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탄발전소.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내 석탄 산업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미국 에너지 활성화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이러한 내용의 행정명령 4개에 잇따라 서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모든 연방 정부 부처와 기관에 석탄 산업에 대한 차별적 정책 중단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와 자금 지원 강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규제에 따른 수십 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중단 △석탄 발전을 통한 전력망 안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민주당이 장악한 일부 주(州)를 상대로 석탄 채굴과 발전을 차별하는 정책이 위법한지를 조사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에너지부 등 관계 부처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 가동 방안을 연구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석탄에 대해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안전하고 강력한 에너지"라며 "저렴하고 효율성이 뛰어나며 거의 파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름답고 깨끗한 석탄을 포함한 저렴한 미국 에너지를 계속 활용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축복받은 나라다. 우리는 이 자원을 매우 책임감 있게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바이든 전 행정부의 환경 정책을 전면적으로 뒤집는 조치다. 앞서 바이든 전 대통령은 미국 내 최대 석탄 생산지인 파우더리버 분지에서 신규 석탄 채굴을 금지하고, 2039년까지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의 대대적인 감축을 요구하는 등 석탄 산업 축소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벌인 깨끗한 석탄에 대한 전쟁을 오늘 끝낸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석탄산업이 다시 부흥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1년까지만 해도 미국은 전체 전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석탄으로 생산했으나 지난해 그 비율은 15%까지 떨어졌다. 이미 수백 개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됐으며, 나머지 발전소의 절반가량도 폐쇄 일정이 확정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내 천연가스 생산량 증가와 신재생에너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석탄 산업이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짚었다.
세계 각국이 추진하는 탈탄소화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화석 연료는 저렴하지만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이에 따라 세계 각국과 기업은 사용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각국 정부가 발표한 석탄 감축 공약이 이행될 경우 석탄 수요는 약 50년 동안 약 7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대국인 미국이 석탄 사용량을 늘리는 방침을 내세우면 값싼 석탄을 에너지 원으로 요구하는 신흥국의 반발도 불러올 수 있어 탈탄소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후퇴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