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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만 뻘밭에 모래기둥 심어 제철소를 짓다



전남

    광양만 뻘밭에 모래기둥 심어 제철소를 짓다

    신년기획① 광양제철소 매립 과정과 기록

    전남 광양만이 포항제철(포스코의 전신) 제2제철소 부지 조성을 위해 매립된 지 올해로 30년째를 맞았다. 1983년 12월 끝까지 고향을 지켰던 마지막 섬 주민이 이주했고, 이듬해 3월 제철소 종합착공식이 열렸다. 30년이 지난 지금 광양만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사자성어가 딱 들어맞는다. 김을 양식하던 바다와 섬을 메워 땅을 만들고 그 위에 철을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섰다. 30년이 흐른 지금 매립은 역사로 기록됐고, 매립의 흔적은 사라져가고 있으며, 사람들은 남았다.

    전남CBS는 2014년 신년기획으로 모두 3회에 걸쳐 광양만 매립 과정과 현재의 모습을 돌아보는 연속기획 ‘광양만 매립 30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 광양만 뻘밭에 모래기둥 심어 제철소를 짓다
    2. 광양만 13개 섬, 매립됐지만 흔적은 남았다
    3. 광양만 매립 30년 압축적 성장과 오늘

    1970년대만 해도 전남 광양만은 황금어장이자 기름진 갯벌이었다. 민물인 섬진강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각종 어류와 해산물이 넘쳐났다. 예부터 광양만의 대표 섬 금호도는 김 양식지로 명성이 높았고, 풍부한 해양자원을 터전으로 삼았던 탓인지 ‘이곳에서는 겨울이면 집에 기르는 개들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도 회자됐다고 한다. 그러나 1980년대 초 광양만에 있던 10여개 섬은 매립됐고, 그 위에 제철소가 세워졌다.

     

    ◈ 광양만 부지 확정과 매립 규모

    광양만이 당시 포항제철 제2제철소로 입지가 확정된 것은 1981년 11월 4일. ‘광양만의 약점인 연약지반이란 악조건을 해결하겠다’는 포철의 설득에 정부의 승인이 떨어졌다. 이후 광양만에 대한 대대적인 지질조사와 함께 1982년 7월 광양만에 굉음을 울리며 1단계 부지조성공사가 착공했다.

    포스코 박태준 초대 회장의 일대기에는 “1984년 1월부터 광양만에는 섬이 보이지 않았다. 불과 1년 만에 상전벽해가 일어나, 매립부지가 황량한 벌판처럼 펼쳐졌다”고 적혀 있다.

    당시 포스코는 매립 방법과 과정 등에서 기록적인 역사를 남겼다. 광양만 매립부지는 1,500만㎡로 여의도 면적의 5.5배에 달한다.

    바다 매립에 쓰인 모래와 석재는 5,000만㎥로 10t 트럭 천만대 분량이다. 경부고속도로 전체를 폭 4.5m, 높이 1m로 채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매립 공사에 투입된 인원은 연인원 2,650만 명에 이른다.

    ◈ 신(新)공법 도입 등 기록적 역사 남겨

    광양제철소는 당시 지질조사를 위해 시추선 7대를 띄워 2,300여 곳에 구멍을 뚫었고 매립부지보다 훨씬 넓은 2,600만㎡에 걸쳐 수심을 측량했다.

     

    제철소 입지선정과 매립의 가장 큰 장애는 연약지반. 특히 공장부지는 엄청난 중량을 지탱해야했다. 부지 개량을 위해 광양제철소는 국내 최초로 이른바 ‘모래말뚝공법’을 도입했다.

    부지 곳곳에 지름 40cm, 깊이 10~25m의 모래기둥을 박아 넣고 삼투압의 원리를 이용해 뻘층에 있던 수분을 뽑아내 단단한 지반을 만드는 것이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모래 기둥이 매립 부지에 평균 2m 간격으로 104만 개가 세워져 있다”며 “주요 공장이 들어선 곳은 스틸파이프도 함께 박아 넣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혀 침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때 타설된 모래말뚝 총연장 길이만 2만2,578km에 달하며, 이후 이 공법은 부산항과 인천공항 부지매립 공사에도 사용됐다.

    매립부지 조성공사는 신공법 도입에도 불구하고 공사기간을 크게 줄여 1984년 11월 마무리됐다. 이 덕분에 제철소 본 공장 착공은 예정보다 4개월, 준공도 9개월 앞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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