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황진환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재수사 중인 검찰이 해당 사건으로 이미 유죄가 확정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공범들을 차례로 소환하고 있다. 앞선 수사팀이 4년 6개월간의 수사 끝에 지난해 10월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만큼, 새로운 증거가 없다면 공범들의 '진술변화'가 결론을 바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검 형사부(차순길 부장검사)는 지난 2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모씨를 비롯해 27일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전 임원 민모씨와 28일 주포(주가조작 실행 역할) 김모씨를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거래 행태와 유사하거나 김 여사와 연결고리가 있는 공범들을 중심으로 다시 사실관계를 짚어나가는 모양새다.
이씨는 김 여사처럼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에 필요한 여러 계좌와 주문자금을 댄 인물이다. 다만 김씨에게 '주가를 받쳐달라', '주가를 유지시켜달라'고 요청하거나 엑시트(자금회수) 또는 물타기(추가 자금 투입) 타이밍을 묻는 등 김씨의 시세조종 행위를 인지하고 인위적으로 부양할 목적이 있었음이 드러나 기소됐다.
김씨와 민씨는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이뤄진 이른바 '7초 매매'의 당사자들이다. 김씨가 민씨에게 '3300원에 8만주' 매도를 요청한 후 7초 만에 김 여사의 계좌에서 해당 거래가 이뤄졌는데, 거래 속도 등을 고려할 때 김 여사가 이들과 사전에 교감하고 시세조종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입증할 대목으로 주목받았다.
민씨는 김 여사의 주식 거래 내역을 정리한 '김건희 엑셀파일' 작성에 관여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이씨와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지난달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별도로 기소된 민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등의 형을 받고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25일 서울고검이 재기수사를 결정한 배경엔 앞선 수사 당시 이들이 본인의 재판 진행을 사유로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던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를 비롯해 권 전 회장 등 대부분 공범들이 확정판결을 받은 데다 영부인이었던 김 여사의 지위가 달라진 점 등은 진술 변화나 추가 증언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지점이다.
이에 향후 수사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권 전 회장을 거쳐 김 여사를 직접 소환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 행위를 인지하거나 주가조작 일당과 사전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지만, 그 과정에서 김 여사나 모친인 최은순씨에 대한 강제조사를 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씨는 김 여사와 함께 도이치모터스에 초기 투자했고, 법원은 최씨의 계좌 1개가 시세조종에 이용됐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