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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위의 갑' 제재 못 해"…특고·프리랜서 갑질금지법 '사각지대'



사건/사고

    "'갑 위의 갑' 제재 못 해"…특고·프리랜서 갑질금지법 '사각지대'

    현행 갑질금지법,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는 보호 못 해
    "특수관계인 갑질에 대해 노동청 직접 신고하게 해야'

    그래픽=고경민 기자

     

    #1. 동대구역에서 승차권 발매 업무를 하는 김우성(가명)씨는 코레일이 4월 1일부터 승차권 발매 인원을 현재 167명에서 12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년 역 창구 발매량이 감소하는 데다가 지난해에는 코로나까지 겹쳐 발매량이 급감했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매년 인원이 줄어들어 쉴 틈도 없는데, 원청이 상의도 없이 대규모 인원을 자르라고 하면, 저희는 원청이 시키는 대로 그냥 해고될 수밖에 없는 것이냐"며 답답해했다.

    김씨는 코레일의 정규직이 아니라, 코레일이 승차권 발매 업무를 위탁한 코레일네트웍스 소속이다. 시민들은 발매창구에서 일하는 김씨가 '코레일 직원'이라고 여긴다. 시민들은 줄이 길어져 원하는 기차를 놓치거나 열차 지연 등 온갖 불만 사항들을 김씨에게 토로한다. 하지만 김씨가 "저희는 코레일 직원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2. 이은미(가명)씨는 서울 강남 도곡동에 있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1층 로비 안내 데스크에서 일했다. 이른바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최고급 아파트로 알려진 곳에서 일했지만, 그와 동료들이 받은 급여와 대우는 '최저' 수준이었다.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고, 임금마저 '휴게시간이라는 이유로' 지급받지 못했다.

    임금을 올려달라고 할 때마다 관리 회사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지난해 8월 안내 직원 2명은 결국 고용노동청에 체불 임금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관리소장은 이들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대기발령을 냈다. "입주자대표회장이 내보내라고 지시했다"는 게 이유였다. 안내 직원들은 모두 사직서를 제출해야 했다.

    김씨와 이씨의 사례처럼 원청회사가 하청회사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갑질금지법)이 존재하지만,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노동자는 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 연합뉴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내고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정부는 원청, 아파트입주민 등 특수관계인의 갑질에 대해서는 노동청에 직접 신고하도록 하고, 특별근로감독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갑질금지법의 적용 범위는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정규직, 계약직, 임시직 등)까지다. 원청 직원의 하청업체 갑질이나 입주자대표회장과 같은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은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같은 '특수관계인'이 괴롭힘 행위자인 경우가 상당해 사실상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2월 22일부터 29일까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4.4%), △사용자의 친인척(2.6%),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2.3%) 등의 응답이 나왔다.

    직잡갑질119는 "한국철도공사가 일방적으로 승차권 발매 창구를 축소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사실상 인원을 감축하도록 지시한 것과, '펜트하우스' 입주자대표회장이 관리업체에 직원 해고를 통보한 것은 명백한 갑질"이라며 "(직접적) 계약관계에 있지 않지만, 실제로는 업체보다 더 높은 '갑 위의 갑'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직장갑질119 윤지영 변호사도 "체불임금 진정에 대해 보복조치를 지시한 입주자대표회장은 형법상 교사자로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실무상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며 "정리해고는 처벌 규정조차 없기 때문에 정리해고를 지시한 코레일에 대해서는 제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형식적인 근로관계를 넘어서 실질적인 결정권한을 행사한 자를 제재할 수 있어야 갑질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3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의 2, 3)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가해자가 사용자·사용자 친인척일 경우 최고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피해자 보호·가해자 징계·비밀누설 금지 등 의무 불이행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조항도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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