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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담' 막을 수 있나…尹 '흡연구역 확충' 공약, 법개정 절실



사건/사고

    '길담' 막을 수 있나…尹 '흡연구역 확충' 공약, 법개정 절실

    尹 "담뱃세 활용해 흡연부스 추가"…길거리 담배 막을 '심쿵' 공약
    현장에선 "돈이 문제 아냐…만들 공간이 없다"
    현행법은 '금연'에 방점…흡연공간 확충에 제약
    이행하려면 법 개정으로 민간에 부담 줄 수밖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전 내걸었던 '흡연구역 확충' 공약. 윤석열 공약위키 홈페이지 캡처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전 내걸었던 '흡연구역 확충' 공약. 윤석열 공약위키 홈페이지 캡처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전 공약으로 '흡연구역 확충'을 내놓았다. 담배에 포함된 세금을 재원으로 흡연부스 설치를 늘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간을 분리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공간 분리'라는 게 말은 쉽지, 실제 이를 실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재원이 문제가 아니라 흡연공간을 새롭게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흡연공간' 어디에?

    윤 당선인은 대선 전인 1월 28일 '석열씨의 심쿵약속' 23번째 공약으로 "비흡연자와 흡연자간의 근본적 공간분리를 통해 담배연기로 인한 사회갈등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담뱃세 일부를 활용해 흡연부스 등 구역을 추가하고, 국민건강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흡연구역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흡연구역을 늘리는 데는 재원이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만들 것인지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할 경우 공유지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실제 현장에선 이에 대한 반대 민원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흡연구역을 늘리는 방안은 크게 별도 공간 마련과 부스 설치로 나눌 수 있는데, 두 방법 모두 해당 지역으로 인근 흡연자들이 몰리면서 '혐오 공간화' 될 가능성이 높다. 보행도로 등 공유지는 다른 시민들도 함께 이용하는 곳이라 흡연자들만을 위해 내어주긴 어려운 실정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그게 생각보다 주변 환경이 안 좋아진다. 반대 민원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 추진하기가 어렵다"며 "건물 옆에 흡연 공간을 두는 건 상대적으로 문제가 덜 되는데, 대로변이나 이런데는 비흡연자의 입장에서는 혐오시설 일 수 있다. 저희도 만들려고 시도를 해봤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특히 학부모들에게는 흡연부스 자체가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이들이 흡연하는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 공약대로 환기 시설 등 흡연부스 설치 기준을 높여 연기를 전부 빨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반대 민원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구청 관계자는 "주민들 다수가 어떤 형태든 흡연 공간을 만드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우리 구의 경우 설치했다가 민원 때문에 이전하거나 폐쇄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 도심 내 흡연 공간을 찾지 못한 흡연자들이 보행도로에서 보행자들과 뒤섞인 상태에서 흡연을 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서울 도심 내 흡연 공간을 찾지 못한 흡연자들이 보행도로에서 보행자들과 뒤섞인 상태에서 흡연을 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

    현행법은 '금연'에 방점…"금연구역 더 늘려야" 목소리도

    현행법 자체가 금연구역을 늘리고 시민들의 금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흡연구역을 늘릴 수 없다는 것도 발목을 잡는 요소 중 하나다. 실제 일부 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자체적으로 흡연부스를 만들어 관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국가 및 지자체는 국민에게 담배의 직접흡연 또는 간접흡연이 국민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교육·홍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서울 곳곳에 설치돼 있는 흡연부스 대부분은 인근 기업에서 사회 공헌 차원에서 구청과 협의 후 만든 것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국민건강증진법 취지에 위배가 되기 때문에 구 차원에서 흡연부스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설치된 것들도 2015년 법 개정 이전에 기업들이 설치한 것들이고, 그 이후부터는 요청이 오더라도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서 흡연부스를 설치할 수 있다는 근거 자체가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이를 위해선 조례 등을 만들어야 한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흡연부스를 만들어 달라는 민원보다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민원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흡연부스 추가 설치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금연구역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윤 당선인은 서울 시내 금연구역이 28만 2600여곳인데 반해 흡연구역은 6200여곳에 불과하다는 자료를 근거로 흡연구역을 늘리겠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금연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은 전부 법상 '흡연 가능 구역'이기 때문이다.

    별도 흡연 구역이 없는 상황에서 흡연자들이 보행도로 위 흡연을 한 뒤 꽁초를 버린 모습. 서민선 기자별도 흡연 구역이 없는 상황에서 흡연자들이 보행도로 위 흡연을 한 뒤 꽁초를 버린 모습. 서민선 기자

    말뿐인 공약 안되려면 '법 개정' 필수인데…가능할까

    '흡연공간 확충'이 말뿐인 공약이 되지 않으려면 결국 민간 건물 등 사유지에도 흡연구역을 늘리도록 시행령이 아닌 법을 개정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건물에 흡연구역 설치를 의무화한다면 길거리 흡연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연면적 1천 제곱미터 이상의 사무용 건축물 등은 해당 시설의 소유자·점유자·관리자가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반면 이때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 설치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이 때문에 건물 내외에 흡연실을 따로 설치한 경우가 적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는 법에서 다중이용시설의 소유자·점유자·관리자가 흡연구역을 '설치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으로 바꾼다면 그 안에서 흡연자들이 해결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이와 더불어 일반 주택 지역의 경우에는 전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되, 반드시 일부에 흡연구역을 만들도록 의무화한다면 흡연을 둘러싼 갈등은 적어질 가능성이 높다. 흡연구역을 충분히 만든 뒤 흡연구역에서만 흡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에는 금연구역을 지정할 때는 흡연구역을 반드시 따로 지정하는 이른바 '분연정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법 개정을 통한 공약 이행은 여소야대 상황인데다가 건물주와 흡연자 등 민간에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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