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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 논란에 연금개혁까지…몇 살부터 '노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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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약


인권/복지

    '무임승차' 논란에 연금개혁까지…몇 살부터 '노인'일까

    핵심요약

    서울시 불붙인 '연령 상향' 논란…대구는 70세 자체상향 나서
    1980년대 제정된 노인복지법이 시행 근거…現 세태와는 거리
    실제 고령층은 "최소 70세 넘어야 노인"…근로인구도 증가추세
    연금특위 자문위도 가입연령상한 64세로 높이는 방안 유력검토
    "초고령화 사회 살기 위한 불가피한 변화…기존 복지프레임 바꿔야"

    지하철 이용하는 노인들. 연합뉴스지하철 이용하는 노인들. 연합뉴스
    서울시가 쏘아올린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 논란이 뜨겁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의 무임승차로 지하철 운영손실이 매년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관련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이상 지방자치단체가 계속 떠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대구시는 아예 대중교통 무상이용 기준을 '70세'로 자체 상향하기로 했다.
     
    지하철 무임승차가 도화선이 됐지만, 사실 몇 살부터 '노인'으로 보는 것이 적정한가는 오래된 논쟁이다. 한국은 곧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로 진입한다.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연금개혁' 논의에서도 국민연금 가입연령 상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노인 연령 기준을 둘러싼 쟁점과 배경을 짚어봤다.
     

    '지하철 무임승차' 근거法, 40년 묵어…노인복지 대개 '65세' 기준

    연합뉴스연합뉴스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시점은 1981년이다. 지하철 무상이용의 근거가 된 대통령령은 1984년 개정됐다. 기대여명이 증가하고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21세기에 40년을 묵은 법령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회보장제도의 복지서비스 대상이 되는 '노인'은 대개 '만 65세'를 기준으로 한다. 지하철 무임승차의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은 노인복지법 제26조(경로우대)다. 국가 또는 지자체가 65세 이상의 자에 대하여 수송시설 및 고궁·능원·박물관·공원 등의 공공시설을 무료로 또는 그 이용요금을 할인해 이용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개혁이 절실해진 국민연금 역시 5년마다 수급 개시연령을 1살씩 올려, 오는 2033년엔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설계돼있다. 지금은 만 59세까지 의무 가입할 수 있고 만 63세 이후 받아가는 방식이다.
     
    생계유지가 어려운 어르신들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기초연금도 65세 이상인 소득하위 70%가 수급대상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또한 노인성 질병이 있는 65세 미만이 아니면 65세 이상이 기본 연령기준이다.
     
    주택을 담보로 받는 주택연금(55세 이상), 노후생활안정자금 성격의 농지연금(60세 이상) 등은 상대적으로 기준점이 더 낮지만,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경제활동 여부를 통해 노인을 가늠하는 척도가 '정년'이라면, 이는 60세에서 65세 정도다.
     
    2021년 국회입법조사처의 '노인 연령 기준의 현황과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9년 손해배상 기준이 되는 일반 육체노동자의 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했는데, 55세에서 60세로 올린 지 30년 만의 변경이었다.
     

    실제 고령층은 "70세 넘어야 노인"…'일하는 노인'도 증가추세


    문제는 법령 및 제도와 당사자 사이 인식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서울시 제공'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서울시 제공
    가장 최근에 이뤄진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만 65세 이상 9919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 과반(52.7%)이 '70~74세'를 노인기에 들어서는 연령대라고 답변했다. '65~69세'라는 응답은 24.6%로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부터는 70세 미만을 노인으로 보는 고령층이 감소하고, 75세 이상이 돼야 노인이라 인지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게 보사연의 분석이다.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이 불거진 후 서울시가 지난 6일 내놓은 조사결과도 비슷하다.
     
    서울시가 지난해 6월부터 두 달 간 서울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1957년 이전 출생자) 3천여 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이들이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 연령은 평균 '72.6세'였다. 응답자들의 실제 평균 나이도 73.5세로 나타났다.
     
    연령별 구성을 보면, 65~69세가 35.1%로 가장 많았지만, 70~74세(24.6%)와 80세 이상(21.5%)도 각각 20% 이상의 높은 비율을 보였다.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서울시 제공'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서울시 제공
    '현재 일하고 있다'는 65세 이상은 2018년 35.1%에서 6.5%p나 증가한 41.6%를 기록했다. 상용직 근로자도 4년 새 10.2%에서 28.2%로 급증했다.
     
    '요즘 노인'을 과거의 60~70대와 똑같이 볼 수는 없음을 시사하는 데이터다. 서울시가 '노인 무임승차'를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며 손실 보전을 촉구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고령층 규모는 갈수록 비대해져 가는데다, 이들을 전부 '경제능력이 없는' 지원대상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연 1조 가량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중 30%가 무임승차 지원으로 인한 손실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앞서 올해 정부 예산안에서 무임수송 손실 지원분이 누락되자 '자구책'이 불가피해진 측면도 있었다.
     
    다만, 서울시는 지하철 무임승차 정책이 정부에 의해 일괄 시행됐고 노인복지법을 근거로 하는 만큼 정부가 먼저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구시는 노인복지가 지자체 소관이라는 전제 하에 지하철 무상이용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자체 조례 개정을 토대로 매해 도시철도 이용연령은 1살씩 올리되, 버스 이용이 더 많은 대구시의 특성을 감안해 관내 시내버스도 70세 이상 시민의 무임승차를 허용하겠다는 일종의 절충안이다. 보건복지부는 무임승차 연령 상향과 관련해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인구구조 상 노인 연령 상향 불가피"…점진적으로 바꿔야

     연합뉴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노인 연령기준 상향이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봤다. 지하철 무임승차 정책에 대한 입장과 무관하게 급변하는 인구 구조 상 논의를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다.

    연금개혁 권고안을 논의하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민간자문위원회에서 국민연금 가입연령상한을 64세로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정년 연장 등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문제다.
     
    보사연 이상림 연구위원은 "노인 연령 상향은 정부의 복지부담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초고령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우리 사회의 불가피한 변화"라며 "체제 전환의 한 모습 정도가 아닐까 싶다. 기존의 복지 프레임은 정말 많이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인들이 지하철을 탄다고 추가비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승차요금을 내지 않는다고 공사의 적자증가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누군가는 요금을 내야 하는데, 문제는 앞으로 요금을 낼 사람들(생산가능연령 인구)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적자규모가 더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석재은 교수는 실제 고령층의 인식처럼 '70세 이상'이 노인 연령 기준으로 적정하다고 봤다. 석 교수는 "왜냐하면 그 때까지는 (아직) 일할 수 있고 건강한 분들이 많다. 그만한 일자리가 없고 사회적으로 참여할 만한 영역이 오히려 없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령 상향은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기초연금 인상 등 노인 소득보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지속된다는 전제 하에 "근로연령계층과 노인계층의 자원 배분을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부분은 필요한 과정"이라고 짚었다. 당초 교통수당을 기초연금으로 통·폐합하면서부터 지하철 무상이용에 대한 개편 요구가 있어왔던 점도 들었다.

    노인복지법을 만들 당시엔 실제 복지라 할 만한 제도가 거의 전무(全無)했기에 지하철 무임승차가 도입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석 교수의 설명이다. 제도적 균형을 맞춰가기 위해서는 노인 기준 상향과 함께 이동권 지원은 '전액 무상'보다는 '할인 정책'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다만 지하철 무임승차 지원범위를 줄일 경우, 저소득층 노인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남찬섭 교수는 "지하철 요금도 부담스러운 분들에 대한 지원이 줄게 되면, 이들의 운동량이 감소하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후 이들에게 투입될 건강보험료 재정이 지원축소로 절감되는 예산 규모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봤다.

    아울러 섣부른 기준 연령 상향보다는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고도 밝혔다. 남 교수는 "현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를 '생애주기 재구조화 위원회' 등으로 개편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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