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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현 성폭행 사건 놓친 '스포츠 윤리센터'…유명무실 또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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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이규현 성폭행 사건 놓친 '스포츠 윤리센터'…유명무실 또 '도마'

    수사권도 징계권도 없는 스포츠 윤리센터

    피겨스케이팅 이규현 코치의 제자 성폭행 사건으로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씨가 범행을 저지르고 수사가 개시된 지 6개월이 지난 후에도 대한빙상경기연맹과 스포츠 윤리센터는 사건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스포츠계 비위를 미리 파악하고 조사해야 할 기구가 즉각 대응 및 사후 조치에 완전히 실패한 셈이라 논란이 예상됩니다.

    스포츠계 폭력 방지 위해 2년 전 설립된 '스포츠 윤리센터'
    '사법경찰단' 제도는 여전히 법안 계류 중
    전문가들 "징계권 여전히 대한체육회에…독립성 보장 안돼"
    윤리센터는 '제명 권고'…실제론 '단순 경고' 간극 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피겨스케이팅 이규현 코치의 제자 성폭행 사건으로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씨가 범행을 저지르고 수사가 개시된 지 6개월이 지난 후에도 대한빙상경기연맹과 스포츠 윤리센터는 사건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스포츠계 비위를 미리 파악하고 조사해야 할 기구가 즉각 대응 및 사후 조치에 완전히 실패한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윤리센터가 수사 권한이 없다는 점, 징계권은 여전히 대한체육회에 있어 사실상 조사 이상의 권한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사실상 범죄 피해 대응에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 윤리센터 '사법 경찰단' 법안 계류…'징계권'도 대한체육회에

    고(故) 최숙현 선수의 1주기였던 2021년 6월 26일 경북 성주군 삼광사 추모공원에서 최 선수의 추모공간 아래 고인을 기리고자 '최숙현 법'으로 불리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놓여있다. 연합뉴스고(故) 최숙현 선수의 1주기였던 2021년 6월 26일 경북 성주군 삼광사 추모공원에서 최 선수의 추모공간 아래 고인을 기리고자 '최숙현 법'으로 불리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2019년 스포츠계 미투와 조재범 사건, 2020년 6월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국가대표 최숙현 선수 자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스포츠계 만연한 폭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2020년 8월, 스포츠 분야 비리를 독립적으로 조사하는 '스포츠 윤리센터'가 신설됐다.
     
    이전에도 대한체육회 내 '스포츠 인권센터'가 운영되긴 했으나 내부 비위 문제가 발생할 경우 독립적인 조사가 어렵다는 판단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법인 기구로 분리됐다.
     
    센터가 신설되면서 지도자의 (성)폭력 등 스포츠 비리를 알게 된 경우 반드시 스포츠 윤리센터에 신고해야 하는 규정이 생겼다. 또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제' 운영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설립 2년이 지난 현재, 스포츠 윤리센터 내 사법경찰관 제도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계 관계자들은 "현재 스포츠 윤리센터에는 징계권·강제조사권 없이 단순 조사권만 있다"며 "사실상 조사 자체에 대한 동력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리센터가 생긴 취지가 체육계 내부의 온정주의, 폐쇄성, 파벌주의를 타파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인데 가장 중요한 징계권이 여전히 대한체육회 내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 비리에 대한 징계는 여러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우선 스포츠윤리센터가 최초로 신고를 접수 받은 뒤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결과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문체부에 징계 요청·권고사항을 보고한다. 해당 보고를 문체부가 대한체육회에 전달하면 대한체육회 산하 각 종목단체(협회,연맹)가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열어 최종적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해 처분을 내리는 구조다.
     
    함 위원은 "윤리센터 내 징계권이 없다는 건 아무 권한이 없다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결국 징계 권한은 각 종목단체에 있는거고, 스포츠 공정위원회에서 얼마든지 윤리센터의 원래 권고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경찰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해 현재 윤리센터장도 경찰 출신으로 모신 것으로 아는데 사법경찰제 도입 법안이 아직도 계류 중이다"며 "수사권도 보장받지 못하다 보니 협회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독립적으로 조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 권한, 징계 권한이 제대로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리센터가 출발하다보니 지금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단순히 윤리센터가 일을 잘 못한다고 치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태생부터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체육시민연대 관계자 A씨 또한 '강제 조사권' 없이는 스포츠 윤리센터의 범죄 예방, 인지 조사 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하면 모든 의심 사안은 스포츠 윤리센터로 신고하게 돼 있음에도 검찰이나 경찰처럼 조사의 전문성이 축적돼 있는 것이 아니다"며 "강제 조사권을 부여해 전문성을 갖춰야 윤리센터가 제 역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리센터는 '제명 권고'…실제론 '단순 경고' 간극 커


    스포츠 윤리센터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 B씨는 조사 주체와 징계 주체가 다르다 보니 윤리센터에서 권고한 징계와 실제 징계 수위가 차이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B씨는 "윤리센터가 요청·권고한 징계 수위와 스포츠 공정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내리는 징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센터는 자격 취소나 정지 1~3년 정도로 의결했는데, 공정위에서는 그냥 경고 정도로 끝내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보니)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센터의 조사 결과에 크게 겁내지 않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B씨는 "강원도 육상연맹의 경우 연맹 회장이 학생들을 괴롭히고 노예로 삼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센터에서 조사 후 징계 요청했지만 징계를 받지 않았다"며 "강원도 육상연맹 회장이 자기 스스로에게 징계 내리진 않을 것 아닌가. 대한체육회에서 문체부를 통해서 강원도 육상연맹에 (징계) 내려봤자 그게 안된다"고 자체 징계권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7일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이규현 코치의 미성년 제자 성폭행 사건이 알려지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을 접했다. 피해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상황을 파악 중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단체는 스포츠윤리센터를 통해 조사를 벌인 뒤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합의1부(박옥희 부장판사)는 1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 이 코치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그는 올해 초 자신이 가르치던 10대 제자를 강제 추행하고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동영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에서 이씨의 변호인은 "추행과 동영상 촬영은 인정하지만 강간 미수는 사실이 아니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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