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EN:터뷰]음반 호황 시대, '팔고 나면 끝일까?' 질문하는 K팝 팬들

  • 0
  • 폰트사이즈
    - +
    인쇄
  • 요약


문화 일반

    [EN:터뷰]음반 호황 시대, '팔고 나면 끝일까?' 질문하는 K팝 팬들

    K팝 팬들이 주도하는 기후 위기 대응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 서면 인터뷰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 캠페인 벌여 실물 앨범 쓰레기 양산 문제 정조준
    엔테테인먼트사들, 팬 사인회 응모권·포토카드 넣어 과도한 앨범 구매 유도
    BTS 소속사 하이브 앞에서 실물 앨범 문화 개선 요구하는 퍼포먼스 벌여
    음반 판매량 인플레이션 속 소비자 아닌 시스템 문제 지적

    지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 케이팝포플래닛이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라며 실물 앨범 소비 문화 개선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김수정 기자지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 케이팝포플래닛이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라며 실물 앨범 소비 문화 개선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김수정 기자'A 그룹, 새 앨범 선주문량만 OO만 장' 'B 그룹 새 앨범, n연속 밀리언셀러' 'C 그룹 초동 OO만 장, 역대 데뷔 앨범 신기록'

    실물 음반(CD)으로 앨범을 듣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데, 앨범은 무시무시하게 팔린다. 코로나19 이후 콘서트와 팬 미팅 등 다양한 행사에 제약이 생겨 벌어진 '보복 소비' 성격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지나치게' 많이 팔리는 것이 사실이다. 앨범 발매 첫 주(초동)에만 100만 장 넘게 팔아치우는 그룹도 있다.

    2세대 아이돌 시절만 해도 10만 장 이상 앨범을 판 그룹은 손에 꼽았다. 3세대~4세대를 거치며 앨범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코로나 직전 연간 실물 앨범 판매량(가온차트 상위 400위 기준)은 2509만 5679장이었으나 코로나 첫해인 2020년에는 4170만 7301장으로 급등했고, 지난해는 5708만 9160장으로 다시 한번 급등했다. 가온차트가 발표한 2021년 앨범 판매량 상위 10장은 모두 1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팬들은 안다. 산 앨범으로 음악을 듣지 않으며, 같은 앨범을 굳이 수십 장 살 필요는 없고, 너무 많이 사면 그 앨범을 모두 보관하기 어려우며,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된다는 것을. 하지만 '내 가수'의 영광을 위해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무리하기 일쑤다.

    엔터테인먼트사는 팬들의 그런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룹 멤버별로 표지를 달리한 앨범을 내고, 포토카드 등 구성품을 랜덤으로 준비하고, 팬 사인회 응모권을 넣어 과소비를 부추긴다. 앨범이 많이 나갈수록 수익은 커지고 여러 기록으로 이어진다. 이때 지갑을 열고, 산 앨범을 처리하는 것은 모두 구매자(팬)의 몫이다. 엔터사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

    기후 위기와 맞서기 위해 K팝 팬들이 조직한 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이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과도한 앨범 구매를 유도하는 엔터테인먼트사들에 쓰레기가 양산되는 현실을 알리고, '생산자 책임'을 강조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NO K-POP ON A DEAD PLANET)라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3월 한 달 동안 '플라스틱 앨범 처리반'을 운영해, K팝 팬들에게 '처치 곤란' 앨범을 받았더니 8천 장이 넘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이렇게 모인 앨범을 생산자인 각 엔터테인먼트사에 돌려보내기로 했다. 지난 21일 그룹 방탄소년단, 세븐틴 등이 속한 하이브 사옥 앞에 앨범을 재사용해 만든 조형물을 설치했고 퍼포먼스도 벌였다. "ART SHOULD NOT END UP HERE"라는 문구를 통해 아티스트들의 작품인 앨범이 쓰레기로 버려져선 안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구의 날인 오늘(22일)은 SM·JYP·YG엔터테인먼트 등 타 엔터테인먼트사에 앨범을 보낼 예정이다.

    케이팝포플래닛 홈페이지에 올라온 플라스틱 앨범 처리반 소개 글 케이팝포플래닛 홈페이지에 올라온 플라스틱 앨범 처리반 소개 글 CBS노컷뉴스는 △앨범 구매 시 팬들에게 친환경 선택지 제공하기 △앨범 및 굿즈(상품)의 플라스틱 패키징 최소화 △탄소 배출이 적은 공연 만들기 △아티스트와 함께 적극적으로 기후 위기를 알리고 행동하기 △환경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K팝 노래하기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기 등 엔터테인먼트사에 '친환경 변화'를 촉구해 온 케이팝포플래닛을 서면 인터뷰했다. 답변은 이다연 활동가가 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플라스틱 앨범 처리반' 프로젝트를 언제부터 기획하셨나요. 전체 과정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과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 SNS에서 K팝 팬분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문제가 실물 앨범 쓰레기 문제예요. 아무래도 K팝 팬들은 MZ세대들이 대다수고, MZ세대들은 인터넷과 SNS 사용에 능하다보니 기후 위기에 관련된 기사들을 접해서 다른 세대보다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앨범 문제에 관한 이야기는 전부터 꾸준히 나왔었으나 작년 후반부터 특히 더 지적의 목소리가 거세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시작한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 '플라스틱 앨범 처리반 케이팝포플래닛'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앨범에 다른 종류의 포토카드가 들어가기도 하고, 좋아하는 K팝 아이돌의 팬사인회를 가기 위해 팬들은 똑같은 앨범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응모해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대량으로 구매한 앨범은 대개 처리가 곤란합니다. 앨범에 분리배출 방법이 적혀있지도 않을 뿐더러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및 코팅 종이인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많은 팬분들이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저도 오랜 시간 K팝 팬이었고 팬 사인회를 가기 위해서 친구들이랑 같이 앨범을 몇십 장 산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문제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구요. 많은 팬분들이 친환경 소재의 앨범, 디지털 플랫폼 앨범 등 지속가능한 K팝을 요청하는 다양한 제안의 목소리를 내주셨으나 엔터사들은 아직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팬분들께 사용하지 않는 앨범들을 보내달라고 SNS에 공지를 올리자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한달도 안돼 8천 장 이상 앨범을 보내주셔서 수거를 조기 마감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앨범이 정말 상상 이상으로 많이 도착해서, 도착한 앨범의 포장을 뜯어서 내용물을 확인하고 그 앨범을 소속사별로 분류하고 다시 정리해두는 작업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 버려지는 앨범에 대한 '생산자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핵심으로 보이는데, 어디서 착안하셨나요.

    저희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앨범을 많이 구입하는 팬분들이 문제가 아니라, 앨범을 많이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고는 그만큼의 실물 앨범의 처리를 팬들에게 떠넘기는 엔터사들이 문제라는 거였습니다. 그러니 엔터사들이 바뀌어야 하죠. 이 액션을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혹여나 팬분들이 오명을 쓰시진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됐고, 그 때문에 메시지를 설정할때 엔터사들의 책임을 특히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세계적으로 순환경제 체제를 갖추려는 노력이 활발합니다. 제품 생산 업체가 폐기 단계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건데, 관련 제도까지 도입되고 있습니다. 엔터사가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말고 생산자로서 책임을 다해주기를 바랍니다.

    K팝 팬들이 3월 한 달 동안 케이팝포플래닛에 보낸 앨범들. 케이팝포플래닛 제공K팝 팬들이 3월 한 달 동안 케이팝포플래닛에 보낸 앨범들.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하이브를 첫 번째 퍼포먼스 장소로 선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작년 팔린 K팝 가수들의 실물 앨범은 총 5708만 9160장(가온차트 상위 400위 기준)인데 그 중 하이브는 2021년 한 해 동안 무려 1523만 장을 판매했습니다. 앨범 판매량이 가장 많은 엔터사 중 하나여서 하이브로 선정했습니다. 따라 앨범 판매량이 더 많은 대형 기획사들이 더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들이 바뀌면 산업계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

    ▶ 수거된 앨범을 각 엔터사에 배달한다고 했습니다. 향후 이 같은 퍼포먼스를 SM·JYP·YG 등 타 기획사 앞에서도 열 계획인가요? 엔터사마다 준비하는 이벤트가 다른지도 궁금합니다.

    퍼포먼스는 하이브 앞에서만 할 계획이고, 22일에 남은 앨범들을 각 엔터사에 배달할 계획입니다.

    ▶ 소속사 쪽에서 앨범 수령을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할 예정인가요.

    케이팝포플래닛은 2021년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지속해서 엔터테인먼트사들과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전 세계 팬들의 1만 서명을 전달하기까지 했지만 친환경 문화에 대한 촉구에도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엔터테인먼트가 앨범 수령을 거부하고 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저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할 것입니다.

    ▶ 프로젝트 준비 과정에서 앨범을 보낸 팬들이 전한 메시지가 있다면, 그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앨범을 열 장씩 집에 둘 수 없어 처분하며 지구에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여러 기업이 환경을 위해 빨대와 포장재를 바꾸는 시대에 음반 산업계는 어떤 성역이길래 이렇게 변화의 기미가 안 보이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셨는데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목표 판매량만큼 무작정 앨범을 찍어내고 다 팔릴 때까지 계속 팬 사인회 여는 것도 그만해 달라. 팬들도 다 안다"라는 의견도 주셨습니다.

    케이팝포플래닛에 K팝 팬들이 보낸 의견. 케이팝포플래닛 제공케이팝포플래닛에 K팝 팬들이 보낸 의견.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최근 일부 소속사에서 환경에 덜 해로운 방향으로 앨범 소재를 바꾸거나 부피를 줄이는 등 여러 실험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혹시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최근 국내에서도 디지털 플랫폼 앨범 판매(IST엔터테인먼트)와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 앨범 발매(YG엔터테인먼트) 등 몇몇 엔터사들에서 기후 행동 움직임이 시작되기는 했으나 아직 많이 부족한 단계입니다. 많은 팬분들은 단기간의 디지털 앨범 판매보다는, 처음부터 앨범을 판매할 때 고정 그린 옵션으로 '앨범은 n장만 필요해요' 식으로 필요한 수량만 선택해서 받을 수 있는 선택지를 바라고 있습니다.

    K팝 산업에서의 소비자는 팬분들이기 때문에 엔터사들은 팬들의 요구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다시 한번 엔터사들에게 '앨범값은 그대로 지불하되 수령할 실물 앨범의 수를 선택해서 받을 수 있는' 그린 옵션을 요청하고자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산업계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자 변화하고 있습니다. 해외 음악계에서는 세계 3대 레이블사가 모여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는 등 ESG 도입에 적극적인 분위기입니다. K팝 산업계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만큼,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 또한 앨범을 구매하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주세요.

    K팝을 덕질(팬질)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물 앨범 대량 구매 후 뒤처리로 인해 곤란을 겪었던 적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도 K팝을 오래 좋아한 사람으로서 팬들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는 엔터사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팬들 없이는 K팝 산업이 지속될 수 없습니다. 특히 근래 SNS에서 '기후 위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K팝 산업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엔터사들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등' K팝 산업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많이 봐왔고 저도 크게 공감했습니다. 이번 캠페인이 꼭 지속 가능한 K팝을 만드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팬분들이 저희 캠페인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함께 목소리를 내주셔야 엔터사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끝까지 지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