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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교통요금 인상 논란…'나의 해방일지'는 어떡하다 또 소환됐나



서울

    [뒤끝작렬]교통요금 인상 논란…'나의 해방일지'는 어떡하다 또 소환됐나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13화 캡처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13화 캡처
     "밝을 때 퇴근했는데 밤이야…저녁이 없어" 

    경기도 외곽의 가상도시 산포시에서 출퇴근하는 삼남매들. "어떻게 청춘이 맨날 집에 가기 바쁘냐"는 핀잔 속에서도 회사의 회식 공지는 무거운 부담이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온 삼남매의 이야기는 비단 드라마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로 출퇴근 하는 200만이나 된다는 경기도민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최근 들어 더 공포스러워졌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되고, 경기도 택시요금도 같은 액수로 다음달 말 인상이 사실상 결정됐기 때문이다.
     

    귀가가 늦을라치면 삼남매가 강남역에 함께 모여 타고 가던 택시요금은 이제 심야할증까지 걸려 무시무시하게 올랐다. 이제 회식이건 동아리 활동이건 죄다 제쳐놓고 무조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버스나 지하철 요금도 무섭게 오를 예정이다. 서울시가 시의회에 보낸 의견 청취안에 따르면 지하철 기본요금은 교통카드 기준 1250원에서 1550원(1안) 또는 1650원(2안)으로 오를 예정이다. 시내버스 요금도 1200원에서 1500원 또는 1600원으로 오르고 2300원인 광역버스 요금은 3000원으로 오른다. 기본 30%는 오른다고 봐야한다.
     
    여기에 거리비례제를 적용하는 지하철의 경우는 10km를 넘어가면 매 5km마다 150원이 추가된다. (50km 초과시 8km마다 150원 추가)
     

    삼남매 하루 지하철 요금, 왕복 5300원 → 6900원으로 훌쩍  

    드라마에 나오는 당미역은 지하철 1호선 성환역에서 촬영됐다고 하니, 성환역에서 출발해 강남역까지 출근 하는 경우를 가정해보면 지금은 요금계산의 기준이 되는 최단거리 계산법으로 31개 역, 78.1km를 이동(113분 소요)하고, 요금은 2650원을 내면된다.
     
    하지만 요금인상 후에는 기본요금 1650원(2안 기준)에 10~50km까지 40km를 매 5km마다 150원을 내면 1200원, 여기에 50km초과부터 8km마다 150원을 계산해서 600원을 더 내야한다. 계산하면 총 345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보다 800원, 왕복에 1600원이 더 든다는 계산이다.
     
    더 공포스러웠던 것은 바로 버스요금이다. 서울 기준으로 추가요금 없이 단일요금만 내고 탔던 시내버스와 광역버스도 거리비례제를 적용하겠다고 의견 청취안에 포함시킨 것. 최장 노선을 운행하는 서울 시내버스 773번의 경우 기점에서 종점까지 이동시, 인상된 기본요금에 거리비례제를 적용하면 지금보다 요금이 2배 더 오른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처럼 장거리 출퇴근족에게 무시무시한 소식으로 다가왔던 요금인상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아닌 서울시 요금인상 계획의 총 책임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다. 여기서 '나의 해방일지'가 다시 소환됐다.

    '나의 해방일지' 소환한 오세훈…"거리비례제 재검토하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의견청취안이 공개된 8일, 여론이 심상치 않게 움직이자 오세훈 시장은 "예전에 내가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서울시 교통정책은 서울시민만이 아니라 서울로 출근하는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거리비례제는 그런 정책과 결이 다르다"고 서울시 도시교통실에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거리 출퇴근 족들은 오 시장의 '결단'에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거리비례제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이제 교통비 30% 인상 정도는 각오해야하는 상황이다. 높아진 물가에 얇아진 월급봉투, 여기에 가파르게 오른 교통비까지…그야말로 '저녁이 없는' 출퇴근을 이어가는 산포시 삼남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을 예정이다.
     
    출퇴근 버스 올라타는 시민들. 연합뉴스출퇴근 버스 올라타는 시민들. 연합뉴스
    또 거리비례제가 철회됐다고 해도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다. 그만큼 서울시민의 부담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장거리 출퇴근 족들은 대부분 경기도민이다. 오 시장은 '이들도 서울시민'이라고 말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서울시 입장에서는 경기도에 세금을 내는 사람들인 것이다.
     

    누구도 '해피'하지 않은 엔딩

    서울 시내버스는 1년에 5천억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하고 이를 대부분 서울시 재정으로 메꾸고 있다. 서울시민이 낸 세금으로 경기도민이 편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조금이라도 시정하려면 단일요금이 아니라 '수익자 부담원칙', 즉 먼거리를 가는 승객이 더 많은 요금을 내는 거리비례제를 적용해야한다는 것이 서울시 교통당국의 입장이다. 그런데 오랜 기간 준비해온 버스요금 거리비례제가 무산되자 실무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취재를 종합해보면 이번에 논란이 됐던 교통요금 인상안은 이미 지난해 오 시장에게 보고가 됐다. 오 시장도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강의 큰 줄기는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다만 당시에는 고물가의 파고가 크지 않았던 상황이라 이 정도로 큰 논란 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서울 시내버스는 1년에 5천억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하고 이를 대부분 서울시 재정으로 메꾸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시내버스는 1년에 5천억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하고 이를 대부분 서울시 재정으로 메꾸고 있다. 연합뉴스
    여하튼 요금인상안은 던져졌고, 시내버스 요금 거리비례제는 황급히 거둬졌다. 고물가와 난방비 폭탄 속에 교통요금까지 올라가는 것을 봐야하는 수도권 시민들은 고통스럽고, 수익자 부담원칙을 포기해 그만큼 재정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서울시의 입맛도 쓰다.
     
    사족.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오 시장은 결국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쪽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 시장은 해마다 3천억원 넘게 발생하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손실분이라도 일부 보전해달라며 중앙정부를 압박하는 한편, 연일 국회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곳간 열쇠를 쥔 추경호 부총리도 만만치 않다. 중앙정부도 빚내서 나라살림을 운영 중인데 재정건전성이 가장 우수한 편인 서울시가 우는 소리 말란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끝내 '나의 해방일지'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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