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된 비야디 차량. 연합뉴스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로 등극한 중국 BYD(비야디)가 재고떨이를 위해 자국 시장에서 대규모 할인행사를 단행하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다른 브랜드들도 마지못해 출혈 경쟁에 뛰어들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전기차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BYD 시작으로 줄줄이 대규모 할인행사…'47%' 할인도 등장
BYD는 지난 23일 '618' 쇼핑 축제를 앞두고 자사 22개 모델의 가격을 최대 34% 할인한다고 밝혔다. 이번 할인 행사 대상에는 '신의 눈'이라 불리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장착한 최신 모델까지 포함됐다.
이에따라 비야디의 저가형 전기차 '시걸'의 가격은 6만 9800위안(약 1335만원)에서 20% 할인이 적용돼 5만 5800위안(약 1067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업계 1위 BYD의 파격 할인에 나머지 업체들도 앞다퉈 할인행사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 2위인 지리자동차는 다음달 1일까지 7개 모델을 8~18% 할인하겠다고 밝혔다.
체리자동차도 오는 6월 2일까지 한시적으로 산하 4개 브랜드의 31개 차종에 대해 최대 47%의 할인율을 적용하겠다고 28일 발표했다. 창안자동차도 가격을 10.5% 내린다고 23일 공지했다.
중국 전기차 업계의 지난해 평균 할인율은 8.3%이었지만, 올해 4월에는 평균 16.8%로 확대됐다. 그런데 한달 만에 할인율이 다시 2배 가량 확대된 것.
이같은 '출혈' 할인 경쟁에 대해 창청자동차의 웨이지엔쥔 회장은 "어떤 공산품이 10만위안(약 1900만원)이나 가격이 떨어져도 품질 보증을 받을 수 있나? 절대 불가능하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출혈 경쟁 배경은 '재고떨이'…'주행거리 0km' 중고차까지
BYD 배터리 홍보 부스. 연합뉴스최근 몇년간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할인경쟁을 주도해 온 BYD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다시 한번 출혈 경쟁에 뛰어든 것은 재고 소진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BYD는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 대비 30% 늘어난 550만 대로 잡았지만 지난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약 138만 대로 목표치의 25% 수준에 그쳤다.
계속되는 사업확장으로 생산 능력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재고 소진을 위해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대규모 할인에 나선 것.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4월 기준 자동차 재고는 350만대로 2023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재고가 쌓이면서 각종 밀어내기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행거리 0㎞의 중고차' 판매 관행이 폭로됐는데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해 신차를 출고 처리한 뒤 실제 운행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고차로 판매하는 수법이다.
창청자동차 웨이 회장은 "차량이 한 번도 운행되지 않은 상태로 중고차 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중국 중고차 플랫폼에는 이런 차량을 판매하는 업체가 최소 3천~4천 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업계 구조조정 임박…해외 '헐값' 밀어내기 우려도
문제는 배터리 생산부터 전기차 제조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BYD는 원가절감을 통해 출혈 경쟁을 감수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규모 업체들의 경우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JP모건 보고서 등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50여 곳 가운데 수익을 낸 곳은 BYD, 리오토, 세레스 뿐이며 나머지 업체들은 할인 경쟁까지 겹치며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따라 향후 2년 이내에 적자를 버티지 못한 중소규모 업체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다 시장에서 퇴출당하거나 더 큰 경쟁사에 인수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컨설팅 업체 시노 오토인사이트의 투러 이사는 "지금은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무너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면서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 소위 '피바람'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재고를 해외로 헐값에 밀어내기 수출을 할 가능성도 높다. BYD와 지리 등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은 이미 한국과 일본 등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해외 진출 초기에서는 저가 중국산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자국 보다 높은 가격을 매기지만 경쟁이 본격화되면 가격을 대폭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