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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덧칠'로는 안된다…'녹색금융' 이름값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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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반

    '녹색 덧칠'로는 안된다…'녹색금융' 이름값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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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문명의 종말 - 1.5도 기후재앙 임박, 우리는 준비돼 있나

    '기후위기'라는 표현으로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운 기후재앙이 눈앞에 다다랐다. 탄소화합물 중심의 온실가스 배출을 잡지 못하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라는 지구온난화의 마지노선이 무너진다. 탄소를 소비하며 세워 올린 인류 문명도 함께 무너진다. 2022년 우리는 어디쯤에서 어떤 대책을 실천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녹색채권 상장잔액, 2년 새 2조→17조 원
    '녹색투자' 늘지만 '비녹색 손절'은 아직
    "'그린워싱'할 시간 없어…정보공개 '필수'"

    '녹색성장', '녹색금융'
       
    10여년 전 이명박 정부 화두였던 '녹색'이 현재 훨씬 무거운 의미로 금융계에 확산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가 인간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데 공식적으로 합의했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뜻을 모으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계가 빨라진 만큼 공적 영역은 물론 민간의 온실가스 감축을 부채질하기 위한 돈의 흐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과거 '착한 은행'을 광고하는 용도로 소비되는 데 그쳤던 녹색금융 개념은 이제 막대한 자금이 지속가능한 기업을 찾아가기 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투자의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친환경 기업에 트이는 자금줄…녹색채권 '17조 원'


    기업과 가계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금융권이 협조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기업금융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펀드, 벤처투자 등 중개기능 과정에서 녹색산업을 지원하거나 투자나 대출심사에서 에너지효율 관련 설비를 갖춘 친환경 기업에 가점을 줘 친환경 활동을 유도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 역시 녹색금융의 한 부분이다.
       
      그래픽=김성기 기자그 중에서도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커진 녹색채권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펀드 규모가 금융시장의 관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 등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녹색채권 상장잔액은 17조 3천억 원으로 2020년 2조 원, 2021년(7조 2천억 원)과 비교해 매년 2~3배씩 늘고 있다.
       
    2017년 3월 말 2455억 원 규모였던 국내 ESG펀드 설정액도 지난달 말 기준 3조 9858억 원으로 5년 새 16배나 커졌다.
       
    현대캐피탈은 2016년 국내 민간기업 중 처음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한 후 최근까지 약 3조 5천억 원에 달하는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조달한 금액은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 할부나 리스, 렌트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Zero Carbon Drive를 추진하고 있다. 내부는 2043년까지, 자산 포트폴리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 녹색금융 운영사례 발표자료 발췌신한금융그룹은 Zero Carbon Drive를 추진하고 있다. 내부는 2043년까지, 자산 포트폴리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 녹색금융 운영사례 발표자료 발췌신한은행은 2018년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녹색채권 발행에 나섰다. 현재까지 총 1조 5천억 원 이상의 녹색채권을 발행해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친환경운송, 녹색건물 등에 지원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중장기 추진 전략 KB Net Zero S.T.A.R.를 수립했다. 내부의 경우 2040년까지, 자산 포트폴리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 2020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췌KB금융그룹은 중장기 추진 전략 KB Net Zero S.T.A.R.를 수립했다. 내부의 경우 2040년까지, 자산 포트폴리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 2020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췌KB금융은 2030년까지 ESG 투자와 대출 등 규모를 50조 원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현재 친환경 금융상품은 6조 원대, 녹색채권을 포함한 지속가능채권 발행은 2조 원대로 총 8조 원 수준의 녹색금융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비금융사의 녹색채권 발행, ESG펀드 설정과 투자도 자연스러워졌다. 올해 1분기에만 한화, SK실트론, S-Oil, LG디스플레이, 롯데렌탈, 한솔제지 등 12곳의 민간기업이 녹색채권 발행에 나섰다.
       

    온실가스 주범 '손절'은 망설이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환경을 개선하는 상품·서비스에 돈이 흘러가도록 하는 것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파괴 활동으로의 자금 유입을 차단하는 것 역시 녹색금융의 중요한 축이다. 시중자금이 '친환경' '녹색' 수식어를 따라 크게 쏠리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투자금 '손절'에는 약한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
       
    2009년부터 2021년 6월까지의 발전 분야 누적투자액 비교. 그래픽=김성기 기자2009년부터 2021년 6월까지의 발전 분야 누적투자액 비교.국책은행들은 지난 12년간 재생에너지 투자에 앞장섰지만,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도 고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투자금액이 가장 많은 금융기관은 5조 6281억 원을 투자한 수출입은행이었지만, 석탄발전에 대한 누적 투자금도 5조 3666억 원에 달했다.
       
    석탄발전 누적 투자금액이 많은 상위 5개 기관 중 국민연금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까지 공공기관이 3곳이다. 국민연금과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하는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 APG가 지난 2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들에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그간 탄소감축 전략의 성과와 적절성 등을 따져 묻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제조업 기반의 국내 산업 특성상 화력발전 비중이 여전히 높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금융권은 이같은 기업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계속 자금을 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김성기 기자이러한 가운데 은행들 스스로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미미한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감소 추세지만, 그간 줄어든 은행지점 수와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특수 상황 등을 감안하면 변화를 찾아보기 힘든 정도다.
       

    녹색금융, '그린워싱' 반복하지 않으려면


    녹색금융은 이미 14년 전 이명박 정부에서 내건 핵심 국정과제였지만 상당부분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음에도 각종 초록빛 수식어를 붙여 눈속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석탄발전을 한껏 이용하고 공정에서 각종 온실가스를 내뿜으면서도 사무실에서 재생종이를 사용한다며 '친환경 기업'으로 홍보하는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석탄발전소에서 '청정석탄'. '친환경 발전'이라고 근거 없는 홍보 문구를 붙이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직관적인 녹색사업들에 비해 간접적이고 막연하게 느껴지는 녹색금융은 그린워싱이 가장 쉬운 영역 중 하나다. 전혀 친환경과 관련 없는 기존 금융상품이나 대출, 프로젝트 등에 모두 '녹색', '그린'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모양새만 취하는 일이 흔했다.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이 은행·증권사·보험사·정책금융기관 등 국내 100개 금융기관을 분석한 결과, 2021년 현재 30곳은 '탈석탄 선언'에 동참하지 않았다. 84곳은 '2050년 탄소중립' 정책 수립이 되지 않았다. 기후솔루션 보고서 발췌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이 은행·증권사·보험사·정책금융기관 등 국내 100개 금융기관을 분석한 결과, 2021년 현재 30곳은 '탈석탄 선언'에 동참하지 않았다. 84곳은 '2050년 탄소중립' 정책 수립이 되지 않았다. 기후솔루션 보고서 발췌실제로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이 국내 100개 금융기관의 탄소중립 정책 수립 현황을 조사한 결과 84곳은 아직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금융권에서 너도나도 '녹색상품'을 쏟아낸 것과 상반되는 현실이다.
         
    다만 지난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와 그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서 투자자는 물론이고 녹색사업을 하려는 기관들도 보다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행동할 수 있게 됐다. 자금조달을 통해 참여하려는 사업은 최소한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순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 다양성 등 '6대 환경목표' 중 하나 이상을 품어야 하고 이를 위한 기술적 수준을 갖춰야 한다.

    녹색채권 발행구조. 그래픽=김성기 기자녹색채권 발행구조.과거에 비해 녹색채권이나 ESG펀드 자금이 실제로 집행되는 용처가 공개되고 사후관리·감독이 강화되고 있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거래소는 2020년 6월부터 녹색채권 등 사회책임투자채권들에 대해 조달자금 집행을 완료할 때까지 사용내역과 그에 따른 영향을 보고하도록 의무를 설정했다. 채권 발행기업은 외부평가기관으로부터 보고서를 발급받아 거래소와 투자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공개는 '녹색위장'을 불가능하게 할 선결 조건이다.
       
    ESG펀드를 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그린워싱으로 낭비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차기 정부에서 투자자와 녹색사업 주체 간 정보 불균형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녹색금융의 효과를 최대한 끌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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