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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경찰의 읍참마속, 조직 살렸다…남은 과제는 '공권력 회복'

내란사태 수사 가장 큰 존재감 경찰
내란사태에 경찰청장, 서울청장 연루되며 위기 맞았지만
즉각 긴급체포·구속하며 위기 벗어나
'수사권 독립' 기조 유지하며 수사역량 보여줘
남은 과제는 경호처·폭동세력 수사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이 열린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경찰의 통제라인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가 1인 피켓시위를 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이 열린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경찰의 통제라인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가 1인 피켓시위를 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신병 확보에는 그 어느 기관보다 경찰의 역할이 컸다. 경찰은 애초 이번 내란 사태 초반 큰 위기에 몰렸다.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이 동시에 내란 의혹에 연루된 것이다.

하지만 약 일주일 만에 스스로 수뇌부를 체포하고 구속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읍참마속이 조직을 살린 셈이다. 이제 남은 숙제는 대통령경호처 수사와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수사 등을 통한 공권력 회복이다.

눈물 흘리며 수뇌부 체포…조직 살렸다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12·3 내란사태 당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당사 통제 등에 투입된 경찰은 3670명이다.

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대규모 경찰을 투입한 이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 조직 수뇌부였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약 4시간 전에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가(안전가옥)에도 갔다.

그곳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지시사항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장과 조직 2인자로 통하는 서울청장이 내란 의혹에 연루된 것이다.

수뇌부가 내란 사태에 깊게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며 경찰 조직에 큰 위기가 닥쳤지만, 경찰은 약 일주일 뒤인 11일 새벽 조 청장과 김 청장을 스스로 긴급체포했다. 당시 김 청장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담당자는 물론 경찰청 내 고위직 간부도 이른 새벽 두 청장의 긴급체포 소식을 듣고 크게 울었다고 한다.

당시 '경찰이 경찰을 수사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심의 목소리가 곳곳에 나왔지만 경찰은 조지호 경찰청장은 서울경찰청이, 김봉식 서울청장은 경찰청이 수사하는 등 사소한 것에서도 논란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이틀 뒤에는 두 청장을 모두 구속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결정이 결과적으로 조직을 살린 셈"이라고 말했다.

검찰·공수처와 부딪히며 '독립적 수사 주체' 존재감 키워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두 청장을 구속 송치하며 부담을 다소 털어낸 경찰은 12·3 내란 사태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내란죄 수사 주체는 경찰"이라고 밝혔고, 150명의 대규모 수사팀을 꾸렸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내란 사태 수사 주도권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충돌하기도 했다. 검찰이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거절하거나, 수사 관련 자료를 공유해주지 않을 때마다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관련기사: [단독]경찰 "검찰이 또 특전사·수방사 압수수색 영장 불청구"…軍수사 차질)


경찰은 공조수사본부 파트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지휘하려고 하자 강하게 반발하며 독립적 수사 주체임을 강조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1차 집행 실패 이후인 지난 4일, 경찰에게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집행 지휘'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며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게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수사는 자신들이 할테니 체포만 해달라는 것이다. 

수사권 독립을 조직 최대의 과업으로 삼는 경찰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 2020년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으로 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사라졌고, 영장 집행 지휘 역시 사문화됐음을 강조하며 공수처의 공문을 철회시켰다. (관련기사: "체포영장 지휘하겠다?"…공수처의 헛발질이 남긴 것)



남은 과제는 공권력 회복…경호처·폭동세력 '정조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어 경찰은 15일 윤 대통령 체포에 성공하며 이번 내란 의혹 수사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별다른 물리적 충돌 없이 체포 영장 집행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조직 내에서도 호평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경호처 간부들을 소환하며 힘을 뺀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에 대한 수사도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경찰에게 남은 가장 큰 과제로 '공권력 회복'이 꼽힌다.

법원이 발부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경찰은 경호처 내 강경파로 불리며 체포영장 집행을 주도적으로 막은 혐의를 받는 김성훈 경호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한 상황이다.

앞서 경찰은 김 차장에 대해 한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반려하면서 그를 석방한 상태였다. 경찰은 김 차장에 대한 혐의를 보강해 지난 24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했고,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벌인 서울서부지법 폭동사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인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에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법원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전담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현재까지 61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100여 명이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가담했다고 보고, 설 연휴 중에도 관련 수사를 진행해 추가 피의자 체포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3일 국회에나가 "배후세력이 있는지 같이 검토 중"이라며 "확인되면 당연히 수사한다. (극우 유튜버들의 선동 의혹도) 연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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