진동 차장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통화 직후 김용현 전 장관은 검찰에 셀프 출석해 스스로 체포됐다.
대검찰청 이진동 차장검사는 6일 열린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3차 청문회에서 김용현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 8일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이 차장검사 본인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는 윤 대통령의 12·3 내란이 실패한 직후로, 경찰이 내란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특히 경찰은 내란 사태 핵심 인물인 김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를 밟고 있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6일 김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7일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았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이 이 차장검사와 전화 통화를 했고, 이어 돌연 8일 새벽 1시 30분에 검찰에 출석한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하며 신병을 확보했다. 그 뒤로 경찰은 김 전 장관을 단 한 번도 대면 조사하지 못하는 등 내란 사태 수사에 큰 차질을 빚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3차 청문회에서 김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 6일 오후 9시 7분, 이 차장검사에게 문자를 보냈고 이어 오후 9시 9분에는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윤 의원은 이보다 앞선 12월 6일 오후 8시 15분에는 심우정 검찰총장이 김선호 국방차관에게 전화를 해 김 전 장관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오후 8시 37분쯤 김 전 장관의 비화폰 번호를 구했고, 이 번호가 '검찰 비상계엄 사건 특별수사본부'에 전달됐다는 것이 윤 의원의 주장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황진환 기자이 차장검사는 김 전 장관과 통화한 이유에 대해서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당시 김 전 장관이 군사 보호시설 안에 있어 영장을 받아도 승인 없이는 집행할 수 없었다"며 "자발적인 출석이 가장 중요했다. 수사팀에서 설득이 어렵다고 해서 제가 직접 장관과 통화해서 설득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장관이 이 차장검사와 통화에 쓴 비화폰은 대통령경호처가 지급했던 것으로 민간인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도 사용했던 폰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비화폰은 노 전 사령관이 쓰다가 김 전 장관에게 반납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를 두고 경호처가 이미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 있었고 내란에 깊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김성훈 경호차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계속 반려하는 것을 두고도 검찰 수뇌부가 김 전 장관 비화폰 통화 의혹에 휘말린 것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김 경호차장 영장 기각으로 수사가 늦어지고 있는데, 의도가 있는 것이냐"고 묻자 이 차장검사는 "경호처 차장에 대한 수사와 내란 관련 비화폰 수사는 별개다. 같이 연관 짓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