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이 낮은 성과의 사업을 정리하고 관련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사업 재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공격적인 신사업 추진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 저수익 사업 발 빠르게 정리…SK는 알짜 계열사 팔아 실탄 확보
연합뉴스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ES사업본부 산하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는 2018년부터 설루션 선행 개발을 시작으로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하이비차저(구 애플망고)를 인수하며 전기차 충전 시장에 진출했다. LG전자 조주완 CEO(최고경영자)는 2023년 '2030년 매출 100조원 비전' 달성을 위한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꼽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시장의 성장이 지연되고, 가격 중심 경쟁구도 심화 등 사업 환경 변화이 급변하자 전략적 리밸런싱 차원으로 해당 사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업 종료 후 공급처 대상 유지보수 서비스는 차질 없이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그룹도 지주사인 SK㈜가 직접 보유한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지분 51% 등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그룹도 저성과 장기화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취임후 그룹은 저수익 사업 125개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슈퍼 언노운"…본질적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것은 극한의 경영 한파가 몰려오고 있어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후 국내 정치적 리스크는 일부 완화됐지만, 미국 정부의 '조변석개' 관세 정책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계를 옥죄고 있다.
JP모건 등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로 내놓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은 최근 상황을 '슈퍼 언노운'(unknown), '초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오랜 기간 투자한 사업이라도 수익성이 부진할 경우 과감하게 정리해 기존 사업 강화 등 '안전판 강화'에 집중하고, 위기 속 기회를 포착했을때 기민하기 대응하기 위한 '실탄 마련'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 업무를 수행해 온 인력 등을 냉난방공조(HVAC) 사업 조직에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주력 사업의 안정적인 성과와 신규 먹거리로 떠오른 HVAC 사업 등 B2B(기업간거래) 등의 성과로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연결기준 22조7447억원)을 올렸다.
연합뉴스SK그룹은 5조 원대로 추산되는 SK실트론 매각이 현실화 되면 SK그룹은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 개선을 노릴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개편 대상 사업 125개 중 45개를 완료해 현금 6625억원을 창출했고, 올해 안으로 61개 사업 개편을 마무리해 총 2조1천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이들을 포함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업 재편 움직임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는 "미중 관세 전쟁 본격화와 AI시대로의 진입, 장기 불확 가능성 등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기업들은 기존의 비지니스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국내 모든 기업이 직면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의 사업 재편 움직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트랜드(추세)가 되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